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 잃어버린 건 구두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인생 최악의 순간, 실수로 바꿔 신은 신발이 이끈
오직 나를 위한 두 번째 기회
런던의 한 스포츠센터 탈의실. 똑같이 생긴 가방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하나는 명품, 하나는 정교한 짝퉁. 샘은 숨 돌릴 틈도 없이 가방을 들고 뛰쳐나간다. 미팅까지 23분. 늦으면 끝장이다. 그런데 차에 타서 가방을 열자마자 깜짝 놀란다. 자신의 낡은 플랫슈즈 대신 고가의 빨간색 하이힐이 번쩍인다. 거기다 샤넬 재킷까지. ‘대체… 이게 왜 내 가방에?’
한편 그 시각, 진짜 가방 주인인 니샤는 작은 비명을 지른다. 가짜 가죽에 비닐 덮개가 벗겨진 가방 안에 낡고 두툼한 굽이 달린 못생긴 검은 구두 한 켤레가 들어 있다. 가만 보니 자신의 가방이 아니다. 문제는 구두를 찾을 새도 없이 더 큰 재앙이 터졌다는 것이다. 남편이 다짜고짜 이혼을 통보하는 바람에 말 그대로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펜트하우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카드도 계좌도 모두 차단당해 버렸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샘은 평생 신어본 적 없는 하이힐을 신고 삶의 다른 문을 열어젖히고, 니샤는 낡은 플랫슈즈를 신은 채 현실의 바닥을 걷기 시작한다.
· “한 페이지에선 웃게 만들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선 울게 만든다.”-뉴욕타임스
마지막 페이지까지 내달리는 속수무책의 웃음과 눈물
샘은 우울증에 걸린 남편을 대신해 생계와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괴롭히지만 절대 일을 그만둘 수 없다. 그러면서도 암 투병 중인 친구를 돌보고, 설상가상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해 집안일을 부탁하는 부모님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다. 샘은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으려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그럴수록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한편 니샤는 궁핍한 어린 시절을 지나 부유하고 화려한 삶을 누리게 되었지만, 이런 삶은 순전히 남편의 손바닥 위에서만 허용되는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안전망 하나 없이 남편으로부터 내쳐진 순간, 니샤는 자신이 쌓아온 것이 정말 자신의 것이었는지 처음으로 묻게 된다.
『타인의 구두』는 ‘이 나이’가 되면 모든 게 안정될 줄 알았는데…’라며 푸념을 늘어놓는 현대인의 고민과 불안을 정확하게 조준한다. 안정적인 직장, 결혼 생활의 행복, 마땅히 누려야 할 꿈들. 그러나 이 모든 기대가 얼마나 손쉽게 미끄러질 수 있는 것인지를 날카롭게 파고들면서도 좌절에 머무르지 않는다. 조조 모예스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건 지독하게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면서도 단숨에 읽어나갈 만큼 “짜릿하게 재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필력은 이 소설에서 다시 한번 정점에 이른다. “책태기를 극복하게 해준 소설”, “연휴를 통째로 반납하게 만든 유일한 책”이란 독자평은 과장이 아니다. 아마존과 굿리즈에 쌓인 35만 개의 평점이 이를 입증한다. 구두의 행방을 쫓는 미스터리와 연쇄적인 소동은 서스펜스를 더하고 예상치 못한 반전은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 “당신은 언제나 당신 생각보다 강했어요.”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다정한 포옹 같은 소설
이 소설의 진정한 백미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성이 구두 한 켤레를 계기로 서로의 인생에 가담하는 ‘공범’이 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신발 사고로 끝날 줄 알았던 소동은 니샤의 남편이 위자료를 주는 조건으로 ‘그 구두’를 되찾아 오라고 요구하면서 기묘한 국면으로 접어든다. 니샤에게 이제 구두는 자신의 삶을 되찾아 줄 유일한 끈이 되지만, 사정을 모르는 샘의 딸이 그 구두를 중고 매장에 홀랑 팔아버리는 바람에 상황은 다시 벼랑 끝으로 치닫는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사느라 낡아빠진 구두 굽처럼 닳아가던 두 여자는 기꺼이 서로를 돕기 위해 함께 공모한다. 그리고 이 뜻밖의 연대는 역설적으로 생전 처음 느껴보는 짜릿한 해방감을 안겨주며,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되찾게 만든다.
『타인의 구두』가 펼쳐놓은 소동은 발칙하지만, 그 안에 담긴 위로는 더없이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마치 현실을 사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처럼 실수하고 부족하고 때로는 이기적이다. 하지만 조조 모예스는 숱한 결점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기어코 다정함을 찾아내고 서로를 일으켜 세운다. 끝내 마음에 차오르는 건 강한 믿음이다. 스스로를 과소평가했던 순간들이 무색해질 만큼 우리는 여전히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 그리고 인생은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산뜻한 희망으로 무장한 믿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샘과 니샤처럼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설령 지금 맨발로 서 있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