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여러 차례 손 안에 드는 작은 시집을 한 권 만들고 싶었다. 누구나 편하게 집어들 수 있고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시집. 시내버스 안이나 전철 안에서도 핸드폰 대신으로 들고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집.
아니, 그렇게 읽고 싶은 시집. 그런 의도로 만든 시집이 이 시집이다. 책 끝에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독자들의 시평을 빌려다 실었고 반경환 평론가의 평문도 실었다.
책을 읽는 분들과 숨결을 함께 하고 싶은 의도다.
결국은 이 시집도 독자들에 의한 독자들을 위한 독자들의 시집이 되었다. 시의 배열순서도 없고 배열의 의도도 없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실었다. 그러니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읽으시면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무 아래서 풀밭 위에서 바람결 위에서 내가 당분간 건강하게 숨 쉬며 살아 있어야 하는 것처럼 나의 이 시집도 건강하기만을 빈다.
- 나태주, [시인의 말]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 전문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대한민국 최고의 애송시愛誦詩가 되었고, 이 [풀꽃]의 명성은 김소월의 [진달래]와 윤동주의 [서시]와도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풀꽃인가? 풀꽃은 보통명사이면서도 집합명사이고, 그 모든 이름없는 꽃들을 대표한다. 오늘날은 민족의 영웅과 귀족들이 사라져간 시대이며,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름없는 개인들이 민주주의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시대라고 할 수가 있다.
풀꽃은 개인이면서도 민중이라고 할 수가 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이 민중들의 삶을 통해서, 그들의 삶을 옹호하고 찬양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것은 관찰의 중요성을 뜻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것은 성찰의 중요성을 뜻한다. 관찰이란 어떤 사건과 현상들을 살펴보는 것을 뜻하고, 성찰이란 그 살펴봄을 통해서 그 사건과 현상들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을 뜻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것은 너와 내가 상호 관심을 가질 때 다같이 예쁘게 보인다는 것을 뜻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것은 너와 내가 서로 믿고 살아갈 때, 우리는 다같이 ‘한마음-- 한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이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 수가 있는 것처럼, 너와 나는 풀꽃처럼 서로 어울려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예쁨은 관찰의 결과가 되고, 사랑은 성찰의 결과가 된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구들 중, “너도 그렇다”는 시구는 그 관찰과 성찰을 넘어서서, 최고급의 인식의 결과인 ‘사상의 차원’에서, 우리 인간들의 인문주의를 옹호하고 찬양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랑은 자세히 볼수록 더욱더 예뻐지고, 사랑은 오래 묵을수록 더욱더 젊어진다. 사랑을 실천하면 행복한 사회가 되고,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면 어지러운 사회가 된다.
시인은 꽃을 가져오는 사람이고, 철학자는 사상(정수精髓)을 가져오는 사람이다. 쇼펜하우어는 시와 철학의 상관관계를 매우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세계적인 사상가였다.
시인의 세계는 상상력의 세계이며, 그가 펼쳐 보이는 세계는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환상적이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 그 다른 세계로 우리 인간들을 인도하며, 그의 시세계는 활짝 핀 꽃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가져다가 준다.
사상은 그것이 염세주의이든, 공산주의이든, 낙천주의이든지간에, 수많은 싸움들과 만고풍상의 시련 끝에 황금들녘을 펼쳐보이는 오곡백과와도 같다.
사상은 오곡백과이며, 그 영양소와도 같다.
사랑은/ 거울,//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 보는/ 또 하나의 나.// 사랑은/ 색안경,/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 보는/ 물들인 세상.// 자수정빛 연둣빛으로/ 때로는 회색빛으로// 사랑은/ 하늘,// 나 혼자서 다다를 수 없는/ 이상한 나라의 구름층계.
