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유행성 인플루엔자가 영국 동아프리카(British East Africa: 현재의 케냐)를 강타하면서 열세 살 소녀 Rachel은 졸지에 고아가 되었다. 선교사인 그녀의 부모님은 Rachel이 태어나기 전부터 아프리카로 와서 병원과 교회를 짓고 Masai족과 Kikuyu족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1919년 경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행성 독감 때문에 가족을 잃으면서 그녀는 기나긴 고난과 역경의 모험이 시작됐다. 고향인 아프리카를 떠나 황폐한 영국으로 향한 Rachel은 물려받은 유산을 탐하는 악랄한 이웃의 마수를 피해 재산도 지켜야 하고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가서 병원을 열어야 한다.
암울한 역사 속에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소녀의 모험 Gloria Whelan의 《Listening for Lions》입니다. 유행성 독감으로 온 사방이 죽음으로 점철된 암울한 현실에 내동댕이쳐진 소녀는 자신의 힘으로 꿈을 이루고자 하는데요, 그 험난한 여정이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그리고 감동의 피날레가 울려 퍼지는데요, 케냐의 아름다운 자연을 직접 지켜보는 것 같은 묘사와 어우러져 전율이 흐를 정도입니다.
참고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많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죠. 사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질병이었습니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4년 만에 유럽 인구의 1/3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19세기 인도부터 시작된 콜레라는 남극을 제외하고 전 대륙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제1차 대전 당시 스페인 독감(Listening for Lions에서는 유행성 독감)이 유행하면서 전쟁으로 죽은 병사의 수보다 스페인 독감으로 죽은 사람의 수가 훨씬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도 모두 14만 명이 숨졌는데, 추수를 앞둔 가을이었음에도 상여행렬이 줄을 잇는 바람에 곡식을 거둬들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죠. 심지어 마을의 전령이었던 우편배달부마저 모두 쓰러져 전국의 우편 업무 자체가 마비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