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그리고 20년 후의 이야기 『파수꾼』
한층 성숙해진 목소리로 그려 낸 어른들의 성장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1960년 출간된 이후 40개 국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4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한국에서도 2003년 정식 발매 이후 3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1961년 퓰리처상 수상작,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영국인들이 꼽은 역사상 최고의 소설 1위 등의 기록을 갖고 있다.
2001년에는 시카고에서 《한 도시 한 책》운동의 도서로 선정되어 당시 그 지역의 큰 문제였던 인종 차별을 해소하고 시민들의 의식을 바꿔 놓는 데 기여했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인종 차별 문제, 인권 유린 문제에 경종을 울린 작품이다.
『파수꾼』도 큰 범주에서 보아 그와 같다.
그러나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진 루이즈가 여섯 살 아이였다면 『파수꾼』은 주인공이 스물여섯 살의 성인이다.
20년의 차이가 있는 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의식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집필 당시 작가의 주변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던 흑인 인권 운동과 백인들의 폭동들이 나오고,
이를 대하는 당시 사람들의 상반된 의견이 작중 인물들에 그대로 스며 있다.
그 밖의 세계사적 사건이나 문학적 인용도 작품을 읽어 내는 데 주요한 혈맥 역할을 한다.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은 둘 다 성장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도 같다.
『파수꾼』 속 주인공은 성인이지만 이제 막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진 루이즈에게 아버지는 양심의 파수꾼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재판에서 흑인을 변호했고,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했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의 집에서 흑인 비하 일색인 소책자를 보게 된 것이다.
그 순간부터 딸에게 아버지는 증오와 극복의 대상이 된다.
뒤따르는 실망과 분노, 갈등과 대립은 그녀를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