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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맞추는 소설 : 개와 고양이와 새와 그리고 -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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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47168
ISBN
9791165703547
페이지,크기
264 , 148*210mm
출판사
출간일
2025-08-01
[출판사서평]
지금 왜 동물 소설을 읽어야 하는가?
우리에게 동물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의 삶 속에서 동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해 왔다. 언어적으로는 욕설이나 비하 표현에 쓰이면서 열등하거나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반대로 다양한 옛이야기 속에서 친근하고 본받을 만한 존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길을 걷다 보면 반려견과 함께 있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고, SNS에서는 반려동물의 사진과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동물권이나 동물 복지,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비인간 동물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진정한 공동체라고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에 대한 담론은 문학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문학을 통해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자본’과 ‘효용’이라는 잣대로 바라보는 동물들
서이제의 「두개골의 안과 밖」에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 명목으로 자행되는 생지옥 같은 살처분 현장이 묘사되어 있다.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24시간 이내 가축을 안락사한 후 매몰해야 하지만 “닭이 너무 많아서” 무조건 “빨리! 무조건 빨리!” 죽여야 한다. 살처분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 역시 생지옥에 놓이는 건 마찬가지이다. 영문도 모른 채 닭들을 생매장해야 하는 사람들은 “평생 씻지 못할 아픔”을 겪게 된다. 서술자는 살아 있는 닭의 체온과 심장 박동을 느낄 때마다 자신이 “따뜻”한 생명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이처럼 동물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공장식 축산’ 방식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이 동물을 상품으로 취급하기에 실행될 수 있는, 효율과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김종광의 「산후조리」에는 출산을 앞두고 탈장까지 된 소가 나온다. 살게 될지 수의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머니는 정성으로 소를 돌보고, 결국 어미 소와 송아지는 살아난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어미 소와 송아지의 처절한 생존기는 구제역으로 수많은 가축이 살처분당하는 참담한 시기와 맞물려 생명의 존엄성을 더욱 부각한다. 할머니에게 소는 여전히 ‘재산’이자 ‘일거리’에 불과한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소의 목숨이 “내 거 아뉴. 지들 스스로 거지.”라는 할머니의 말에는 곁에서 살아 숨 쉬는 그 순간만큼은 소를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동등한 생명으로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서로를 지키는 ‘상호 의존적 돌봄’의 관계로
김금희의 「당신 개 좀 안아 봐도 될까요」에서 ‘세미’는 반려견 ‘설기’를 떠나보낸 뒤 뒤늦은 후회와 자책에 빠져 있다. ‘개’를 잃은 슬픔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세미’를 오랜 친구인 ‘양요’조차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세미’는 ‘양요’의 제안에 따라 다른 개들을 ‘안아’ 보기로 결심한다. 지인들의 개를 안아 보고, 슬픔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세미’는 다시 사람들과 이어진다. 그들이 ‘세미’의 슬픔을 유난하고 유별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해 주었기에, ‘세미’는 더 이상 상실에 머무는 것을 택하지 않고 “한번 준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개들”처럼 새로운 믿음을 지니고 “사랑의 환생”을 위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장은진의 「파수꾼」의 중심인물 ‘강 씨’는 늙고 외로운 철도 건널목 관리원이다. ‘강 씨’는 열차가 다가온다는 경고음을 듣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청력을 잃어 가고 있다. 더군다나 이 건널목은 폐쇄될 예정이기에 그로서는 더 이상 의탁할 곳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 씨’의 곁에는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건널목을 떠나야 하는 ‘강 씨’는 결국 파양되어 돌아온 고양이와 함께 스스로 생을 끝내려 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온 힘을 다해 ‘강 씨’의 품을 빠져나가며 그를 선로 밖으로 넘어뜨린다. ‘강 씨’는 죽음의 선로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생을 마주하게 된다. 그동안은 ‘강 씨’가 길고양이의 파수꾼으로서 일방적으로 길고양이를 지켜 준 것처럼 보였지만 길고양이 역시 ‘강 씨’의 파수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나쁜 일뿐’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
황정은의 「묘씨생」은 길 위의 삶, 그중에서도 다섯 번의 죽음과 여섯 번의 생을 산 고양이 ‘몸’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과 잔혹함을 고발하고 있다. 소설은 길고양이를 분풀이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 시끄럽고 불쾌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 중심적 세계에서 다른 생명이 얼마나 하찮게 여겨지는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단순히 길고양이의 삶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남들이 버린 음식을 모아 끼니를 때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곡씨’와 ‘몸’의 삶을 병치함으로써, 생존에 내몰린 존재들이 공통으로 겪는 고통을 조명하고,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생명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무는 전복된 상상력
천선란의 「바키타」는 우주로 떠나 살아남은 지구인의 시선으로, 외계 생명체 ‘바키타’의 침공으로 괴멸해 버린 지구를 관찰하여 기록한 보고서이다. ‘바키타’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은 ‘바키타’와 공생하기로 결정하고 ‘가축화’된 ‘문명의 인간’과, ‘바키타’와 공생하기를 거절하고 야생화된 ‘숲속의 인간’ 두 유형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바키타’의 지배 아래 살아간다. 한때 인간이 만든 ‘쓰레기’를 먹고 살던 ‘바키타’가 인간에게 보인 잔혹함과 폭력성은 지금까지 인간들이 동물을 멸종시키고 이용해 왔던 모습을 연상시키며 우리가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대해 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인간과 동물의 위치가 전도되는 것처럼 인간이 동물이 되는 환상적인 설정은 임선우의 「초록 고래가 있는 방」에서 만날 수 있다. 소설에서 사랑하는 대상을 사고로 잃은 ‘유미’는 이따금 슬픔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짙어질 때마다 낙타로 변하고, 우연히 누수(漏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라온 아래층 ‘도연’에게 낙타로 변한 모습을 들키게 된다. ‘도연’은 ‘유미’의 사연을 들어 주게 되고 어느 사이에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던 정도로 처절한 실패를 경험한 자신의 상처를 ‘유미’에게 내보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진다. 사막을 걷고 있는 ‘낙타’ 같던 ‘유미’와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던 ‘초록 고래’ ‘도연’은 이렇게 서로의 슬픔에 공감하며 다시 삶을 헤쳐 나갈 힘을 얻게 된다.

다가서며 눈을 마주칠 때 새롭게 만나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
문학은 그동안 목소리를 갖지 못한 동물들의 눈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동물이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 왔다. 인간의 언어란 우열을 가르고 종(種)을 차별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목소리가 없는 존재의 처지와 고통을 대변하는 윤리와 성찰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눈을 맞추며 타자의 감춰진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새로운 관계와 존재 방식을 모색하는 것. 그리하여 모든 생명이 그 자체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동물을 이야기하는 소설을 읽고 쓰는 이유일 것이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눈 맞추는 소설』을 통해 말하지 못하는 존재들에게 우리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바란다.

[목차]
머리말 우리에게 동물은 어떤 존재일까요?

김금희 당신 개 좀 안아 봐도 될까요
장은진 파수꾼
김종광 산후조리
서이제 두개골의 안과 밖
임선우 초록 고래가 있는 방
황정은 묘씨생
천선란 바키타

해설 눈을 맞추면 달라질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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