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주목받지 못했던 기억’
우리가 몰랐던 독립운동의 또 다른 역사
100여 년 전,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이 우리를 밝혔다면
80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그들을 세상에 드러낸다!
광복 80주년을 맞았다. 우리는 그동안 해마다 ‘조선 독립의 의미’를 독립운동가들의 고단한 삶과 헌신 속에서 되새겨 왔다.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조국의 해방을 위해 열정을 불태운 그들의 일생은, 한 민족이 자유와 의지로 본연의 운명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일깨워 준다. 이제 대중은 이전보다 더 다양한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활동, 그리고 독립운동 전반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100여 년 전 어둠 속의 우리에게 빛이 되어주고도 주목받지 못한, 뜻밖의 인물들이 있다. 광복 80주년, 비로소 우리는《비록 내 나라는 아니오만》을 통해 그들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한다.
왜 잘 몰랐었나?
His + story
우리는 왜 외국인 독립운동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근원을 따져보면 결국 ‘역사의 서사를 누가 독점해 왔는가’라는 질문에 닿는다. 기록되는 역사는 언제나 권력이 선택하고 구성한 방식에 따라 서술된다. 이 구조 속에서 여성, 노동자, 식민지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존재들의 이야기는 늘 주류 서사의 주변부로 밀려났다.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를 다루는 시각 역시 이러한 서사 권력의 프레임을 그대로 답습해 왔으며, 그 결과 외국인 독립운동가들, 설령 그들이 서양의 백인 남성이었을지라도 우리의 기억 한가운데로 들어오지 못하고, 역사의 외곽에 머물렀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시선을 바꾸어야 할 때다. 조선인이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오히려 우리는 그 ‘당연함’에 가려, 진정한 ‘연대’의 서사를 놓쳐왔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오늘,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기억들을 능동적으로 복원해야 할 시점이다. 국적과 성별을 넘어, 낯선 땅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운 외국인 독립운동가들. 그들이 제국주의의 화염 속으로 스스로를 던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이방인의 투쟁’이 아니라, 개인의 용기이자 인류적 연대의 증거다. 우리는 지금, 그들이 왜 싸웠는가를 다시 묻고, 그 질문을 통해 연대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세계시민성의 개념과 마주하게 된다. 인류적 연대란 무엇인가? 그 의미는 곧 세계시민성과 깊이 맞닿아 있다. 국적도, 언어도, 문화도, 삶의 기반도 서로 달랐던 이들이 조선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 마음속에 국가라는 경계를 넘어선 연대의식, 즉 세계시민으로서의 윤리와 책임감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비록 내 나라는 아니지만》은 바로 그들이 남긴 용기와 연대의 흔적들을 다시 꺼내어, 오랫동안 귀 기울이지 못했던 그들의 목소리를 오늘 우리가 새롭게 말해야 할 이야기로 되살려 내고 있다.
왜 알아야 하나?
세계시민(성)
그렇다면 세계시민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개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나는 아테네시민이 아니라 세계시민이다”라는 선언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시민성은 더 이상 철학적 사유에 머물지 않는다. 지구적 위기와 상호의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체득해야 할 시민의식이 되었다. 세계시민성이란 특정 국가나 민족에 국한된 정체성을 넘어, 인류 공동의 책임과 연대를 인식하며 살아가는 태도다. 이는 정치적·지리적 경계를 넘어선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며, ‘나의 나라’뿐 아니라 ‘우리의 세계’를 생각하는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도 전쟁, 차별, 억압은 끝나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는 학살이 벌어지고, 산업사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구조적 폭력과 배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80여 년 전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이 보여준 선택과 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들은 지난날 세계시민의 모습을 행동으로 말해왔다. 우리는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나는 어떤 세계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 대답을 위해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고 조명해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지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은 결코 한반도라는 지리적 경계에 머물지 않았다. 해외 각지에서 전개된 독립운동의 이면에는 국경과 인종을 넘어선 세계인의 연대와 참여가 있었다.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은 조선의 해방이 단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제국주의에 맞서는 세계평화 운동의 일환임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그들은 낯선 땅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던졌고, 인류애에 기반한 세계시민의 자세를 직접 증명해 보였다.《비록 내 나라는 아니지만》에서는 15인의 세계시민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올리버 R. 에이비슨 (어비신 魚丕信) / 로버트 D. 스토리 / 프레더릭 A. 매켄지 / 호머 B. 헐버트 (허흘법 許訖法)/프랭크 W. 스코필드 (석호필 石虎弼) / 황줴 / 로버트 G. 그리어슨 (구례선 具禮善) / 루이 마랭 / 추푸청 / 조지 S. 맥큔 (윤산온 尹山溫)조지 L. 쇼 / 후세 다쓰지 / 가네코 후미코 (박문자 朴文子) / 조지 A. 피치 (비오생 費吾生) / 두쥔훼이
《비록 내 나라는 아니지만》은 한국의 독립운동에 헌신한 외국인 15인을 통해, 국경과 언어, 문화의 경계를 넘어선 실천적 연대의 실존을 조명한다. 의사, 교육자, 언론인, 그리고 혁명가로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식민지 조선의 현실에 응답했다.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며 위험을 무릅쓴 그들의 선택은 ‘세계시민’이라는 개념이 단지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태도임을 증명한다.
