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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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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32503
ISBN
9791189336776
페이지,크기
408 , 140*210mm
출간일
2024-11-27
[출판사서평]
무의미한 연명의료와 급진적인 안락사 담론을 넘어
오늘날 죽음의 대안을 모색하다

“어떻게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다.”
_최진영(소설가, 『구의 증명』 저자)

죽음도 고통스럽지만, 죽음의 과정은 더 고통스럽다. 병원에서 겪는 죽음의 과정이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큰 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위해 일상을 희생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지난하게 오가며 삶을 느릿하게 잠식해나가는 암울함을 견디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 “깔끔하게 죽고 싶다는 바람”(9쪽)에 휩싸이곤 한다. 이른바 안락사 찬성 의견이 여론조사에서 80% 내외로 나타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그런 것밖에 없을까? 편리한, 그러기에 섣부를 위험이 있는 선택에 앞서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쩌면 죽음에 대해서도 효율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두 저자는 오늘날 죽음의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급한 대안이 아닌 좀더 느리고 섬세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내는 동시에, 보호자에게도 병원 관계자에게도 온전하게 여겨지는 그런 죽음의 과정 말이다. 단순하고 이른바 깔끔한 수단은 그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호스피스’이다.

이 책은 호스피스를 중심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을 치열하게 성찰한다. 호스피스는 흔히 말기 암 환자가 생애 마지막을 보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인류학자 송병기와 호스피스 의사 김호성은 이런 단순한 인상을 넘어 호스피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제도와 시스템적인 특성은 무엇인지 등을 각자의 전문성에 바탕하여 꼼꼼하게 뜯어본다. 생생한 현장 경험과 에피소드는 물론, 제도 분석, 비교문화적 관점, 역사적 검토, 인류학적 탐구 등 입체적 시선으로 호스피스와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로지른다.

저자들은 여섯 개의 키워드(공간, 음식, 말기 진단, 증상, 돌봄, 애도)를 선정하여 2년여에 걸쳐 여러 차례 대담을 나누었으며, 녹취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과 다수의 자료들을 치밀하게 보완했다. 이를 서술체의 산문이 아닌 대화체 형식으로 제시하여 저자들의 상호 교감이 잘 드러나도록 하는 한편, 독자들의 쉬운 이해를 도모했다. 특히 한국의 실정, 한국의 질문들을 다루는 호스피스 이야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환자를 “죽게 하지도, 죽게 내버려두지도 않겠다는 응답”(369쪽)으로서 호스피스의 실천들을 풍부한 맥락 아래 제시하며, 치료 중심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죽음의 대안을 모색한다.
“현대의학이 놓친 죽음의 살풍경 속에서
미래를 위한 힌트의 조각들을 성실하게 줍는다.”
_장일호(기자, 『슬픔의 방문』 저자)

왜 ‘평온한 죽음’인가

호스피스의 중요한 목적은 환자의 육체적, 심리적, 사회적 ‘편안함’이다. 환자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고, 영양을 공급하고, 상담을 하고, 갖가지 요법을 시행한다. 호스피스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의 밑바탕에 환자의 편안함이라는 가치가 핵심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에서는 그러한 지향을 담아 ‘평온한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런데 왜 ‘편안한’ 죽음이 아니라, ‘평온한’ 죽음일까? 호스피스에서 ‘환자가 편안한 상태’라고 말할 때, 이는 “‘고통이 없다’는 의미보다는 ‘힘들지만 하루의 일상생활이 지낼 만하다’는 전반적인 느낌의 표현”(273쪽)이다. 또 환자의 편안함은 “신체적 편안함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며, 비유컨대 ‘환자 마음의 공간이 넓어지는 것’(284쪽)이라고 볼 수도 있다. 별다른 맥락 없이 제시되었을 때 자칫 신체적인 의미로 쏠리기 쉬운 ‘편안한 죽음’보다는, 현실적인 고통을 배제하지 않고 환자의 내면과 그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평온한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이 책의 취지를 드러내려 했다. 각 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장별 내용을 ‘머리말’에서 발췌함).

1부는 ‘공간’(1장)과 ‘음식’(2장)을 통해 호스피스의 개괄적인 상을 그린다. 먼저 1장에서 동백 성루카병원의 정원, 카페, 기도실, 병실, 목욕실, 프로그램실 등을 둘러보면서, 호스피스라는 공간이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디자인되고 작동하는지 살펴본다. 2장 ‘음식’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먹는다는 것을 통해 호스피스 돌봄의 특징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호스피스에서 음식은 단지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닌,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실존적, 사회적인 것임을 깨닫게 된다.

