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법 빗자루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마법 빗자루가 언제까지고 하늘을 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영원할 것 같던 빗자루도 하루하루 낡아 가고, 아무리 좋은 마법 빗자루라도 언젠가는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된답니다.
다행히도 그런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주 가끔은 빗자루가 갑자기 힘을 잃어버리기도 해요.
오래전 어느 쌀쌀한 가을밤,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녀와 마법 빗자루라니!
마법 빗자루도 힘을 잃을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이끄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책 《어느 날, 마법 빗자루가(원제 The Widow's Broom)》는
이렇게 시작된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는 현실과 환상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발견하여 그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탁월한 재주를 지닌 작가이다.
독자들은 그가 현실과 환상을 뒤섞어 만들어 낸 기묘하고 놀라운 상상력 속으로 주저없이 빨려들어간다.
그가 발견하여 만들어 낸 세계는 비일상적이고 허무맹랑한 마법 세계가 아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어느 날, 마법 빗자루가》속에서 홀로 사는 아주머니가 마녀와 마법 빗자루를 발견하고도 평범한 일상을 이어 가는 것처럼 말이다.
알스버그의 판타지 세계를 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상상력만큼이나 매력적인 그림이다.
알스버그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현실적인 환상 세계를 단조로운 세피아 톤의 색과 세밀하고 섬세한 묘사로 그려 냈다.
부드러운 듯 거친 세피아 톤은 그 하나만으로도 음울함, 의문스러움, 장엄함, 익살스러움, 평온함과 같은 다양한 심상을 불러일으키며 화려한 색상보다 오히려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머리카락, 닭의 깃털, 숲속을 뒤엎은 나뭇잎 들뿐 아니라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고 정교하게 묘사한 그림은 미스터리하면서도 서늘한 분위기를 잘 살려내며 어딘가에 있을 듯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서늘한 두려움, 통쾌한 반전!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그려낸 현실적 환상 세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지만 다행히도 인정 많은 아주머니에게 발견된 마녀는 아주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몸을 회복한 뒤 빗자루를 남겨 두고 사라진다.
남겨진 빗자루는 비록 하늘을 나는 힘은 잃었지만, 여느 빗자루들과는 달리 바닥을 쓰는 일은 물론이고, 장작을 패고, 물을 긷고, 심지어 피아노 연주까지 한다.
하지만 빗자루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빗자루가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데도 이웃 스피베이 씨는 빗자루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빗자루가 자신의 두 아이를 혼쭐내 준 이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찾아와 사악하고 요망한 물건이라는 이유로 빗자루를 불태워 버린다.
스피베이 씨가 빗자루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우리도 때때로 낯선 것, 나와 다른 것, 이해할 수 없는 것,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은 편견을 부르고, 벽을 쌓고, 거리를 만들고, 차별하게 하고,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으로 증폭되며 확대된다.
그래서 오랜 옛이야기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는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알스버그는 판타지 세계 이면에 이러한 현실의 이야기를 담아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도록 하지만 메시지를 지나치게 강조하지는 않는다.
예상치 못한 반전을 통해 마지막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고 나면 비로소 느끼게 되는 통쾌함을 선물할 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진정한 매력은 통쾌함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눈앞에 마법 빗자루가 나타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시작한 이야기가 이렇게 읽는 이들 저마다의 이야기로 다시 쓰여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스쿨라이브러리저널 선정 올해 최고의 책} {미국 도서관협회 선정 올해 주목할 만한 책}
{혼북 팡파르 선정 도서} { IRA-CBC 칠드런스 초이스 선정 도서}
{아이오와 칠드런스 초이스 어워드} {북리스트 편집자 선정 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