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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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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06304
ISBN
9788954687041
페이지,크기
440 , 133*200mm
출판사
출간일
2022-06-03
[출판사서평]
“삶이 내게 할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열두 살, 이미 삶을 완성한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낸
삶과 사랑의 진실에 대한 빛나는 통찰

1969년 겨울, 마을에서 ‘서흥동 감나무집’으로 통하는 집의 대문을 열면 우물가를 중심으로 두 채의 살림집과 한 채의 가겟집이 보인다. 한쪽 살림집은 이 집의 주인집으로, 해가 밝았는데도 늦장을 부리며 이불에서 나오지 않는 ‘영옥 이모’와 그런 이모에게 퉁을 놓으며 밭에 일하러 갈 채비를 마친 ‘할머니’, 그리고 실랑이하는 두 사람을 예사스럽게 쳐다보는 열두 살의 여자아이 ‘진희’가 있다. 여섯 살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후 아버지마저 어디론가 사라지자 할머니 집에 맡겨진 진희는 “삶이 시작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15쪽)을 깨달은 사람의 예리한 직관과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자신 앞에 일어나는 일과 주위의 사람을 꿰뚫어본다.
그런 진희의 눈에 비친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한 명 한 명이 고유명사이자 어떤 유형을 대표하는 보통명사라 할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의 모습은 다채로우면서 개성적이다. 우선 또다른 살림집에 살고 있는 ‘장군이 엄마’와 ‘장군이’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 험담하기 좋아하고 무슨 일이든 참견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장군이 엄마는 시시때때로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놓고, “유복자로 태어날 때부터 이미 효자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된”(320쪽) 장군이는 어리무던하고 순해서 매번 진희의 관찰 대상이자 실험 대상으로 선택된다. 네 칸으로 이루어진 가겟집에 들어앉은 ‘광진테라’와 ‘뉴스타일양장점’의 사람들은 또 어떠한가. 입만 열면 ‘이 인간 박광진, 왕년에 말야’로 시작하는 자신의 연대기를 늘어놓는 허랑방탕하고 허세 가득한 이 시대의 ‘풍운아’인 ‘광진테라 아저씨’와 그런 아저씨 옆에서 바지런하게 생활을 꾸려가는 속깊은 ‘광진테라 아줌마’, 그리고 양장점에서 시다로 일하며 “신분 상승의 야심을 위해서”(110쪽) 자신의 실력을 연마하는 ‘미스 리 언니’는 소설 곳곳에서 작품에 유머러스한 활력을 불어넣거나 때로는 긴장을 고조시키며 독자를 강하게 몰입시킨다.
그리고 소설의 다른 한 축에는 그 시대에 대한 세밀하고 풍부한 묘사가 자리해 있다. 펜팔을 통해 첫 연애를 시작한 영옥 이모의 연애 과정은 그 시절 청춘들의 사랑과 헤어짐의 풍경을 우리 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이고, 침착하고 이해심이 많은 광진테라 아줌마가 어느 날 “꾹꾹 눌러 저장하고 있”(76쪽)던 가슴속 고통을 ‘엄청난 폭발력’으로 터뜨리며 하는 돌출적 행동은 당시 여성들을 누르고 있던 압력의 세기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삶에 대한 나의 통찰을 완성시켰”(155쪽)다고 여길 만큼 다양한 진희의 독서 목록과, 가파르게 변화하며 때로는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당시의 정치 상황 또한 소설에 풍성함을 더한다.
하지만 『새의 선물』의 결정적인 장면은 무엇보다 그 유명한 “나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12쪽) 태도를 우리에게 각인시키는 순간일 것이다.

내가 내 삶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본다. ‘보여지는 나’에게 내 삶을 이끌어가게 하면서 ‘바라보는 나’가 그것을 보도록 만든다. 이렇게 내 내면 속에 있는 또다른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의 일거일동을 낱낱이 지켜보게 하는 것은 이십 년도 훨씬 더 된 습관이다.
그러므로 내 삶은 삶이 내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거리를 유지하는 긴장으로써만 지탱돼왔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거리 밖에서 지켜보기를 원한다.(같은 쪽)

삶이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열두 살의 아이가 터득한 태도. 자기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함으로써 삶을 냉철하게 이끌어가려는 이 태도는, 냉철함이 냉정함이나 차가움과 같은 말이 아니라 성실함의 다른 말임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듯하다.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그것을 다시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것은 곧 삶을 성실히 대하는 사람만이 가능한 태도일 테니 말이다. 은희경의 시그니처인 날카로움과 예리함이 탄생하는 순간은 이렇듯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었다.



“개정판을 내기 위해 처음으로 전체를 다시 읽었다. 이 소설을 쓰던 시절의 내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그때 나는 그동안 믿어온 것이 다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위축되어 있었다. 방치되었고 무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수행해야만 하는 일상은 매일 어김없이 닥쳐왔다. 밤이면 지치고 찡그린 얼굴로 가계부를 쓰며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내가 싫어하는 종류의 사람이 돼야만 했으므로 더이상 사랑을 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농담을 잘하던 시절이었다. 불행과 고독에 대한 태연한 농담들. 그것은 그때의 나에게 허용된 일종의 패기였다. 간절할수록 건조하거나 삐딱하게 말하곤 했는데, 내가 나에게 먼저 신랄하면 불운이 나를 좀 봐줄까 싶어서였다. (…)
나의 이십칠 년 전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본 기분. 그것은 뭐랄까, 내 삶을 개정판으로 편집해보는 상상을 하는 가운데, 그것을 수행하는 건 결국 나라는 걸 깨치는 순례 같은 것이었다. 삶을 다르게 쓰고 편집했어도 나는 결국 이 자리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 시절 사랑했던 존재들과 함께.” _‘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책 속에서>

