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시카고란 도시는 대략 300만 명이 거주하는 미국에서 가장 큰 대도시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대도시는 어느 정도 도시 기반시설이 이뤄져 있고 적정 인구가 거주하는 상태에서 서서히 몸집을 불리는 수순을 밟지만 1833년의 시카고의 인구는 15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1848년 일리노이~미시간 운하의 개통과 최초로 대륙횡단철도가 개통하면서 순식간에 미국 제1 교통도시가 되었고, 1870년에는 인구가 30만에 달합니다. 40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거대도시로 바뀌다보니 도시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1871년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27시간동안 이른바 시카고 대화재(Great Chicago Fire)로 도시가 모두 송두리째 불타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Jim Murphy의 《The Great Fire》는 바로 이 시카고 대화재의 참사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는 듯 생생하게 그려내는 작품입니다. 직경 10km에 달했던 도시의 건축물 8만여 채가 불과 27시간 만에 잿더미로 변했으니 그 상실감은 얼마나 컸을까요. 당장 먹을 것조차 없는 이재민만 무려 10만 명, 생활은 그야말로 전쟁의 참상을 능가하는데요, Jim Murphy는 이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시카고 대화재는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진창에서 연꽃이 피듯 폐허에서 사람들은 일어선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도시 전체에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이재민을 위한 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시카고를 실험장 삼아 새로운 건축공법이 탄생하기 시작했고, 흔히 마천루(Sky Scraper)라고 부르는 100층이 넘는 고층건물을 짓기 위한 핵심기술인 철골구조가 탄생하기에 이릅니다. 세계 最高의 Sears Tower(443m, Willis Tower)도 시카고에 있죠.
또한 시카고는 알 카포네를 비롯한 금주법 시대의 갱들의 역사가 숨 쉬는 곳이기도 합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