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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6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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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07768
ISBN
9791167903303
페이지,크기
172 , 104*182mm
출판사
출간일
2025-10-25
[출판사서평]
“이것은 시작과 마지막에 관한 이야기이다”
암전은 하나의 연극을 끝내지만,
그 어둠은 다시 시작의 막을 연다

우리는 연극처럼 끝나는 삶이란 없는 듯이 그렇게 살고, 연극처럼 시작되는 죽음이란 없는 듯이 그렇게 죽는다. 삶 속에서 매번 죽고, 그렇게 죽음 속에서 매번 다른 역할을 맡은 듯 다시 깨어난다. 그러나 삶을 가장한 연극으로부터 일상으로 귀환해 살 수 있는 삶이 따로 존재하지 않듯, 연극이라는 이름으로 비유되는 삶 역시, 마치 연극 안팎으로 오르고 내리는 막처럼, 그 시작과 끝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삶은 실패가 예정된 연극, 죽음마저도 그 끝이 될 수 없는 지난한 삶의 장막들이다.
-최정우, 「작품해설」 중에서

저자의 말

삶이 결국 거대한 연극이라는 뻔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면 삶이 거대한 연극이라는 말에 반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이 결국 생활일 테니까. 문제는 내게 주어진 여러 역할과 또 다른 ‘나’ 사이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그 시간들이다. 가끔은 그 역할들을 내려놓는 순간에조차 그것을 내려놓는 역할극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공허해질 때도 있다. 이런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자신이나 세계에 대한 의심이 없는 이들이 부러우면서도 두렵다.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래서 결핍이나 잉여를 모르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지.

책 속에서

* 기옥은 주인공이었고 그것을 즐길 줄 아는 배우의 역할에 몰입하려 했다. 그러나 기옥은 이미 실패하고 있었다. 이게 시작일까? 무엇의? 이 환호는, 이 커튼콜은, 금방 끝날 텐데. 막이 내릴 텐데. 이것은 시작이 아니라 끝일 텐데. 하지만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상관없다. 기옥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기옥은 자연스레 눈가를 훔쳤다. 다들 기옥이 감격에 겨워 우는 줄 알 것이다. 그러면 되었다고 기옥은 생각했다.
-11-12쪽

* 눈이 내렸으면 좋겠는데. 기옥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머지 둘도 기옥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은 안 올 거예요. 연출이 절망스러운 듯 말했다. 기옥은 다른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좀 더 할 얘기가 남아 있다고. 아니, 어쩌면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하지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탈진한 기분.
-43쪽

* 선생님, 오늘 연기 최고였어요. 태인은 음식을 씹으며 싱긋 웃었다. 그거 연기 아니야.
네?
연기 아니라고. 그거, 내 마음이라고 생각해. 본심이라고. 적어도 연기할 때는. (……) 상호는 그런 태인을 보며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본질과 본심은 다른 건가요?
-115-116쪽

* 그 작품이 70년 전에 나왔는데 뭐 달라진 게 없다. 인간은 달라진 게 없어. 내 말이 맞죠, 연출님? 연출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망가졌어. 그렇죠? 완전히 망했는데, 그게 누구 책임이냐 이거죠. 태인은 술에 취해 웅얼거렸다. 어 쨌든 유진 오닐은 대단하다. 대단해. 아, 나 이제 범죄자랑 환자 역할 그만 해야 되는데…… 자, 우리 밤으로의 긴 여로를 위하여. 태인은 이 건배사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134p

* 추한 말과 행동은 쉽게 그 사람의 본심으로 인정받는다. 그렇다. 나의 본심과 가장 먼 것들이 어쩌면 나의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말과 행동이 나를 바꾸어버렸다. 말과 행동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140쪽

* 이것은 운명도 뭣도 아니다. 행운도 불행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누구를 탓할 수 없다. 그게 무엇이든 아주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 이제 그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홀로 남았다.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타오르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그것은 비명이자 환호.
-143쪽

[목차]
1 9
2 57
3 95
* 139

작품해설 1447
작가의말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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