- [사랑은] 전문
나태주 시인은 일찍이 “시는 사랑의 한 표현 양식이며, 사랑이 없는 곳에는 시도 없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랑에 의해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나태주 시인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 즉 30대 중반의 젊은이와 70대 초반의 노인과의 대화라고 할 수가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화신인 젊은이와 이제 그 가능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노인과의 대화는, 그러나 이 ‘사랑’이라는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더 아름답고 풍요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랑은 영원한 청춘이고, 사랑은 노년을 모른다. 사랑은 만물의 창조주이며, 사랑은 만물을 성장시키는 힘이고, 사랑은 죽음마저도 또다른 생명으로 탄생시킨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고, 시인은 사랑으로 이 세계를 창출해냈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너를 믿는다는” 것이고,“사랑한다는 것은”“내가 너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내가 너를 오래 잊지 않는다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네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는다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너를 용서한다는”([사랑한다는 것은])것이다. 이러한 믿음과 기다림과 용서 등이 있었기 때문에, 나태주 시인은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라는 소우주를 창출해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너로 하여/ 세상이 초록빛으로 변했다면/ 아마 너는 나를/ 거짓말쟁이라 할 것이다.// 너로 하여/ 세상이 갑자기 신바람 나는 세상이 되었다면/ 역시 너는 나를/ 거짓말쟁이라 할 것이다.// 너를 얻은 뒤부터/ 세상 전부를 얻은 것 같았다고 말한다면/ 더더욱 너는 나를/ 거짓말쟁이라 할 것이다.// 너로 하여/ 나의 세상이 서럽고 외로운 세상이 되었다면/ 그 또한 너는 나를/ 거짓말쟁이라 할 것이다.
- [사랑의 기쁨] 전문
사랑은 힘이고, 사랑은 천의 얼굴을 가진 신이며, 그가 연출해낸 희비극은 언제, 어느 때나 천하무적의 만석공연을 연출해내게 된다. 왜냐하면 사랑으로 인하여 세상은 초록빛으로 변했기 때문이고, 왜냐하면 사랑으로 인하여 신바람 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얻으면 이 세상의 전부를 얻는 것이 되는 것이고, 이 세상의 전부를 얻는다는 것은 더없이“황홀하도록 기쁜 일”([고백])이기도 한 것이다. [사랑의 기쁨]의 “너로 하여/ 세상이 초록빛으로 변했다면/ 아마 너는 나를/ 거짓말쟁이라 할 것이다”의‘거짓말쟁이’는 대단한 반어, 즉 대단한 역설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거짓말쟁이의 기쁨이 사랑의 기쁨이 되고, 이 사랑의 기쁨이 신바람 나는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거울이고, 사랑은 또하나의 나이다. 사랑은 색안경이고, 나는 이 색안경으로 이 세상을 “자수정빛 연둣빛으로/ 때로는 회색빛으로” 물들인다. 사랑은 하늘이고, 나 혼자서는 다다를 수 없는 구름층계이다. 그 높디 높은 하늘, 그 이상한 나라의 구름층계에 도달하기 위하여 오늘도 ‘사랑의 시학’의 연출자인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기도한다.
죽는 날까지 이 마음이/ 변치 않게 하소서./ 죽는 날까지 깨끗한 눈빛을/ 깨끗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하소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작고 가난한 등불이게 하소서./ 꺼지지 않게 하소서 ----[기도] 전문
죽는 날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작고 가난한 등불이 되고 싶은 나태주 시인!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으로 살고 사랑을 위해 죽어가는 나태주 시인!
나태주 시인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아프지만 다시 봄// 그래도 시작하는 거야/ 다시 먼 길 떠나보는 거야// 어떠한 경우에도 나는/ 네 편이란다. --- [산수유] 전문
나태주 시인의 장점 중의 하나는 어떤 사건과 현상들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그것을 가장 짧고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헤라클레이토스의 ‘투쟁은 만물의 아버지이다’, 프로타고라스의 ‘인간이 만물의 척도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 반경환의 ‘세계는 범죄의 표상이다’, 마르크스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라는 말들처럼, 모든 시인과 사상가들은 그들의 일생내내 이처럼 잠언과 경구를 쓰기 위하여 단 하나뿐인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프지만 다시 봄”, 이 시구는 오랫동안 자기 자신을 단련한 결과, 수천 년의 역사와 시간을 압축시킬 수 있는 최고급의 인식의 힘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봄은 사나운 눈보라와 그토록 혹독한 추위를 견뎌온 봄이며, 이 봄을 맞이한 산수유는 그인고의 세월과도 같은 상처를 갖고 있을 것이다. 폭설에 가지가 꺾이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동상을 입었을 산수유는 다만, 산수유가 아니라 우리 인간들의 모습과도 똑같다.
