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상징을 통해 인간의 운명에 대한 보편적 진실을 말하고 싶다.
서사 전체가 열려 있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로운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독자 개개인이 자신들의 생각으로 채울 수 있도록,
여러분을 나의 그림책 세계로 초대한다.”
-작가의 말 중
사회적 문제, 개인 사고의 자유까지 만끽할 수 있는 열린 그림책
“어떤 선입견을 줄 수 있는 사소한 단서조차 배제하고 싶다.
메시지가 강한 두 개의 이미지를 나란히 붙여 놓는 것. 책 가운데 접선을 중심으로 양옆 대비되는 형태들만으로 독자들의 자유로운 연상을 기대한다.”-작가의 말 중
대비되는 화면 구성, 색이 채우는 의미
이 책은 표지부터 궁금증을 던진다.
무언가 응시하고 있는 백인의 뒷모습.
남자가 보는 곳은 하늘인가, 바다인가, 혹은 그저 지평선인가 명확히 알 수 없다.
표정조차 읽을 수 없는 뒷모습이니, 독자의 상상은 표지부터 시작된다.
표지를 넘기면 드디어 수평선이 보이고 난민을 연상케 하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탄 작은 배가 떠 있다.
그리고 본문은 표지와 같은 포즈를 취한 유색인종 남자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표지와 같은 포즈를 한 남자. 하지만 얼굴색이 주는 이미지는 또 다른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그 후로 진행되는 각 장의 이야기는 대비되는 화면 구성 속 인물들의 등장으로만 진행된다.
양쪽 페이지에 동일한 인물들이 취하고 있는 동일한 자세. 하지만 주어진 상황은 매우 대비가 된다.
뒷짐을 한 남자는 양쪽 페이지에 똑같이 등장한다.
단, 왼쪽 인물은 손목에 수갑이, 오른쪽 인물 손목에는 꽃이 쥐어져 있다.
우산을 펴는 여자의 동작과 총을 든 여자의 동작은 같다.
또 아이를 등에 업고 놀이를 하는 엄마의 포즈와 철조망을 통과하는 엄마와 아이의 포즈는 동일하다.
이 모든 등장인물들의 대비되는 상황 연출을 보며, 모든 인간의 운명은 갑자기 변할 수도 있는 것, 갑자기 닥친 운명과 맞설 수 있는 것임을 보여 준다.
특히 각 장마다 붉은 선이 항상 한 부분으로 등장한다.
이는 작가가 전하는 모든 이들의 고통과, 긴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통과 긴장감에만 갇혀 끝나지 않고 이 색은 더욱 확장되어 무지갯빛으로 점차 변한다.
특히 뒷부분으로 갈수록 각 장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화합되고 이어지도록 연출되는데 이때 붉은색만이 아닌 더욱 다양한 발색으로 포용과 따뜻함을 상징한다.
맨 마지막 장에는 둥글게 이어진 끈을 모든 인물들이 서로 마주잡는다.
해피엔딩일 수도 혹은 끊임없이 다시 반복되며 마주하게 되는 운명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나타나는 수평선. 작게 띄워졌던 배가 사라진 광활한 바다만이 연출되며 마무리된다.
이 책은 상황 연출만으로 리듬감, 긴장감을 주어 끝까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가가 내는 작지만 강한 메시지를 독자 개개인들에게 울림이 있게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