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옮긴이의 말
번역을 하면서 지나치리만치 많은 쉼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제의 문제, 끝없이 이어지는 만연체 등등, 아마도 다자이 오사무를 번역한 적이 있는 모든 번역가들이 겪었을 난해한 문체를 마주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 했다. 물론 그 판단 기준이 된 것은 내가 가진 지식과 동료들의 조언이었다.
좋은 번역이란 외국어와 한국어 실력, 해당분야 지식의 세 박자가 다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 세 박자가 다 맞아떨어지기에는 내가 아직 모자란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일본어와 한국어 실력이 이미 어느 정도 굳어진 나이에, 지금 내 수준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번역이 바로 이번 다자이 오사무 전집 번역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양, 옮긴이 후기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다자이 한 사람을 통해 지난 삼 년여 간 나를 스쳐 지나간 것들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고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던 날도 있었지만, 대개는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했다. 특히 즐거웠던 건 다자이에게서 나와 비슷한 점을 발견했을 때였다. 돌이켜 보면 번역을 하면서 유난히 참기 어려웠던 건 ‘술’이었다. 특히 9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술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술독에 빠져 사는 주인공들이 많이 나오는데, 문제는 나 역시 술의 유혹에 매우 약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번역은 하루에 문고본으로 서너 장 정도면 하루해가 꼴딱 다 갔기 때문에 오백 페이지가 훌쩍 넘는 전집 한 권을 끝내려면 하루 종일 꼼짝없이 책상 앞에 붙어 앉아 있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다자이가 아침이고 낮이고 ‘마시자, 마시자.’ 하면서 나를 유혹했다. 꾹꾹 참다가 해가 지면 뛰쳐나가 허겁지겁 생맥주를 들이켜던 날들이 생각난다. -인간 실격, 옮긴이 후기에서
10권에 실린 수필들은 짤막짤막하고 신변잡기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다자이의 맨얼굴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면에서는 다른 소설 작품에 뒤지지 않는 큰 매력이 있다. 다자이가 스스로 말했듯, “수필은 소설과 달리 작가의 말도 ‘날것’이기 때문”(작가상)이다. 약에 취해 나락에 떨어진 다자이, 다시 일어서 스타트 라인에 서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다자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우는 다자이, 전쟁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다자이, 다자이가 들려주는 다자이의 반생 이야기. 다자이의 삶과 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수필집 구석구석에 ‘날것’ 그대로 담겨져 있다. 우울과 퇴폐의 상징으로서의 다자이가 아닌, 따뜻하고 인간적인 다자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늘 같은 자리에 앉아 반갑게 맞아주는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다자이를 발견할 수 있는 보석 같은 글들이라고 믿는다. -생각하는 갈대, 옮긴이 후기에서
[목차]
제1권 <만년>
제2권 <사랑과 미에 대하여>
제3권 <유다의 고백>
제4권 <신햄릿>
제5권 <정의와 미소>
제6권 <쓰가루>
제7권 <판도라의 상자>
제8권 <사양>
제9권 <인간 실격>
제10권 <생각하는 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