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gson은 1832년 태어났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수학을 가르쳤는데 후세에 이름을 남길 만한 학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이름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그의 또 하나의 이름은, 루이스 캐롤Lewis Carrol이다.
캐롤이 사망한 지 백 년이 지났지만 그가 창조한 이상한 나라는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연인 앨리스 역시 영원하다.
존 테니얼John Tenniel이 그린 초판의 그림은 의외로 디즈니 버전과도 유사하다. 캐롤은 테니얼의 앨리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특히 가분수라는 것이 그의 섬세한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고 한다.
캐롤의 취향에 좀 더 맞는 것은 어쩌면 아서 래컴Arthur Rackham의 앨리스인지도 모른다.
테니얼이나 래컴, 디즈니말고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상적 소녀로서 앨리스를 그려 왔다. Chronicle Books의 앨리스는, 이 영원한 소녀의 다양한 모습을 한 권의 책에 모아 보자는 야심찬 기획의 결과물이다.
이 책의 그림들은 초판본이 나온 1865년부터 1929년에 걸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오늘날의 작가들과는 달리, 이들은 캐롤이 살던 빅토리아 시대가 아닌, 자기 시대의 소녀로 앨리스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장면을 그렸음에도 두 그림의 앨리스는 다른 모습이다. 래컴의 앨리스는 1907년 에드워드 시대의, 1929년 나온 윌리 포가니Willy Pogany의 앨리스는 이른바 재즈광 시대의 소녀복 패션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개구리의 차림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개구리는 원래 내러티브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앨리스는 그냥 등장인물이 아니라 작가가, 그리고 그 시대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징으로서의 소녀 그대로여야 한다.
이 책의 앨리스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소녀복 패션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은 그래서다.
연도가, 심지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그림들 역시 자기 자신의 영원한 소녀를 형상화했다.
앨리스의 흐름을 뒤밟는다는 근사한 아이디어의 걸림돌이라면 역시 많은 작가들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이미 저작권이 소멸된 그림들만 모아놓은 것은 어쩌면 그래서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통통한 뺨의, 그리고 고색창연한 옷의 소녀들은, 단순히 고풍스러운 그림의 풍미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이 소녀들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조금은 덜 분명했던 시절, 그리고 무의식에서라도 디즈니의 영향을 받지 않은 시절에 그려졌다. 검은색 짧은 고수머리이건 길게 늘어뜨린 금빛 머리이건, 하늘하늘한 로우 웨이스트 드레스를 입었건 체크 무늬 셔츠 칼라 원피스를 입었건 간에 상관없이, 이 아이들은 모두 영원한 소녀들이다.
아래 사진 순서는 다음과 같다.
W. H. Walker(1907)
John Tenniel(1865)
Arthur Rackham(1907)
Willy Pogany(1929)
Arthur Rackham(1907)
W. H. Walker(1907)
Besse Pease Guttman(1907)
A. E. Jackson(1914)
Alice Woodward(1913)
Margaret Terrant(1916)
Thomas Robinson(1922)
A. A. Nash(연도 미상)
작가 미상
작가 미상
Gwynedd Hudson(1922)
Gertrude Kay(1923)
Arthur Rackham(1907)
Maria Kirk(1907)
Gwynedd Hudson(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