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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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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45977
ISBN
9791190885560
페이지,크기
388 , 124*195mm
출판사
출간일
2021-01-22
[출판사서평]
가까이 있었으나 끝내 손에 닿지 않았던 ‘그 남자’
박완서의 ‘첫사랑’에 관한 자전적 소설

“이 소설을 쓰는 동안은 연애편지를 쓰는 것처럼 애틋하고 행복했다.”

1950년대 전후 서울의 피폐한 풍경이 눈에 보일 듯 그려지는 『그 남자네 집』은, 노년에 접어든 주인공이 첫사랑 ‘그 남자’가 살았던 돈암동 안감천변을 찾아가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시작된다. 먼 친척뻘인 그 남자네 가족이 내가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고등학생이던 나와 그 남자는 처음 만난다. 그리고 몇 년 후, 전쟁 통에 미군부대에서 일하던 나는 퇴근길 전차 안에서 그 남자와 우연히 다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인연을 맺는다. 전쟁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황폐하고 남루해진 그 겨울, 나와 그 남자는 폐허가 된 서울 거리 구석구석을 누비며 ‘구슬’처럼 빛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생존’만이 가치 있던 시절에 음악과 문학을 즐기는 낭만적인 그 남자의 존재는 나에게 잠시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 있는 탈출구가 되어준다. 그러나 그는 ‘한 푼도 못 버는 백수’에다 세상 물정 모르고 노쇠한 어머니를 괴롭히는 ‘철부지 막내아들’이었고 나는 ‘다섯 식구의 밥줄’이었기에, 나는 작지만 번듯한 집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은행원과 결혼하기로 결심하고 그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첫사랑의 단꿈에서 깨어나 시집살이를 시작한 나는 남편이 가져다주는 그리 많지 않은 월급으로 근근이 살림을 꾸리고, 집안의 온갖 대소사를 박수무당에게 의존하는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으면서 결혼이라는 현실에 조금씩 무뎌져간다. 신혼의 재미도 모르는 채 일상은 급격히 권태로워졌고, 그즈음 시장통에서 ‘그 남자’의 누나를 우연히 만나 그의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그 남자와 재회하며 또 한 번 현실로부터의 일탈을 꿈꾼다. 남편과 시어머니의 눈을 피해 은밀한 만남을 이어가던 어느 날, 그는 하룻밤의 밀월여행을 제안한다. 나는 짜릿한 기쁨을 느끼며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약속 당일 그는 기차역에 나타나지 않았고, ‘어딘가로 붕 떠올랐다가’ 다시 세상으로 내팽개쳐진 나는 크게 앓고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그 남자가 뇌수술을 했고 시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후 그와 재회하게 된다. 이미 모든 것이 달라진 뒤였다. 여전히 청년 시절의 낭만과 철없음을 간직한 그와 달리, 나는 네 아이를 둔 엄마이자 억척스러운 아줌마가 되어버렸으므로. 나는 그에게 첫사랑의 설렘이 아닌 육친애적 분노를 느끼며, 이제 그만 장님임을 인정하고 새롭게 살아가라고 욕설을 섞어 충고하는 것으로 그와의 관계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 남자를 마지막으로 다시 만난다. 그 무렵 그는 중학교 교사인 아내를 만나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며 점점 더 굵은 눈물을 흘리는 그 남자를 나는 무너지듯 포옹하며 마침내 담담하고 완전한 그와의 결별을 이루게 된다.

이 소설은 박완서만의 세밀한 묘사와 기지 넘치는 문장으로 이루어진 한 편의 애틋한 연애소설이자, 한 여성의 삶, 나아가 한 시대의 모습을 속속들이 엿볼 수 있는 완벽한 기록물이기도 하다. 전쟁 통에도 광주리장사를 하고 하숙을 쳐서 자식을 먹여 살린 어머니들, 가족을 위해 손가락질도 무릅쓰고 양공주 노릇을 했던 젊은 여성들,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된 남자들. 중심인물인 나와 그 남자뿐 아니라 주변인들도 제각각 개성이 두드러져 이야기를 탄탄하고 풍성하게 받쳐준다. 전후의 피폐한 일상과 그 생활전선을 직접 몸으로 겪어야 했던 이들의 실상이 첫사랑이라는 더없이 순수한 감정과 대비를 이루며 가슴 찡한 울림을 선사한다. “온몸에 겨울과 같은 독한 상처를 품었으되 당당한 나목처럼 봄의 언어로 따뜻하게 우리 곁에 서 있던”(구효서) 박완서 작가. 그가 남긴 마지막 장편이자, 그의 삶 자체이기도 한 이 소설이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지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2021년을 맞이한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변함없이 따뜻한 온기와 위로를 안겨줄 것이다.

■ 추모의 글 (《현대문학》 2011년 3월호 ‘박완서 추모특집’에서 발췌)

6.25의 파괴적인 충격과 그 여파의 꼼꼼한 관찰과 묘사가 박완서 선생이 추구하신 줏대 되는 주제였습니다. 당대 현실에 더없이 충실하면서도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은 생동하는 인물, 설득력 있는 세목, 감칠맛 나는 지문, 실감 나는 대화로 차 있습니다. 문학으로서 뛰어날 뿐 아니라 20세기 후반의 사회사로서도 압권이지요. 우수한 문학 작품이 사회 증언적 가치도 풍요하다는 문학사회학의 명제를 시퍼렇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_유종호(영문학자, 문학평론가)

박완서 선생님이 말이나 글에서 남을 비판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남보다는 자신에 대한 비판, 비판보다는 우리 모두가 지닌 속물근성을 꿰뚫어 보는 해학적 시선, 그리고 거기에 대한 연민과 이해를 거쳐 궁극적인 사랑에 이르려는 노력, 그것이 선생의 삶이요 문학이었다. _김화영(불문학자, 고려대 명예교수)

박 선생님의 글에 등장하는 가족 이야기나 소소한 일상의 기쁨과 서글픔은 내 기억 속의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되돌아보게 하기에 더욱 귀하게 생각된다. 박 선생님께서는 항상 다소곳하시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내게 그런 삶을 실천하시는 분으로 느껴졌다. 눈에 뜨이지 않는 사소한 것에 눈길을 돌리고 사랑을 베푸셨던 박완서 선생님은 그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아니셨나 생각한다.
_구본창(사진작가)

전후의 가난한 아낙들 곁에 말없이 서 있던 박수근의 겨울 나목을 보며 늠름하고도 숨 쉬는 듯한 정겨움을 느꼈다던 선생님. 온몸에 겨울과 같은 독한 상처를 품었으되 당당한 나목처럼 봄의 언어로 따뜻하게 언제나 우리 곁에 서 계시던 선생님. 당신의 마지막이 조용하고 완벽한 ‘붕괴’이기를 희망하셨던 선생님이셨으나, 선생님의 천성적인 겸손을 받아들일 수 없어 나는 한 글자를 빼고 그것을 ‘붕(崩)’이라 부른다. _구효서(소설가)

글에서도 삶에서도 늘 부족하고 미흡하기 그지없는 저를 그토록 알뜰히 챙겨주셨던 선생님, 당신의 신간을 제게 증정하실 적엔 서명과 함께 ‘사랑합니다’라는 글귀를 꼭 넣어주셨던 선생님, (……) 병석의 저를 대신하여 초대된 성당에서 특강사례비로 받아 오신 봉투를 저에게 내밀며 ‘수녀님 대신 내가 간 것이니 당연히 나누어야 한다’며 유쾌한 웃음 속에 건네주신 기억도 새롭습니다.
_이해인(수녀, 시인)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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