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분류학 vs 진화생물학
과학자의 세계관을 뒤흔들어놓은 대결의 현장 속으로
이처럼 이 책은 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학자이자 저술가인 그가 온갖 생물의 이름과 질서를 연구하는 학문인 분류학의 세계로 뛰어들면서 마주하게 된 뜻밖의 사실, 그로 인해 느낀 커다란 충격에서 시작된다. 어릴 적 수없이 다양한 동식물과 어울리며 느꼈던 ‘직관적 감각’과, 인생의 가치관 그 자체였던 ‘엄밀한 과학’의 세계가 옥신각신하게 된 사연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역사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초를 잡고 스웨덴의 ‘위대한 신관’ 칼 린나이우스가 기틀을 다진 ‘분류학’이 마침내 찰스 다윈의 뜨거운 진화론을 통과하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기술과 학문의 폭발적인 변화로 극적인 사태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를 기술하는 저자의 필치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웃음과 스릴이 함께한다.
패러다임은 속속 뒤집혀가고 바야흐로 논쟁의 대미에서는 놀라운 과학적 진실이 드러난다. 인생의 가치관을 이루던 과학의 세계 속에서 문득 놓칠 뻔했던 것을 털어놓는 저자의 고백은 그 가운데 놓칠 수 없는 백미다.
이러한 조사와 고찰의 과정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움벨트(umwelt)’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독일어로 ‘환경’, ‘주변 세계’, 나아가 ‘세계관’을 뜻하는 이 개념은, 생명 세계를 바라보는 인간 특유의 감각에 대한 생각을 일깨운다. 저자는 모든 생물에게 각자의 움벨트, 각자만의 지각된 세계가 있음을 강조하는데, 여기서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인류학, 생물학, 인지심리학, 생태학을 종횡무진하며 궁극의 답을 찾아간다. 그렇게 해서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분류학보다 더 큰 분류학에 관한 이야기, 인간과 생명세계, 진화와 과학 사이의 아주 오래된 관계에 관한 생각으로 나아간다.
탁월하고 거침없는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그럼에도 물고기는 존재해야 한다는 이야기”
이 깊이 있고도 재미있는 책이 우리를 매료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과학자 겸 과학 저널리스트 캐럴 계숙 윤은 옮긴이의 표현대로 ‘옛이야기 보따리를 펼치는 동네 할머니처럼’ 과학담을 풀어내는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다. 분류학의 아버지 칼 린나이우스의 화려하고도 다소 밉살스러운 개인사를 비롯해, 진화론으로 곧 대스타가 될 예정이던 다윈에게 진한 애증의 대상이었던 ‘따개비’ 이야기를 거쳐, 생물 이름만 기억해내지 못하는 뇌 손상 환자 이야기, 공룡과 포켓몬에 열광하며 이름을 익히는 어린이의 습성 이야기 등등 신기하고 흥미진진한 팩트와 생각해본 적 없었던 진실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 모든 국면마다 캐럴 계숙 윤이 가진 이야기꾼의 면모가 특히 빛난다.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세계가 다시 보인다. 그런 점은 이 책의 영향을 크게 받은 화제의 과학 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계승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19세기 말에 살았던 미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굴곡진 일대기를 추적하면서 저자 자신의 개인사를 흥미진진하게 얽어내는 솜씨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저자의 세계관을 뒤흔든 ‘사건’으로 등장한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숱한 독자의 궁금증을 불러 모은 바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저자 룰루 밀러는 이렇게 권했다.
“직관과 진실의 충돌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자세히 들려주는 윤의 책 『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향해 걷지 말고 뛰어가보시기를 권합니다.”
2009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과학·기술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보스턴 글로브》에서도 추천하는 등으로 출간 당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역작,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생명의 진화에 얽힌 ‘발견의 역사’를 멋진 스토리텔링과 입담으로 풀어낸 과학자의 빛나는 저술인 동시에, 삶을 통틀어 믿어왔던 진실의 이면을 목격한 한 인간의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 더없이 인간적인 감정이 곳곳에서 반짝이는,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가 우리 앞에 당도했다.