하지만, 그러나 “아프지만 다시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부활의 신호탄이며, 언제, 어느 때나 백발백중의 명사수와도 같은 언어의 힘을 갖고 있다. 니체의 말대로, 한 시대와 한 문화 전체가 압축되어 있는 말이며, 그 아픔을 더욱더 끌어안는 노시인의선각자적인 예지가 번뜩이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아픔은 삶의 질서이며, 모든 삶의 성장 동력이다. 아픔은 활이 되고, 희망은 화살이 된다. 아픈만큼 더 멀리 날아가고, 아픈만큼 더 정확하게 과녁을 맞출 수가 있다. 아직도 아프고, 그 아픔의 진통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고, 더욱더 “먼 길을 떠나”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아프지만 다시 봄”은 섬뜩할 만큼의 전율을 불러일으키고, 어느 누구도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의 무한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아프지만 다시 봄// 그래도 시작하는 거야/ 다시 먼 길 떠나보는 거야”는 단 한 순간도 머뭇거릴 수 없는 백절불굴의 채찍이 되고, “어떠한 경우에도 나는/ 네 편이란다”는 무한한 성원과 격려의 말이 된다. 한 손엔 채찍을 들고, 한 손엔 무한한 성원과 격려의 말을 들고, 결사항전決死抗戰의 대승리를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산수유]는 이 세상의 삶의 찬가이며, 장중하고 울림이 큰 한국정신의 걸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희들 뒤에는 내가 있다!
오직, 전진하고, 또, 전진하라!
문화적 영웅, 즉, 대시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느닷없이 출현하다.
[목차]
차례
핸드폰 대신으로4
좋다11
묘비명12
사는 법13
11월 14
아름다운 사람15
안개16
가로등17
순정18
기쁨19
촉20
호명21
서양 붓꽃23
산수유24
첫눈25
꽃그늘26
제비꽃27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28
그래도30
풀꽃·131
아무르32
부탁34
바람에게 묻는다35
화살기도36
행복·137
대숲 아래서38
풀꽃·340
그리움·1 ―강신용 시인41
풀꽃·242
황홀극치43
개양귀비45
안부46
내가 너를47
이 가을에48
멀리서 빈다49
날마다 기도50
너도 그러냐51
한 사람 건너53
오늘의 약속54
너를 두고56
산책58
선물·159
너의 총명함을 사랑한다61
꽃·362
느낌63
연애64
꽃·265
눈부신 속살66
시·167
꽃잎68
나무69
꽃·170
네 손을 만지기보다는71
결혼72
그리움·273
아내74
지상에서의 며칠75
내가 좋아하는 사람77
사랑에 답함78
잠들기 전 기도79
여행의 끝80
사랑에의 권유81
당신83
풍경84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85
안개가 짙은들86
앉은뱅이꽃87
화이트 크리스마스88
뒷모습90
산수유 꽃 진 자리92
비단강93
별리94
이별95
여행96
우리들의 푸른 지구97
초라한 고백98
행복·299
쓸쓸한 여름100
이 봄날에101
부부102
기도103
시인105
섬에서106
끝끝내107
혼자서108
소망109
별 한 점110
유월에112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114
떠나와서115
그리움·3116
좋은 날117
봄118
서로가 꽃119
태백선120
노을122
우정123
목련꽃 낙화124
못난이 인형126
선물·2127
잠들기 전에128
동백꽃129
시·2130
동백정에서131
그냥132
꽃 피우는 나무133
돌멩이135
추억136
나의 사랑은 가짜였다137
바람 부는 날138
치명적 실수 139
낙화 앞에140
몽상141
세상에 나와 나는143
반경환 명시감상 - 풀꽃, 산수유, 사랑은, 기도146
트위터 시평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