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33년간 방송국 PD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귀신고래 촬영이었다. 고래촬영을 위해 참 많은 나라를 다녔다. 고래가 오는 바다는 하나같이 지구촌 오지(奧地)였지만 그 험한 길을 달려가 고래를 만나는 순간만은 정말 감동이었다.
2004년 여름에 알래스카와 마주하고 있는 러시아의 베링해를 찾았다. 거기 툰드라의 대지에 서서 텅 빈 북극의 바다를 바라봤을 때, 수평선 위에 마치 분수처럼 고래가 숨 쉬는 분기(噴氣)가 물 위로 쏟았다. 그리고 햇살에 고래의 분기는 짧은 순간 무지개가 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몬트레이만에서 혹등고래가 물 위로 점프하는 걸 가까이서 촬영했던 적이 있었다. 혹등고래와 나와의 거리가 40m쯤 됐을까? 점프했던 혹등고래가 수면으로 떨어질 때 그 충격파가 어찌나 컸던지 내 얼굴의 피부가 파르르 떨릴 정도였다.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의 라군 지역은 귀신고래가 짝짓기도 하고 또 새끼를 낳는 곳이다. 그곳은 그야말로 고래의 천국이었다. 우리가 탄 보트 옆으로 집채만 한 고래가 다가왔는데 나는 두려웠지만 살아있는 고래에 대한 호기심에 손을 뻗어 고래의 피부를 만져보았다. “우~와” 미끌미끌한 감촉, 뭔가 거대한 생물을 촉각으로 느껴 본 그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우리바다는 고래의 바다였다. 지구상 어느 민족보다 고래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살아 왔던 우리 민족이었다. 한국귀신고래(Korean Gray Whale)는 고래이름에 나라이름을 붙여주는 유일한 고래다. 지금 멸종의 위기에 처한 한국귀신고래를 다시 살리는 일은 잃어버린 우리 자연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찾는 일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시 한번 고래에 대해 열광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사실 한국귀신고래의 회유와 번식은 오늘날 고래학자들조차 풀지 못하는 숙제다. 한국귀신고래가 어디서 짝짓기를 하며 어디서 새끼를 낳는지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한국귀신고래는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지금 우리와 함께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푸른 동해에서 귀신고래가 “푸아~” 하며 힘찬 숨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분기(噴氣)를 뿜어 올릴 때, 그것은 우리바다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이요 ‘동해’ 라는 우리바다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일이며 잃어버린 우리 자연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찾는 순간이 될 것이다.
[목차]
책을 쓰면서 8
추천사 10
1편 귀신고래
귀신고래는 어떤 고래인가? 14
재밌는 고래이름 17
왜 이름이 귀신고래인가? 20
2편 한국귀신고래
다시 나타난 한국귀신고래 28
한국귀신고래의 먹이활동 32
한국귀신고래의 울음소리 35
위기의 한국귀신고래 37
겨울이면 한국귀신고래는 어디로? 40
한국귀신고래는 어디서 새끼를 낳나? 45
귀신고래의 바다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다! 48
일본, 중국 바다의 귀신고래 53
한국귀신고래, 그 이름을 잃어가고 있다! 55
드디어 우리바다에 나타난 귀신고래 56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한국귀신고래 60
미국 동부해안에 나타난 귀신고래 62
3편 캘리포니아 귀신고래
귀신고래의 번식장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 70
귀신고래와 리에브레라군 72
고래구경의 천국 77
리에브레라군의 아픈 역사 79
북으로의 회유 82
고래가 모이는 캘리포니아해변 86
밴쿠버섬의 귀신고래 89
베링해의 귀신고래 92
고래사냥꾼 블라드미르 씨 98
추코트의 고래축제 104
4편 고래와 한반도
소금밭에 새끼를 낳는 고래 118
로이 채프만 앤드류스(Roy Chapman Andrews) 123
앤드류스의 고향, 벨로이트 방문기 130
앤드류스의 글(멸종된 고래의 재발견) 133
미역 먹는 고래 137
작살 박힌 고래 뼈 140
우리 유물 속의 고래 143
옛 문헌 속의 고래 146
우리말과 지명 속의 고래 151
고래와 실크로드 156
5편 암각화의 고래
대곡리(大谷里) 이야기 166
반구대 암각화 170
해수면 변동에 따른 반구대 그림의 변화 176
반구대의 고래그림은 고래의 분류 키(key) 181
북방긴수염고래 185
선사인의 바위그림은 동영상 188
반구대 그림은 거대한 해양박물관 192
반구대 암각화 평가 198
다른 나라의 고래그림 201
6편 고래잡이의 시대
고래와 인간 216
고래잡이의 시대 218
독도(獨島)와 포경선 222
부산 용당포에 상륙한 미국 포경선 225
우리바다의 고래 남획 227
일제강점기의 포경 관련 신문기록들 232
박구병 교수와의 생전 인터뷰 234
해방이후의 포경 236
고래잡이의 전성기 239
한국귀신고래의 남획 243
고래잡이 모라토리엄 245
포수 김상복 씨의 증언 249
고래해체 기술자 주태화 씨 251
고래잡이 민속문화 255
한국전쟁과 고래고기 259
노르웨이의 포경 264
일본의 포경 270
고래의 보호 273
7편 고래이야기
향고래 이야기 284
향고래와 우주선 287
냉전을 허문 귀신고래 291
최초로 사육된 고래 JJ 이야기 295
일본의 고래영혼제 296
고래조사와 해양정보 300
8편 좌충우돌 고래촬영기
죽은 사람도 살린 우리 민간요법 306
고래사냥꾼의 마을, 라브렌티야 311
드디어 추코트를 떠나다! 316
한국귀신고래를 만나기까지 - 험난한 과정 324
하느님, 고래를 보내주세요! 335
글을 맺으며 348
감수(監修)의 말 350
참고문헌 358
인터뷰해 주신 분 359
사진 및 그림 제공 361
도움을 준 기관 3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