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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꿈 - 아침달 시집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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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32677
ISBN
9791189467906
페이지,크기
140 , 125*190mm
출판사
출간일
2023-09-06
작가
[출판사서평]
알록달록한 연기의 세계에서
흐려지는 나와 당신의 경계

김도의 시가 그리는 풍경은 자욱한 연기에 휩싸여 있다. “연기를 흘리는 푸른 방” 안으로 들어서면 그곳에는 “기분이 좋아지는 연무를 마시고 뱉”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다가 곧 “저항할 수 없도록 포근한 졸음에 휘감겨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알록달록한 잔디 언덕이 보이는 것 같네
긴 머리의 남자는 강 저편을 보면서
꼭 꿈꾸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연무」 부분

몽환적인 연무 속에서 그가 그리는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과장되어 있다. 꿈이 그렇듯이. 그러나 우리는 꿈이 과장되고 허황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에 진실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감춰진, 억압된 내면의 풍경을 무의식 중에 드러내 보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꿀로 적신 다디단

환상적인 세계를 말하자면 이 세상의 진실을 보여주는 바람에 여태 이 일을 하면서 지내온 슬픔들이 허망한 것이었음을 알게 하는 시선을 보여준 맛을
―「핵꿈」 부분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겹겹이 이어지는 연기 같은 문장을 통해 흘러가는 엉뚱한 이야기들은 부조리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김도의 시를 통해 천국에서 아침밥을 먹기 위해 요리하지만 계란 프라이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실수를 반복하는 D(도?)를 만나기도 하고, 108명의 심사 위원(요괴들일까?) 앞에서 절대 울지 않고서 슬픈 얼굴을 유지하려는 대회 참가자를 구경하기도 한다. 헤어진 애인의 비난 가득한 이별 선고가 녹음된 테이프를 연기가 자욱한 방에서 친구와 함께 듣는 장면을 바라보는가 하면, 이기적이고 멍청하며 평범한 인간들의 실수로 인해 지구가 멸망하는 이야기를 접하기도 한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그 연기의 풍경을 바라보면 그것은 “맞은편 굴뚝의 연기만 숨 쉬는 폐쇄 병동의 창문”처럼 보인다. 병력이 있던 시인의 자전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같이 가요」와 같은 시에는 아픔의 시절을 극복하며 건너가는 서정적인 힘이 반짝이고 있다. 과거에서 현재로 건너가며 일어나는 변화와 극복은 「2인실」과 「퇴원」 같은 시를 통해서도 두드러진다.

눈을 뜨니 침대 위였다
참새가 무너진 벽 틈으로 날아갔다
방을 나가 불 꺼진 복도를 걸었다
방들은 모두 비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갔다
넓고 높은 로비가 있었다
빛으로 물든 유리문을 열었다
눈이 쌓여 있었다
맨발로 발자국을 남기며 멀어졌다
―「퇴원」 부분

김도의 시 속에는 뿌옇게 이지러지는 풍경 속에서 흐려지는 자아가 있다. 그 자아는 눈앞에 펼쳐지는 것들에 관해 판단하기 이전에 감각한다. 마치 끝맺음 없는 자유를 꿈꾸는 듯한 감각적인 문장들은 독자들에게 건네는 자유로운 감각으로의 초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각을 통해 나와 당신은 연결된다. “꽃 한 송이가 익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라고 시인은 말한다. 만물이 서로를 위해 감각으로 연결된다는 사유에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 이 모든 게 이 순간보다 짧은 한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될 거라는 식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지만 실은 지금 알고 있는 것이며 그 찰나 안에서 우리는 동식물사물 할 것 없이 모두 연결돼 있으므로 그가 나고 내가 그며 그걸 당장 모르지만 아는 거나 다를 바 없다고 왜냐하면 언젠가 모두 죽고 그건 지금 죽은 거나 다름이 없으며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삶과 죽음은 양면이고 동전은 동전이니까
―「2인실」 부분

김도의 시가 보여주는 서정적 몽환의 세계는 우리 삶의 양면을 하나로 인식한다. 꿈 같은 현실처럼, 현실 같은 꿈처럼, 끝나도 끝나지 않는 영원성을 얻으려는 시도를 통해 비로소 그 삶은 한없는 여행이 된다.

