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어느 날 아빠가 두 아들에게 나무집을 짓자고 합니다. 아버지는 나무 위의 집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두 아들은 그냥 심심해서라는 이유로 동참했어요. 열심히 망치질하고 자르고 붙여서 마침내 나무 위에 그럴 듯한 집을 한 채 올렸습니다. 나란히 앉아서 내려다보니 이미 해는 지고 마을에는 불이 밝혀져 있네요.
아들이 아빠에게 하늘에 별이 보이질 않는다고 물어요. 이때 아빠는 도시의 불빛이 너무 밝아서 별이 보이질 않는 거라고 대답하는데요, 그 순간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온 도시가 캄캄해졌어요. 그러자 까만 밤하늘 사이로 새하얀 별이 환하게 빛나고 있네요. 마을 사람들이 손전등을 밝히고 집밖으로 나와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집을 짓느라 온 힘을 쏟은 형과 동생은 나무집 짓기를 계기로 친해졌어요. 이젠 밤만 되면 나무집에 올라가 어둠을 즐기네요.
정전을 소재로 한 정말 멋진 이야기 Andrew Larsen과 Dusan Petricic의 《In The Tree House》입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수시로 정전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찬장이나 책상서랍에 비상식량처럼 양초를 보관해놓고 있다가 꺼내서 불을 밝혔던 기억이 있네요. 저녁에 갑자기 어두워지면 마을 사람들은 손전등 불에 의지해서 골목어귀로 모여들곤 했어요. 정전에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 순박한 사람들과 오순도순 정다운 대화를 나누던 소중한 추억이네요.
현재는 정전이라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그야말로 엄청난 사건인데요, 이런 정전을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정말 멋지게 보여주는 멋진 그림책입니다. 풀벌레 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