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언제나 바쁜 토끼 Harry는 밥도 허겁지겁 먹을 정도로 시간에 쫓겨 삽니다. 주위를 돌아볼 틈도 없어요. 어느 날 스쿠터를 타고 달리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고 마는데요, 이럴 수가! 토끼를 바삐 살 수 있게 해준 스쿠터가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거북이 Tom입니다. 이 친구는 모든 게 느려요. 말하는 것도 느리고 밥 먹는 것도 느려서 잠깐 기다리다 보면 한나절입니다. 토끼 입장에서는 답답해 미칠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Harry의 스쿠터를 고쳐줄 친구가 Tom인 걸 어떡합니까. 심지어 Tom은 Harry가 기다리는 동안 밥을 해주겠다고 하네요. 어쩌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느리게 사는 삶에 동참할 수밖에요.
빠름의 대명사 토끼와 느림의 대명사 거북이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등장시켜 들려주는 현대인의 우화 같은 이야기 《Harry in a Hurry》입니다. 흔히 외국인들이 말하는 한국인의 특징으로 ‘빨리빨리’라고 하는데요, 사실 한국인의 특징만은 아닙니다. 과거와 비교해 생활 속도가 현저히 빨라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의 특징이니까요.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처럼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알려주는 멋진 책인데요, 성과와 결과가 아니라 여유와 과정이 중요성을 가슴에 새길 수 있게 합니다.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봐야 할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