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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기에 있어 - 창비청소년문학 146 Paperback
남겨진 흔적과 기억의 가치를 되짚는 다섯 가지 이야기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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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45330
ISBN
9788936457464
페이지,크기
176 , 140 * 210 mm
형태
Paperback
출판사
출간일
2026-03-20
[출판사서평]
틈이 작다고 그 안의 세계까지 작은 건 아니야
우주와 자연이 세워 온 고유한 질서

어느 날 문득, 신경 쓰여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거나 늘 지나던 곳인데 갑자기 낯설어 보이는 길이 있지 않아? (...) 그곳에 틈이 있어서 그래. 시간과 공간이 다른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는 틈. (본문 9면)

소설집의 시작을 여는 「스페이스 크랙」은 빅뱅 이후 우주가 팽창하며 생겨난 세상의 작은 ‘틈’과 그로부터 펼쳐지는 무한한 가능성을 짧고 강렬하게 그려 낸다. 낯선 시간과 공간이 틈을 통해 연결되고,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소통한다. 우주 팽창과 시간의 공존 같은 거대한 과학적 담론이 어느 날 문득 낯설어진 골목길로 좁혀지는 순간, 이야기는 우리 곁에 도착한다.
시간에 대한 낯선 감각은 「나무의 시간」에서도 이어진다. 인류보다 사억 년 이상 앞서 지구에 존재했던 식물들은 그 긴 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나무의 시간」은 식물의 고유한 움직임, 그리고 인간이 식물에게서 빼앗았던 시간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한 에코 스릴러다. 기후 재난으로 나무들이 말라 죽어 가는 시대, ‘서진’, ‘하연’, ‘태오’ 세 친구는 숲에서 멸종 위기종인 어린 은행나무 세 그루를 발견하고, 오묘한 기운에 홀린 듯 나무를 한 그루씩 집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그날부터 세 사람의 마을에 기이한 사건들이 숨 가쁘게 생겨나기 시작한다. 두 작품은 자칫 인간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착각하기 쉬운 세상에 사실 오래전부터 다른 질서가 작동하고 있었음을 일깨운다.

정답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설계 너머의 질문과 선택에 대해

「감정 구독자」의 배경은 신종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돌고 사람들이 부모가 되길 포기한 사회이다. 현실의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곳에서, 인류는 존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전자 편집’을 선택한다. 그렇게 높은 지능과 병에 걸리지 않는 ‘완벽한’ 몸을 갖고 태어난 ‘AWP’들은 부족한 한 가지, ‘인간다움’을 채우기 위해 ‘감정 구독’ 시스템을 이용한다. 인간에게서 태어난 ‘수지’는 아픈 엄마를 돌보며 살아가던 어느 날, 남몰래 동경하던 AWP 이웃 ‘엘’과 뜻밖의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부족한 것 없게만 보였던 엘이 인간을 이해하고 싶어 ‘사랑’을 구독한 후 생각지도 못했던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난 정답을 찾고 싶었어요. 하지만 애초부터 인간의 삶에 정답이라는 건 없었던 거예요.” (본문 133면)

인간다움이란 무엇이며, 우리 삶에는 ‘정답’이 있는가? 엘이 인간을 탐구하고 감정을 구독해 가며 고민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무언가를 선택하고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작품에서 고민하는 ‘인간다움’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난 떠났지만, 아직 여기에 있어.”
남아 있는 흔적들을 발견하는 일

표제작인 「아직 여기에 있어」에서 온라인 전투 게임 ‘프런트 라인’을 플레이하던 고등학생 ‘리온’은 NPC인 인공 지능 캐릭터 ‘스펙터’의 이상 행동을 목격한다. 스펙터는 생생한 목소리로 “우린 살아야 해.”(31면)라며 평소의 지정된 대사와는 다른 말을 하고, 전투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생존하고자 애쓰다가 급기야는 위기 상황에서 게임을 마음대로 리셋해 버리기까지 한다. 기이함을 느껴 스펙터의 정체를 추적해 가던 리온은, 코드 너머로 존재하는 누군가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긴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작품 「이별 박물관」은 주인공 ‘나’의 이별 경험을 분석해 재현한 다섯 개의 전시실을 보여 준다. 전시실 속 물건들은 머릿속 경험과 이미지를 구현해 만든 모조품이지만, 이모가 요리해 주던 피자의 달콤짭짜름한 향이나 이제는 볼 수 없는 강아지 ‘구름이’의 보드라운 털 같은 감각이 기억 속 감정을 불러온다. 불가능해 보였던 많은 것들이 가능해진 세상이지만, “때로는 절대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게 있”(본문 62면)다는 사실을 「이별 박물관」은 담담히 일깨운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우리가 놓쳤다고 여긴 마음들이 아직 여기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기억하고 지키려는 마음은 아직 여기에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인간이 살아가며 남긴 흔적들은 어떤 형태로든 끝끝내 머무른다. 흔적이 힘을 갖게 되는 순간은 그것이 얼마나 완벽하게 보존되었느냐가 아니라, 누군가 그것을 발견하고 복기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날이 발전하며 동시에 많은 것을 잃어 가는 세계에서, 우리는 어떤 자취를 남기고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할까. 그리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곁에 있지는 않은가. 『아직 여기에 있어』는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다섯 가지 고민의 기록이다.

줄거리

「스페이스 크랙」
“오래된 건물 외벽에서 자라난 이름 모를 풀을 본 적 있니? 그곳에 틈이 있어서 그래. 시공간이 다른 새로운 세상과 연결되는 틈.” 빅뱅 이후 우주가 팽창하며 생겨난 세상의 ‘틈’, 그곳을 통해 낯선 시공간으로 건너가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아직 여기에 있어」
온라인 전투 게임 ‘프런트 라인’을 플레이하던 고등학생 ‘리온’은 NPC인 스펙터가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을 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필사적으로 생존하고자 하는 ‘스펙터’의 정체를 탐색해 가다가, 리온은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에 다가선다.

「나무의 시간」
산에서 작은 은행나무 세 그루를 발견한 ‘서진’, ‘하연’, ‘태오’는 규정을 어기고 몰래 나무를 집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그날부터 걷잡을 수 없이 이상한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인간이 식물에게서 빼앗았던 시간들을 긴장감 있게 풀어낸 에코 스릴러.

「감정 구독자」
유전자 편집으로 완벽한 몸을 가진 인간 ‘AWP’가 태어나는 시대, 부족한 ‘인간다움’을 보충하기 위해 ‘감정 구독’ 시스템이 생겨난다. 평범한 주인공 ‘수지’는 AWP 이웃인 ‘엘’이 ‘사랑’을 구독하기 시작한 뒤 뜻밖의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별 박물관」
내가 삶에서 겪었던 이별들로 만들어진 박물관이 있다면 어떨까? 어린 시절 담임 선생님이 선물해 준 열쇠고리, 이모가 만들어 주던 피자, 내 곁을 떠난 강아지의 쿠션 등 한때는 특별할 것 없던 일상적인 물건들이 한 사람의 삶을 통과해 온 기록으로 전시된다.

저자의 말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우리가 놓쳤다고 여긴 마음들이 아직 여기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주의 틈새로 열리는 새로운 시공간, 인간의 흔적이 묻은 데이터 세상, 나무의 시간이 머무는 숲과 유전자 편집 인간이 감정을 구독하는 시대, 그리고 불현듯 찾아온 이별의 공간에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기억하고 지키려는 마음은 아직 여기에 있다.

[목차]
스페이스 크랙
아직 여기에 있어
나무의 시간
감정 구독자
이별 박물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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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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