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졸아든 마음을 부풀리는 고양이만의 레시피
꾹꾹 누르다 보면 기분도 말랑말랑
우리 집에 나보다 커다란 누군가가 날 반긴다면 왠지 든든해질 것이다. 마치 어린이가 된 것처럼. 게다가 커다란 고양이라니 생각만 해도 푹신하다. 처음엔 어리둥절하지만 푹 빠져 보고 싶은 포근한 판타지가 열린다.
고양이는 말없이 ‘나’를 이끈다. 고양이는 원래 말을 할 수 없지만, 이런 날엔 고요한 보살핌이 더 고맙다. 고양이의 세심한 손길이 한 칸 한 칸 담기고 내가 천천히 먹는 모습도 한 입 한 입 담긴다. 나의 텅 빈 에너지에 비해 풍성한 저녁은 썩 맛있게 먹히질 않는다. 계속 이렇게 쳐져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타이밍에, 고양이는 빵 만들기를 준비한다.
고양이를 따라 움직이는 나에게 빵 만드는 시간은 기분을 환기하는 시간이 된다. 반죽을 치대고 둥글리면서 손이 바빠지자 머리와 맘은 숨을 고르는 듯하다. 하루 동안 붙들린 기분을 잠시 다른 데 두고 단순한 작업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도 반죽에 토닥인다. 이제 빵을 구울 수 있는 알맞은 온도가 되자, 빵도 마음도 스스로 잘 부풀어 오른다.
빵을 맛있게 나눠 먹고 나서야 나는 입을 연다. 그렇지만 마음은 이미 빵빵해졌다. 꼭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놓지 않아도 쉽게 웃음이 난다.
연필의 회색만으로 다채롭게 번지는 감정선
김효정 작가의 작품들은 왁자지껄하기도, 아기자기하기도, 차분하기도 하다. 이야기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늘 기꺼이 빠져들고 싶은 판타지와 일상에 발붙인 공감대를 지닌다. 『고양이가 커진 날』에서는 차분한 정서에 어울리는 새 재료를 꺼내어 전작들과 또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 책은 연필만을 사용한 흑백 톤으로 그려졌다. 이야기에 따라 회색빛은 각기 다른 온도를 발한다. 축 처진 귀갓길은 콘크리트처럼 차가운 회색빛, 고양이의 등장부터는 털처럼 보드라운 색조의 회색빛이 읽힌다. 그리고 마음이 나아지는 최적의 온도에서 노란빛이 흘러나온다. 노릇한 빵에서 점차 물든 노랑 기분으로 고양이가 커진 날의 저녁 시간이 마무리된다.
* 인증유형 : 공급자 적합성 확인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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