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삼십 년 후에도 백 년 후에도 이어질 편지
돌이킬 수 없다고 여겼던 것들이 돌아오는 재생과 회복
편지는 피란을 떠났다가 돌아온 ‘코흘리개’가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는 개와 함께 엉망이 된 집 안팎을 돌보며 나나에게 부치는 안부였다. 코흘리개가 끼적인 그림을 따라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편지를 읽어 나가는 동안, 우리는 이 집이 소중히 품었던 것들, 그러나 부서진 것들, 그럼에도 구멍 난 일상에 새살이 오르고, 멈추었던 뻐꾸기시계의 시간이 다시 흐르는 광경을 보게 된다. 길을 잃거나 도망치거나 무언가를 절실히 기다리며, 그 집에 가면 다 괜찮아질 거라는 거짓말 같은 희망에 기대어 올리브나무 집의 문턱을 넘은 이들은, 코흘리개가 그러했듯 그곳에서 돌이킬 수 없다고 여겼던 것을 다시 돌이키는 기적을 마주한다. 폭격으로 허리가 꺾인 올리브나무가 연두색 싹을 뻗어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그 인사와 같은 기적들을.
망가지고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도
우리 삶을 붙들고 우리를 일으키는 아름다운 것들
루리 작가의 말처럼 처음 이 이야기는 전쟁 이야기였고, 집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될 것이었으나, 결국 살아 내는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그래서인가, 『나나 올리브에게』는 망가지고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도 우리 삶을 붙들고 우리를 일으키는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져 있다. 슬픔 속에서도 개가 주워 먹고 배탈이 날까 봐 열매를 줍고 열매를 줍다 보니 먼지를 쓸고 먼지를 쓸다 보니 집을 정돈하게 되는 마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순간에도 다리를 다친 개에게 소년이 만들어 준 보조바퀴, 구멍 뚫린 천장으로 바라다 보이는 밤하늘 아래 서로 몸을 바짝 붙이는 이들의 체온, 다시 고쳐진 문과 쓸모없어진 것들이 모여 내는 작은 풍경 소리 같은.
이야기는 코흘리개가 나나에게 쓴 편지, 나나가 코흘리개에게 남긴 앨범, 올리브나무 집에서 ‘나나’를 만났던 이들이 전하는 편지들로 나아가며 온몸을 감동으로 채워 나간다. 어느 날 문 안으로 뛰어 들어온 코흘리개와 강아지를 받아 안아 준 나나의 품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이어지는 사랑의 연쇄를 만들었다. 나나에게서 코흘리개로, 코흘리개에서 사자머리와 메이와 소년과 군인으로, 그리고 또 다른 존재들로. 이즈음 우리는 소년이 찾고 싶었던 나나는 누구일까? 하는 질문에 다다르고 각자의 답에 이르게 된다.
문기둥을 가득 채운 키 눈금처럼
덧대어지고 덧대어질 이야기
작가는 편지와 앨범 등 글의 결에 맞게 채색 방식과 그림체를 달리하며 독자를 깊숙이 끌어들인다. 책장을 덮으면 눈앞에 펼쳐진다. 바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나 올리브와 코를 들어 바람의 냄새를 맡는 개들, 언제나 열려 있는 문과 잠시 쉬어 가는 나비의 날갯짓이. 바람을 따라 올리브나무 집의 문턱을 넘으면 그곳 문기둥을 채워 가는 키 눈금들이 보인다. 과거와 현재, 아직 오지 않을 미래가 포개어진다. 올리브나무 집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덧대어지고 덧대어질 것이다.
개들이 코를 들고 바람을 맞이해요.
나는 눈을 감고 손을 뻗어 바람의 방향을 가늠해요.
저쪽이다.
우리는 다 같이 바람의 뒷모습을 바라봐요.
흘러가는 것뿐이야. 우리 모두 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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