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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32528
ISBN
9791189352745
페이지,크기
168 , 135*195mm
출판사
출간일
2024-01-05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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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추천사

유병재 (코미디언)
그의 글이 단출해 좋다. 애써 멋 내지 않은 듯 보이지만 실은 그러기까지 그가 얼마나 많은 멋쟁이 단어들을 탈락시켰을지를 상상하면 웃길 것도 없는데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정서와 윤리의 백혈구”라는 표현을 쓰기까지 그는 세상 그 어떤 세균과 싸우는 백혈구보다도 치열했으리라.
낮에 모아 밤에 펼쳐냈을 단어들이 그의 선택을 받아 이 책에 담기기까지 얼마나 처절하고 웃겼을까. 나는 문상훈이 아직 쓰지 않은 단어들이 부럽다.
우리 부모님이 3년 먼저 사랑을 나누셨다는 것을 이유로 그에게 윗사람 대접을 받고 있지만 나는 그보다 문상훈의 (거의) 최초의 팬임을 이제야 고백한다. 그렇기에 나는 문상훈이 쉬지 않고 썼으면 한다. 그가 취해야만 쓸 수 있는 작가라면 평생 주류를 무상 지원할 테고, 밤에만 쓸 수 있다 하면 1년 내내 동지(冬至)이길 빌겠다. 시인이 못하는 것들을 나눠서 해주고 싶다는 문상훈처럼 나도 그가 못하는 것을 나눠 해주고 싶다.
누구도 30초 이상 무언가를 보지 못한다는 시대에, 모두가 글자를 읽는 대신 챌린지를 하는 시대에 나는 문상훈의 글이 모기처럼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으면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떤 알고리듬으로든 우리는 만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한다.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을 그들과 이 책에서 동창회를 열고 싶다.

이슬아 (작가, 헤엄 출판사 대표)
문상훈을 만나면 진짜 대화를 하게 된다. 우리는 방송꾼처럼, 그러니까 업자처럼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입에 발린 말과 하나마나한 소리 같은 건 저리 치워둔다. 그도 나도 젊지만 가짜 대화에 신물이 날 만큼은 살아본 것 같다. 문상훈이 처음으로 글을 보여준 날엔 심장이 무지 빨리 뛰었다. 그가 너무 귀엽고 슬퍼서, 청승이 너무나 정교하고 고와서 마음이 아팠다. 아끼고 싶은 아픔이었다. 글이 좋다고 내가 말하자 그는 답장을 계속 썼다 지웠다 했다. 그 망설임은 나 때문이 아니다. 나보다 훨씬 어려운 청중이 늘 그를 주시한다. 문상훈이라는 엄격한 청중 말이다. 우리가 진짜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문상훈이 자기 자신과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와서다.
뭘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냐는 타박을 들으며 그는 지내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늘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꼴보기 싫은 자신을 징하게도 들여다보며 청춘을 백 번쯤 되살아본 것 같고 그러다가 아주 독특한 자의식들을 발명해낸 듯하다. 승화의 아이콘이 된 지금도 그는 알고 있다. 인생과 자기혐오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살아간다는 건 자신을 점점 더 미워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의 동료 작가 안담은 문상훈에 관해 이런 말을 했다. "모퉁이에 있었던 애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 문상훈이 아무리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부자가 된다 해도 변하지 않는다. 그가 모퉁이에서 왔다는 사실은. 그가 쓰는 문장을 단번에 이해할 또다른 모퉁이 인간들을 생각한다. 나 역시 모퉁이에서 그를 바라본다. 어떻게 유튜브를 냉소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서 문상훈이 웃기고 있는데. 어떻게 TV 앞에 앉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기에서 문상훈이 도망치며 울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문상훈을 봤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문상훈의 얼굴이 이 책에 있다. 내 인생은 문상훈의 재능과 고독을 바라보며 흘러간다.

김신식 (감정사회학자·작가)
문상훈은 각종 매체를 넘나들며 여러 사람의 모습으로 활약하다가도, 종종 소형 카메라를 켜놓고 시에 대한 애호를 범상치 않게 고백해왔다. 그럴 때마다 백 개가 넘는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며 시 쓰기에 대한 갈망을 놓지 않은 페르난도 페소아를 농담 반 진담 반처럼 재차 떠올린 적이 있다.
관련하여 문상훈의 글쓰기엔 어떤 고집이 느껴지는데, 이는 주변 광경을 세밀히 포착하고 타인과의 기억을 세심히 소환하는 기록 너머, 일정한 리듬을 갖춘 채 우리네 삶을 절묘하게 ‘이미지화’하는 시 구절 같은 단상을 낳는다. 처음엔 책 속 글귀를 쭈욱 낭독해보고픈 마음이 들다가 여러 번 읽을수록 시를 읊듯 한 줄 한 줄 낭송하고 싶어지는 이유다.
그가 은은하게 추구하는 형식미와 결합된 관계·젊음·죽음·행복·언어·감정 등에 대한 고찰을 따라가다 보면, ‘표류하는 자’의 미덕을 접하게 된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이미 여행’이라고 밝히며 부지런히 본인을 탐색했던 페소아의 정신에 빙의한 문상훈 덕분에, 나는 가장 가깝고도 먼 여행지, 아직 다녀오지 못했기에 흥미로운 여행지가 바로 내 자신임을 새삼 곱씹게 됐다.
무엇보다 문상훈은 맛깔난 비유를 통해 타인과 자기 자신의 생활을 이리저리 되살펴 보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감흥을 공유한다. 여기엔 삶의 고된 지점을 마침내 극복했다는 표현을 경계한 채, 버거운 삶에 대처하는 묘수처럼 포장된 말들에 현혹되지 않으려는 저자의 결기가 담겨있다. 그로 말미암아 이 책은 오늘의 다짐이 내일 급작스레 무너져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고, 어제 실컷 부정했던 생각들이 오늘따라 소중하게 다가오는 모순 속에서도 사람과 인생에 대한 ‘묘미’를 찾아 나서려는 이들에게 애정 있게 다가간다.