그들이 보여준 연대는 일회성 동정이나 박애주의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 연대는 당시 국제 질서를 규정하던 제국주의 체제에 대한 도덕적 문제제기였으며, 한 사회의 고통을 인류 전체의 문제로 인식한 보편 윤리의 실천이었다. 그들은 타인의 해방을 위해 스스로의 특권을 내려놓고, 모국의 이익과 무관한 싸움에 기꺼이 자신을 던졌다. 그 결단은 ‘조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불의에 맞서는 인간으로서’ 선택한 길이었다.
이들의 흔적은 과거의 기록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이 남긴 태도와 가치관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전쟁, 차별, 혐오의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이제, 조선을 도운 외국인으로서가 아니라 정의와 연대를 향한 인간 보편의 실천자로서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세계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목차]
머리말
1부. 주권 회복을 위한 헌신
올리버 R. 에이비슨 (어비신 魚丕信)
1. 조선의 자립 기반을 위해 의학교육 제도를 만든 의사
사건파일 의병 봉기
로버트 D. 스토리
2. 외교 주권 침탈을 폭로해 전 세계에 알린 기자
사건파일 ‘을사조약’
프레더릭 A. 매켄지
3.《대한제국의 비극》으로 주권 침해를 증언한 저널리스트
사건파일 의병전쟁
호머 B. 헐버트 (허흘법 許訖法)
4. 외교 주권 되찾으려 헤이그로 달려간 ‘자발적 외교관’
사건파일 만국평화회의 특사단
2부. 조선을 지키기 위한 용기
프랭크 W. 스코필드 (석호필 石虎弼)
5. 일본군의 탄압을 사진으로 기록해 조선을 지킨 수의사
사건파일 제암리 학살
황줴
6. 한·중·일 네트워크를 견고하게 구축한 출판인
사건파일 신한청년당
로버트 G. 그리어슨 (구례선 具禮善)
7. 일제의 폭력으로 죽어가는 조선인을 구해낸 선교사
사건파일 ‘105인 사건’
루이 마랭
8. 유럽에서 진행된 독립운도을 지원한 정치인
사건파일 구미위원회
추푸청
9.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혁명가
사건파일 김구 피난처
조지 S. 맥큔 (윤산온 尹山溫)
10. 신사참배 거부로 민족적 자존심 고수하게 한 교육자
사건파일 숭실학교 폐교
3부. 제국주의에 저항한 정의로운 연대
조지 L. 쇼
11. 체포와 구속, 외교 분쟁에도 굴하지 않고 임시정부 도운 사업가
사건파일 안동교통사무국
후세 다쓰지
12. 일본 법정에서 조선인과 함께 재판 투쟁을 펼친 변호사
사건파일 2.8 독립선언
가네코 후미코 (박문자 朴文子)
13. 식민과 인간 억압에 모두 맞선 아나키스트
사건파일 관동대지진
조지 A. 피치 (비오생 費吾生)
14. 아버지에 이어 조선인과 함께 고통을 감당한 목회가
사건파일 윤봉길 의거
두쥔훼이
15. 조선 독립과 여성의 권리를 함께 실천한 해방 운동가
사건파일 중한문화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