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네루, 처칠, 버트런드 러셀 등에게 지혜의 원천이 되었던 명저
인도의 네루가 감옥 속에서조차 “흐르는 듯한 선율의 문장을 어떤 소설보다도 더 몰두해서 읽었다”는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는 18세기에 쓰인 대표적인 영문이다. 지금도 역사서와 문학 작품으로서의 고전적인 성가를 동시에 누리고 있는 이 책은 집필에만도 12년간(1776-1788)이 소요된 전체 6권의 대저이다.특징200년도 더 전에 쓰인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는 지금도 중요한 역사서로서 읽히고 있다. 그것은 이 책이 세계 역사상 다지역, 다민족을 통합하여 통치한 첫 세계 제국, 로마 제국을 학문적으로 종합하여 기술한 첫 역사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문학 역사에서도 기번의 문장은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네루와 처칠과 같은 세계사의 주역들이 이 오래된 책을 끊임없이 숙독한 것은 이 책이 로마 제국이라는 역사적 사실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와 개인에게 교훈서로서의 역할을 크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오현제 시대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의 서술 의도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오현제 시대(트라야누스 황제[재위 98-117년]~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재위 161-180년])는 자타가 공인하는 로마 제국의 최전성기였으되, 기번은 이 최전성기에서 쇠퇴의 징후를 발견하고 그 쇠퇴와 멸망의 과정에 역사 서술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특히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가 시작되는 작금에 이 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은 고대의 로마 제국처럼 현대의 미국이 단극적으로(Unilaterlly) 세계 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팍스 로마나와 팍스 아메리카나는 곧 패권의 규모와 행사, 문명의 질과 규모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는 로마 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고, 열기라고 할 정도의 관심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열기의 저변에는 ‘큰 것’에 대한 동경과 한국 경제에 대한 당시의 자신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로마 제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팍스 로마나의 거대함과 영광과 화려함이 아니라, 그러한 대제국이 왜 쇠망하게 되었느냐일 것이다. 특히 약소국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의 한국에서는 대제국 로마의 영고성쇠의 원인과 과정이야말로 반면교사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로마 제국 쇠망사』의 가치는 우리에게 더욱 의미가 클 것이다.까치글방에서는 이번에 기왕의 황건 씨가 번역한 『로마 제국 쇠망사』 발췌판을 일반 독자들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수의 원색 그림과 사진 그리고 지도를 곁들여 『그림과 함께 읽는 로마 제국 쇠망사』 제명을 바꾸어 상재했다. 본문 역시 상당한 개역이 이루어졌으므로, 새로운 번역본이라고 해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주요 내용이 책은 오현제 시대의 초기를 다룬 제1장(98-108년)으로부터 서로마 제국 멸망 당시를 다룬 제15장(408-410년)과 끝으로 동로마 제국의 성립과 멸망, 무하마드와 이슬람교의 출현을 다룬 제16장 등 총 1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인 에드워드 기번은 18세기의 역사가이자 철학자로서 인간의 사상이나 창조성 및 정신적 타락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역사란 범죄와 어리석음 그리고 인류의 불행에 관한 기록에 불과하다”고 말한 그의 통찰력과 균형 잡힌 시각은 『로마 제국 쇠망사』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큰 역사가치고 큰 문장가 아닌 경우가 드무니, 기번 또한 예외가 아니다. 『로마 제국 쇠망사』의 역사서로서의 명성은 2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빛이 퇴색하지 않았으니, 저자의 박학과 탁견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발군의 역사적 상상력은 지금도 장중한 문장에 지탱되어 그 행간마다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특히 1,400년간의 대제국의 역사(트라야누스 황제―동로마 제국 멸망)가 한 역사가에 의해서 일망무제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로마 제국 쇠망사』는 대로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로마 제국 쇠망사』의 방대한 내용을 발췌 요약한 손더스의 요약판은 본디의 문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살리고 있는 까닭에 기번의 문장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손더스는 『로마 제국 쇠망사』 중에서 로마의 최전성기였으나, 이미 그 쇠퇴의 기미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트라야누스 황제 시대에서부터 서로마 제국의 멸망까지의 400년간을 다룬 전반부 3권만을 발췌 요약했는데, 그것은 로마의 법통이 서로마 제국에 있으며, 기번이 애초에는 사료의 불비 등으로 그 3권에서 『로마 제국 쇠망사』를 종결지으려고 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 손더스는 원 저의 세류(細流)들을 훌륭하게 마름질함으로써 독자들이 훨씬 접근하기 쉬운 ‘또 하나의’ 『로마 제국 쇠망사』를 만들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