책 속에서

일기장을 덮어놓고 천장을 보면서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는 외로움에 대해 생각한다. 기분도 남 눈치 보면서 들고 생각도 다른 사람 허락받고 한다니. 취향과 호오의 기준이 내게 없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정말 좋은 건지 자꾸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게 된다. 나는 뭐 하나 하려고 해도 늘 누가 옆에서 지켜봐 주어야 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득 외롭다.
- 아무도 보지 않을 것 (p.33)

밤을 즐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내일을 축내서 오늘의 아쉬움을 희석하는 사람들. 나는 밤이 되면 당신들의 밤도 나 같은지 궁금하다. 당신도 나 같은 새벽 2시 21분을 보내고 있는지. 당신도 지금처럼 어두운 밤에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해지는 것들을 떠올리고 있는지. 아니면 마주 보고 있는지, 매만지고 있는지, 안고 있는지, 멀리 던져두고 있는지. 당신도 나처럼 이것들에 대해 서로 꺼내놓고 자랑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 밤벗 (p.45)

어릴 때는 아직 간지러워서 못 쓰고, 그 또래가 되면 괜히 싱거워서 안 쓰고, 시간이 지나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못 쓰는 단어. 청춘. 자음과 모음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양과 ㅊㅊ이 들어가는 발음 소리, 푸른 봄이라는 뜻까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데가 없지만 도무지 언제 써야 할지 모르겠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그 순간이고 스멀스멀 지나고 있다는 걸 알아도 어떻게 쥐고 있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 ㅊㅊ (p.56)

시인은 술도 밥도 그냥 먹지 않고 비도 허투루 맞지 않는다. 시인은 사람들이 피하는 눈과 비와 해풍도 동해 오징어처럼 처절하게 얼리고 녹이고 말리는 데 쓴다. 글씨 쓸 줄 알면 글도 써지는 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글로 시를 쓴다는 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검은색을 설명하는 일. 검은색도 빛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의 표현이고 검은색은 반사해낼 빛도 없는데 시인은 설명을 포기하지 않는다.
- 시인 (p.72)

내가 기억하는 내 평생 동안 행복을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추앙하다 보니 행복에 대해서 어렴풋한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지금 행복한지를 되도록 떠올려보지 않는 것이다. 공부를 하다가 내가 지금 집중을 하고 있구나라고 깨닫는 순간이 집중이 끝난 순간인 것처럼, 행복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맹목적인 태도를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 타인의 행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 우리는 너무 쉽게 행복을 (p.92)

몸 말고 마음도 감기에 자주 걸린다. 마음에 감기가 걸리면 나는 늘 새벽과, 술과, 관성 같이 담배를 찾게 된다. 아무래도 마음 안의 덩어리들을 뽑는 동안 긁힌 상처를 닦아내려면 몸을 해쳐야 하는 건가. 몸이 덜 아플 때가 많으니 자꾸 몸의 피를 빼서 마음에 수혈하게 된다. 내가 규정하는 나는 세포가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생각에, 나를 챙기려고 눈을 자주 감는 편인가 한다.
- 납득과 이해 (p.132)

네가 밉다고 할 때는 다섯을, 사랑한다고 할 때는 열을 세고 말하기로 한다. 말이 앞서고 글이 앞서서 솔직하지 못했다는 말을 자주하기로 한다. 상대의 표현이 서툰 것을 보고 마음이 작다고 여기지 않는 사려가 있으면 좋겠다. 내 비유와 언어유희가 또 내 마음을 새치기했다고 알려주기로 한다. 내가 미안한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운 사람에게 저울질한 마음 만큼만 내밀기로, 그 마음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받아들이며 살기로 한다.
- 새치기 (p.123-125)

[목차]
* 들어가며

1부
· 아무도 보지 않을 것
· 편지 1
· 밤벗
· 웃음은 낮에 유행은 밤에
· ㅊㅊ
· 너한테 실망했어

2부
· 시인
· 불쌍한 것들은 안아주고 싶어지니까
· 그 예쁜 모양의 돌들 때문에 이제는 죽는 것이 겁이 난다
· 우리는 너무 쉽게 행복을
· 편지 2
· 기다린다 해놓고 기다린 적 없었다
· 시력이 안 좋아도 안경을 쓰지 않는 사람

3부
· 자기혐오
· 새치기
· 내가 짝사랑을 하는 동안에 1
· 납득과 이해
· 내가 짝사랑을 하는 동안에 2
· 편지 3
·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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