나는 지금도 혐오감과 증오, 그리고 심지어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극복의 대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곤 한다.(10쪽)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쉽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언제라도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나의 열정은 삶에 대한 냉소에서 온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으며 당장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것들만 지니고 살아가는 삶이라고 생각해왔다. 삶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그 삶에 성실하다는 것은 그다지 대단한 아이러니도 아니다.(11~12쪽)

내가 내 삶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본다. ‘보여지는 나’에게 내 삶을 이끌어가게 하면서 ‘바라보는 나’가 그것을 보도록 만든다. 이렇게 내 내면 속에 있는 또다른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의 일거일동을 낱낱이 지켜보게 하는 것은 이십 년도 훨씬 더 된 습관이다.
그러므로 내 삶은 삶이 내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거리를 유지하는 긴장으로써만 지탱돼왔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거리 밖에서 지켜보기를 원한다.(12쪽)

내가 어른들의 비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어린애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서 ‘어린애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자기들이 다루기 쉽도록 어린애를 그저 어린애로만 보려는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어린애로 보이기 위해서는 귀엽다거나 영리하다거나 하는 단순한 특기만으로 충분하다.(20쪽)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남의 시선을 싫어하게 된 것은. (…) 그러나 바로 그렇게 남에게 관찰당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나는 누구보다 일찍 나를 숨기는 방법을 터득했다.(22쪽)

늘 나는 세상일은 우연한 행운이 쥐고 흔드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 생각은 행운을 가질 기회를 얻기까지는 스스로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꽤 건전한 정강으로 보완돼왔다.(51쪽)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는 미운 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확실한 사랑의 이유가 있는 고운 정은 그 이유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지만 서로 부대끼는 사이에 조건 없이 생기는 미운 정은 그보다는 훨씬 질긴 감정이다. 미운 정이 더해져 고운 정과 함께 감정의 양면을 모두 갖춰야만 완전해지는 게 사랑이다.(136~137쪽)

사랑은 자의적인 것이다. 작은 친절일 뿐인데도 자기의 환심을 사려는 조바심으로 보이고, 스쳐가는 눈빛일 뿐인데도 자기의 가슴에 운명적 각인을 남기려는 의사표시로 믿게 만드는 어리석은 맹목성이 사랑에는 있다.(198~199쪽)

냉소적인 사람은 삶에 성실하다. 삶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언제나 자기 삶에 불평을 품으며 불성실하다.(248쪽)

자기가 악역을 하고 있는 동안 누군가가 선량한 피해자의 역할을 너무나 잘해내고 있으면 그것처럼 화나는 일도 없으며 또 그것처럼 자기의 악역을 독려하는 것도 없다.(292쪽)

완전히 헤어진다는 것은 함께했던 지난 시간을 정지시킨다. 추억을 그 상태로 온전히 보전하는 것이다. 이후로는 다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간에 의해 지나간 시간의 기억이 변형될 염려도 없다. 그러므로 완전한 헤어짐이야말로 추억을 완성시켜준다.(305쪽)

모든 중요한 일의 결정적인 해결은 꼭 우연이 해준다. 복잡한 계산과 치밀한 논리를 다 동원하고도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을 때 우연은 그 어렵고도 중요한 일을 어이없을 만큼 가볍게 해결해버린다.(327쪽)

사람의 마음에 선과 악이 함께 있다는 것은 굳이 할머니 말씀을 듣지 않아도 나 스스로 체득한 지 오래이다. 나는 선이나 악 모두가 내 마음 깊이에 똑같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중 어느 한쪽만을 나의 진실한 모습이라고 주장할 마음은 전혀 없다.(344쪽)

대체 우리들이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나라는 존재의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357쪽)

삶이 내게 할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369쪽)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고통을 이겨내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또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망각이 있었다.(386쪽)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403쪽)

결국 우리는 스스로 의도하진 않았다 할지라도 누군가를 배신하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를지도 모른다. 마치 서로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처럼 심상하게 얽혀 짜여져 있지만 이 삶 속에서 누군가의 적이 되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삶 속에는 타의가 있는 법이니까.(429쪽)

[목차]
프롤로그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_009
환부와 동통을 분리하는 법 _015
자기만 예쁘게 보이는 거울이 있었으니 _024
네 발밑의 냄새나는 허공 _040
까탈스럽기로는 풍운아의 아내 자격 _057
일요일에는 빨래가 많다 _077
데이트의 어린 배심원 _085
그 도둑질에는 교태가 쓰였을 뿐 _104
금지된 것만 하고 싶고, 강요된 것만 하기 싫고 _116
희망 없이도 떠나야 한다 _133
운명이라고 불리는 우연들 _161
오이디푸스, 혹은 운명적 수음 _170
내 넨나 죽어 땅에 장사한 것 _187
슬픔 속의 단맛에 길들여지기 _207
누구도 인생의 동반자와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_227
모기는 왜 발바닥을 무는가 _235
태생도 젖꼭지도 없이 _249
응달의 미소년 _275
가을 한낮 빈집에서 일어나기 좋은 일 _306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깊은 것을 _331
사과나무 아래에서 그녀를 보았네 _356
죽은 뒤에야 눈에 띄는 사람들 _378
눈 오는 밤 _400
에필로그 상처를 덮어가는 일로 삶이 이어진다 _424

초판 작가의 말 _433
개정판 작가의 말 _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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