2부에서는 ‘말기 진단’(3장)과 ‘증상’(4장)이라는 주제 아래 호스피스에서 행해지는 의료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한국에서는 법적, 제도적, 사회적, 의료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암 환자에게 말기를 선언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3장 ‘말기 진단’에서는 이러한 곤란한 현실에 대해 자세하게 짚어본다. 이어서 4장 ‘증상’은 환자의 아픔에 대한 호스피스의 접근 방식과, 그로부터 발생되는 윤리적인 난점들을 알아본다. 특히 호스피스에서 통증(pain)과 고통(suffering)을 어떻게 다루는지 조명한다.

3부에서는 ‘돌봄’(5장)과 ‘애도’(6장)를 키워드로 호스피스 돌봄의 특징을 부각시킨다. 5장 ‘돌봄’에서 주목하는 것은, 일반 병원에서 보기 힘든 세심한 돌봄과 이를 실현해나가는 다학제팀의 일하는 방식이다. 돌봄이 호스피스의 핵심임을 선명하게 밝힌다. 끝으로 6장 ‘애도’는 환자가 임종할 때의 임종실 모습과 사별 이후의 풍경을 두루 전한다. 임종기 환자의 신체 증상부터 그 시기에 다학제팀 구성원들이 하는 일, 그리고 사별가족 돌봄에 이르기까지, 호스피스가 지향하는 총체적 돌봄의 상(像)을 보여준다.

이렇게 집필된 내용을 각계 전문가 10인이 촘촘하게 검토했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 논리 구조, 담론의 적절성, 내용 구성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이를 충실하게 반영하여 최종 완성되었다. 전문가 10인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동백 성루카병원 정극규 진료원장, 이정애 진료과장, 서울대학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 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 김형숙 교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의학교육학교실 최은경 교수, 강지연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철 교수, 스기야마 조가쿠엔 대학교 정보사회학부 가부모토 치즈루 교수,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이현정 교수, EBS 다큐프라임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 김서윤 취재 작가.

[목차]
머리말

제1부 다시 삶의 세계에서

1장 공간
호스피스 속으로
삶과 죽음이 부드럽게 연결된
1인실이 항상 좋기만 할까
병원에서 결혼식을 열다
사진, 카페, 그리고 삶
정원으로 소풍 가는 환자들
호스피스에는 벽시계가 없다
계속되는 삶의 이야기
다채로운 공간이 늘어나기를
호스피스라는 다른 삶의 방식

2장 음식
어디까지 먹을 수 있는가
음식의 기억, 기억의 음식
잘 먹어야 낫는다는 오해
왜 수액과 영양제에 집착하는가
콧줄의 딜레마
선의는 때로 신중함을 요한다
못 먹는 자를 위한 환대

제2부 고통을 통하여

3장 말기 진단
선 긋기의 어려움
유랑하는 비암성 환자들
의료기술 진보의 역설
말기에 대한 법의 몽상
법 조항 너머의 현실을 보라
누가 감히 말기를 고지하는가
환자도 일상을 사는 존재

4장 증상
아픔이란 무엇인가
최우선의 일, 통증 완화
마약성 진통제를 쓴다는 것
몰려오는 의미의 폭풍
건강한 거리 두기
돌봄에도 다 계획이 있다
섬망에 관하여
완화적 진정과 윤리
고통을 보는 세 관점
고통에서 연대로

제3부 죽음을 다시 만들기

5장 돌봄
돌봄이 없는 일상은 없다
목욕, 돌봄의 정점
사람으로 대우하다
환자의 편안한 기분을 위하여
감각과 마음의 공간을 넓히다
호스피스 간호사의 일
그렇게 돌봄은 작아져간다
돈은 없고 돌만 가득한 외딴섬
나이 듦이 민폐가 되는 나라
무엇이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가

6장 애도
어떤 삶의 마지막 풍경
환자의 몸을 따라간다는 것
돌보는 사람을 돌보는
왜 호스피스행은 그토록 어려울까
죽음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
무엇이 진정 좋은 죽음인가
삶과 죽음을 잇는 돌봄의 순환
호스피스, 죽음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

맺음말
후기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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