추천사
『자연에 이름 붙이기』보다 나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은 없다. 섬세한 관찰자이자 면밀한 과학자로서 저자가 길러낸 이 열매들을 즐겁게 맛보다 보면 어느새 완전히 새로운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것이다.
- 룰루 밀러 (과학 전문 기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발굴된 고인류 화석을 무엇이라고 부를지 고민하는 과정은 고인류학에서 중요한 과제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이러한 고민을 특별한 시선으로 돌아보게 한다. 동식물의 이름을 익히며 즐거워하는 아이, 어떤 식물을 두고 풀인지 나무인지 구분하기 위해 말다툼하는 부부. 저자는 분류학의 역사를 꼼꼼히 파헤치며, 생명에 이름을 붙이고 비슷한 것끼리 모으고 다른 것끼리 나누는 일이란 취미나 과학이기 이전에 생존을 위한 몸짓에서 기원하고 진화했음을 깨닫는다. 살아 있는 존재를 느끼고 유심히 살피는 본능적인 감각에 관한 깨달음이 갈피마다 가득한 이 책은 무감하게 바라봐왔던 우리 일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준다.
- 이상희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인류학 교수, 『인류의 진화』 저자)
생명의 세계에는 이미 질서가 존재했지만 자기의 방식으로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려는 이른바 분류학자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분류학이 발전할수록 생물은 사라져간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생물을 구분하는 방식이 진화분류학, 수리분류학, 분기학으로 발전하면서 각 공동체가 가지고 있던 생명의 이름이 사라지는 사정을 소상히 밝힌다. 아뿔싸! 이젠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이한 일이다. 이름이 사라지면 지식이 사라지고, 이름이 사라지면 생명이 사라진다. 다시 지구를 생명으로 충만하게 하는 법. 각자 자기 세계의 생명에게 스스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물고기가 다시 헤엄치게 하자.
- 이정모 (펭귄 각종과학관장,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저자)
분류학에 관한 풍성한 지식과 살아 있는 존재에 관한 철학적 사유가 돋보이는 책이다. 분류학이란 다양한 과학적 기술을 바탕으로 종과 종 사이의 관계를 밝히고 이름을 부여하는 학문이다. 그 분야의 지식을 저자는 물고기를 예로 들어 무척이나 흥미롭게 짚어낸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편에 서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대목은 말 그대로 철학적 사유에 가깝다. 주체로서의 삶을 지탱하느라 망각하고 있는 우리의 본능을 ‘움벨트’라는 개념을 통해 일깨워 주기도 한다.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더 깊이 연결되어 있어야 세계의 진실에 가까스로 도달하게 된다는 것! 무릎을 치면서 배운다.
- 허태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초록목록』 저자)
대중적 과학사와 문화비평이 명랑하게 조합된 이 책은 단순한 분류를 거부한다.
― 《뉴욕 타임스》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분류학에 관한 책이다. 분류학에 관한 이야기라면 졸음을 확실히 보장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능수능란한 윤의 손을 통과하자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 《보스턴 글로브》
얼핏 따분해 보이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과학적 지식과 개인적 경험을 재치 있고 산뜻하게 엮어내, 이렇게 재미있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독자들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런 걸 보면 윤은 아주 특출한 과학 저술가다. 최고.
― 《커커스 리뷰》
재미와 통찰이 가득하다. 캐럴 계숙 윤은 각자 자신의 ‘움벨트’를 되찾아 보라고, 생명의 세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보라고, 그리고 생명의 분류에 나타나는 경이로운 다양성들을 있는 그대로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 보라고 권유한다. 낙관적이면서 신명 나고 혁명적인 책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목차]
프롤로그
1부. 자연의 질서를 찾아 헤매기 시작하다
1장 | 작은 신탁 신관
2장 | 따개비 안에 담긴 기적
3장 | 맨 밑바닥의 모습
2부. 밝혀진 비전
4장 | 바벨탑에서 발견한 놀라움
5장 | 아기와 뇌손상 환자의 움벨트
6장 | 워그의 유산
3부. 어떤 과학의 탄생
7장 | 숫자로 하는 분류학
8장 | 화학을 통한 더 나은 분류학
9장 | 물고기의 죽음
4부. 되찾은 비전
10장 | 이렇게 이상한 정류장
11장 | 과학을 넘어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