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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 나태주 대표 시선집 - J.H Classic 70 (개정판,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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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18931
ISBN
9791157284368
페이지,크기
144 , 135*210mm
출판사
출간일
2021-04-05
[출판사서평]
_《경향신문》, 박재현(기자) 2015.10.14.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풀꽃] 전문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촉]전문

남의 외로움 사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제 외로움만 사 달라 조른다/ 모두가 외로움의 보따리장수.
----[시인학교] 전문

다른 아이들 모두 서커스 구경 갈 때/ 혼자 남아 집을 보는 아이처럼/ 모로 돌아서서 까치집을 바라보는/ 늙은 화가처럼/ 신도들한테 따돌림 당한/ 시골 목사처럼.

----[ 서정시인] 전문 아주 오래 전 술자리에서 그의 아내가 자궁을 잃었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아내를 어떻게 대하느냐고 물었다. 학교 일이 끝나면 교장 관사 둘레의 꽃길을 손을 꼭 잡고 걷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밤에는 반드시 꼭 끌어안고 잠에 든다고 했다. 성적 관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의 뜻밖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정말 그러느냐고 하자 자궁을 잃은 아내가 안쓰러워서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그이니 사실 그대로일 것이다. 그런 아내를 두고 그가 저승 가까이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관조하는 시를 썼다.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인생의 도사가 된 것이다. 「울던 자리」는 자신이 중환자실에 있을 때 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던 자리를 연상하고 쓴 시다. 그들의 막막함을 떠올리며 “여러 날 그들은/비를 맞아 날 수 없는/세 마리의 산비둘기였을 것이다.”라고 했다. “산비둘기”라는 구절이 가슴을 친다. 자신의 죽음보다 가족들이 겪을 아픔과 슬픔을 걱정하는 시인의 자애로움에 가슴이 뭉클하다. 「좋은 약」은 어떠한가? 중환자실에 널브러져 있을 때 시인의 부친께서 절룩거리는 다리로 지팡이를 짚고 면회를 왔다. 부친의 문병 말씀 중 “세상은 아직도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곳이란다”라는 말이 좋은 약이 되어 살아났다고 한다. 여기서도 세상의 모든 것을 긍정하는 그의 맑은 시선과 마음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세상이 징그럽도록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저승 문턱에서도 살아 나오리라. 그날 이후 그의 시는 일상의 행복을 더 많이 노래하고 이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세상에 존재하는 기쁨을 더 진하게 노래한다. 그 시들은 참으로 아름답고 때로 숭엄하며 대부분 고귀하다. 그리고 모두 재미있다.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세상에 사는 즐거움을 흠씬 맛보게 해 준다. 「그날 이후」는 병원에서 퇴원하고 직장에서도 퇴직한 후 몸과 마음이 작아진 시인이 아내를 어린애처럼 따라 다니며 아내와 동행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2천5백 원짜리 잔치국수만 먹어도 배가 부르는 행복감을 어디서 얻을 수 있으랴. 몽당연필은 정겹고 귀엽다. 근검절약이 생활화되어 있는 육이오 세대에게 볼펜 깍지에 끼워 쓰는 몽당연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초등학교에 재직할 때 필통 가득 몽당연필을 모았다고 했다. 아내에게 내가 그런 몽당연필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시인은 말한다. 나보다 십 년 연상인 나태주 시인. 나도 십 년 후에는 몽당연필로 보일 수 있을까? 풀꽃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지 못하는 나이니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심지어 그는 아내에게 “개처럼” 보이고 싶다고 「개처럼」에서 말했다. 맛있는 것은 구석진 곳에 가서 먹는 습관 때문이다. 십 년 후에는 나도 개처럼 먹게 될까?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완성」에서는 아내와 시인이 각각 반편으로 살다 보니 하나로 합쳐야 완전한 존재가 된다고 했다. 스스로 반편이 될 때 부부는 비로소 온전한 몸으로 완성된다니, 대단한 발견이다. 그 단정하고 고요한 시 「완성」을 표구에 새겨 삶의 귀감으로 삼고, 행복의 시금석으로 삼으려 한다. 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 아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 사람// 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도 가지 못하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 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완성」 전문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은 나태주 시인은 시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그 두 편의 작품이 「시인학교」와 「서정시인」이다. 시인을 대상으로 한 시를 무수히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간명하게 시인을 표현한 작품은 보지 못했다. 시인은 꿈이 많고 욕심이 많고 그래서 자기밖에 모르고 그래서 어린애처럼 순수할 수 있다. 그렇게 순수한 어린애의 시각을 지녔기에 시인은 자연의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들은 시인의 어느 일면만을 보는데 그는 시인의 전모를 파악했고 시인의 일상적 한계까지도 슬기롭게 이해하여 그것을 짧은 시로 압축해 표현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가졌는데도 늘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의 천진한 눈을 가진 시인은 아주 소박하고 편안하게 진정한 행복이 어떠한 것인가를 노래한다. 그의 시는 자세히 읽어야 예쁘고, 오래 읽어야 사랑스럽다. 인생의 진실, 우주의 진리는 거창한 이론이나 기묘한 논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정하고 고요하게 세상을 바라볼 때 저절로 솟아나는 것임을 그의 시가 깨닫게 한다. 이러한 발견과 터득의 기법은 지구 역사상 어느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다. 나태주 시인만이 이렇게 했다. 이로써 그는 하나님 다음 자리의 창조자가 되었다(이숭원 서울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목차]
시인의 말 4

