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자, 도망가자! 의자의 좌충우돌 놀라운 모험
어딘가에 앉기 위해 떠난 의자의 모험은 높다란 산에 올라가며 반전된다.
산이 폭발하고, 바위가 녹아 흘러내리고, 흐물흐물해진 뜨거운 바위가 의자를 쫓아오게 된 것이다.
이상한 모양의 바위는 흐물흐물 인간이 되어 더욱 빠르게 의자를 따라간다.
노란색 작은 의자와 대조되는 커다랗고 빨간 흐물흐물 인간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추격전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이 추격전은 비교적 길게 연출되는데, 반복적이고 운율감 넘치는 의자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생동감을 그려낸다.
재치 있는 반전과 엉뚱한 상상력이 묻어 나오는 결말은 책을 덮은 후에도 다시금 의자의 모험을 상상하게 한다.
또한 남을 앉히는 사물인 의자가 생각을 전환하여 어딘가에 앉기 위해 떠난 모험은 그 자체로 철학적인 물음을 주어 사유의 확장을 돕는다.
강렬한 원색의 일러스트와 유머러스한 반전이 돋보이는 그림책
균형미 있는 타이포그래피의 표지 제목은 의자가 아저씨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일러스트와 어우러진다.
왜 의자는 거기 앉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넘기면, 의자는 아저씨를 제 몸 위에 앉힌 상반되는 모습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의자가 모험을 떠나며 보이는 배경은 단순하면서도 장마다 색감의 반전을 주어 특이하게 연출된다.
같은 산도 어떤 장에선 빨간색으로, 또 다른 장에선 노란색으로 그려지기도 하며, 지나치는 나무 또한 푸르렀다가 새빨개진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익숙한 사물을 새로운 시선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노란 의자와 의자를 쫓는 빨간 흐물흐물 인간의 추격전 역시 강렬한 원색으로 대비되어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그림책 작가뿐 아니라 만화가로도 활동한 초 신타는 4컷 만화 형태를 부분적으로 활용하여 자칫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형식의 재미를 더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는 의자의 모험을 쉽게 따라갈 수 있게 오른쪽으로 묶은 제본 방식 또한 매력적인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