여행이 끝났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여행이 시작된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 거야
―「잠수」 부분

추천사
핵꿈을 꾸며 작성해본 지극히 개인적인 마음의 플레이리스트

김도의 시를 읽다 보면 문득 “에일” 향에 취하고 싶어진다. 수제 맥줏집이 아니라 한밤의 무인 편의점에서 “네 캔”으로 묶어 파는 싸구려 에일 향에. 실패한 “조향사”가 되어 실패한 향에 코를 박고 몇 날 며칠이고 맡아보고 싶어진다. “작은 이자카야에 들러/ 닭의 살점이나 염통 꼬치를 뜯으면서 생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다가 “이런 슬픔도 있었”다는 사실에 헛웃음 짓고 싶어진다. 방으로 돌아와 맥주 캔이나 몇 개 더 찌그러뜨린 후 홀연히 “슬픈 얼굴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진다. “이쪽이야 따라와” 하고 “풀숲으로 사라지는 꼬마”를 따라 “딴 데 가서” 놀고 싶어진다. 노는 것의 정의를 다시 한번 내려보고 싶어진다. “세계 각지에서 온 각양각색의 떨들”의 순위를 떨을 피우고 쓴 시의 환각성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싶어진다. “연무” 속에 몸을 띄우고 “한 주먹의 알약이라도 삼킨 것처럼” 잔잔한 바다 위를 떠가는 침대를 타고 항해하다 모든 “꿈을 끝내버릴 꿈”인 핵꿈을 꾸고 싶어진다. 핵꿈을 꾸며 “기분이 좋아지는 연무를 마시고 뱉”고 싶어진다. 피부에 돋아나는 파충류 같은 온갖 종류의 아름다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고 싶어진다. 그렇다. 김도의 시를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연무가 되어 어딘가로 계속 흘러가는 것만 같고 흘러온 만큼 밤은 깊어진 것도 같은데, 그러다 갑작스레 “윤슬” 같은 맑고 깨끗한 단어와 마주치면 공중에서 조금 내려와 달빛이 비치는 잔물결을 바라보며 밤의 공원을 천천히 걷고도 싶어진다. 공원을 걷는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며 듣는 플레이리스트와 우주선을 타고 가며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다음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진다. 공유하며 같이 비행기나 우주선을 타고 있진 않더라도 같이 비행기나 우주선을 타고 있는 기분이나마 길게 누려보고 싶어진다. “Nothing to be done, nothing to be done……”이라고 에스트라공처럼 무의미하게 중얼거리면서도 자꾸 중얼거리기라도 하고 싶어진다. 연무처럼 아직 높은 곳에 붕 떠 있는 우리가 천국에 착륙할 때까지, 이 기이한 종이비행기가 안착할 곳을 찾을 때까지 신비롭게 기억될 밤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싶어진다. 이제 나머지 리스트는 당신들의 몫. ―황유원(시인)

[목차]
잠수
딴 데 가서 놀래
결핍
표류
널 재우기 위해서라면
천국보다 낯선
우주선을 타면 틀어두고 싶은 플레이리스트
그래도 네가 있다
단 하나의 문제만이 출제되는 시험
슬픈 얼굴 대회
떨어지는 돌
2인실
퇴원
예언
유전
같이 가요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
불씨 지키기
떠오르는 풍선
비둘기
Golden Tiger
“내가 아는 사랑의 전부”
네가 제일 좋아한다는 노래
연무
내일
아포칼립스
꿈이 싸우듯이
기억의 책
그만해도 좋아
핵꿈
달콤한 인생
괜찮아요 주세요

굳이 오지 않아도 좋았을 곳
사일런스
나랑 여기 있자
엔딩 크레디트의 보살

부록
『시도시도』는 이렇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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