풀꽃·1 14
풀꽃·2 15
풀꽃·3 16
선물 17
아름다운 사람 18
행복 19
부탁 20
멀리서 빈다 21
시·1 22
시·2 23
황홀 24
꽃 피는 전화 25
꽃이 되어 새가 되어 26
개양귀비 27
사는 법 28
이 가을에 29
산책 30
섬에서 31
선종 32
생명 33
명멸 34
황홀극치 35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37
눈부신 속살 38
그날 이후 39
몽당연필 40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41
울던 자리 42
희망 43
시간 44
먼 곳 45
뒤를 돌아보며 47
좋은 약 48
개처럼 49
나무를 위한 예의 50
여름의 일 51
아내·2 52
완성 53
아내·1 54
서울, 하이에나 55
강물과 나는 56
바다에서 오는 버스 58
돌멩이 60
미소 사이로 61
지상에서의 며칠 63
사는 일 64
하늘의 서쪽 67
멀리까지 보이는 날 68
안개가 짙은 들 70
저녁 일경一景 71
안부 72
기쁨 73
무인도 74
시인학교 75
제비꽃 76
서정시인 77
유리창 78
꽃잎 79
한밤중에 80
응? 81
딸에게 82
바람에게 묻는다 83
에라 84
촉 86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87
아름다운 짐승 88
별리 90
사랑 91
붓꽃 92
악수 94
화이트 크리스마스 96
꽃 피우는 나무 98
뒷모습 100
귀소 102
오늘의 약속 103
눈부신 세상 105
외할머니 106
대숲 아래서 108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대숲바람 소리 110
어머니 치고 계신 행주치마는 112
우물터에서 114
겨울 흰 구름 115
노상에서 116
삼월의 새 117
봄날에 119
초승달 121
빈손의 노래 123
배회 127
돌계단 130
들국화 132
기도 134
숲 속에 그 나무 아래 136
가을 서한·1 138
가을 서한·2 140
다시 산에 와서 142
상수리나무 나뭇잎 떨어진 숲으로 144
봄바다 145
달밤 147
메꽃 149
들길을 걸으며 151
비단강 153
산수유꽃 진 자리 154
이름 부르기 155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156
내가 꿈꾸는 여자 158
서러운 봄날 160
내가 사랑하는 계절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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