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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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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10237
ISBN
9788965746829
페이지,크기
416 , 127*187mm
출간일
2019-06-11
[출판사서평]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 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작가의 말」 전문

양극화의 파고 속에 휩쓸려 좌충우돌하는 현대인의 욕망과 갈등,
조정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이 좌초된 사회를 바로 세울 희망의 탈출구를 찾는다!

소설은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본과 권력에 휘말려 욕망을 키워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월급 통장에 매달 ‘0원’을 찍으며 사건 취재에 고군분투하는 기자의 노력,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동료들이 낙엽 떨어지듯 일자리를 잃자 자신이 낳은 두 아이의 눈빛까지 무서워졌다는 만년 시간강사의 고뇌가 술회되는 동시에, 비자금 장부의 행방을 추적하는 재벌 그룹 구성원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그려진다. ‘개천에서 승천한 용’인 서울대 출신 수재는 재벌가 사위로 발탁된 후 온몸을 다 바쳐 신분 상승을 꿈꾸지만, 결국 죽어도 진골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비자금 장부를 훔쳐 잠적하고, 재벌의 유화정책으로 굳게 입 닫은 언론에 좌절한 기자와 그를 회유하기 위한 재벌 정보원의 전방위적 시도가 긴박하게 연출된다. 눈앞의 이익을 챙기기에 혈안인 국회의원과 사업가, 변호사 등의 아귀다툼은 치열하기만 하다.

작가는 수십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에게 생생한 캐릭터를 부여해 정경유착의 실태와 비정규직 문제, 급격한 사회 양극화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드러낸다. “입법?사법?행정이라는 국가권력에 재벌·언론이라는 사회 권력이 야합하여 온갖 비리를 조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작가는 불법 비자금, 전관예우 문제 등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는 권력 범죄의 실태를 소설로 형상화함으로써 상위 10퍼센트가 전체 국민 소득의 절반을 독식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국권상실, 동족상잔, 군부독재의 뼈아픈 역사를 건너온 국민의 애환을 소설에 담아내며 그동안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반드시 피어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조정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도 한 걸음 내디딜 변화의 길을 그려냈다. 나와 내 이웃을 위한 작은 실천만이 거대 권력의 독재를 막을 수 있으며, 우리 모두 함께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머지않은 때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믿음은 작가가 오늘도 원고지 앞에서 당당할 수 있게 해주는 밑거름이다. 자본과 권력에 빼앗긴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찾는 일이 의외로 간단하고 쉬운 일임을 일깨워주는 『천년의 질문』은, 무거운 현실에서도 국민 스스로 깨어나야 국민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국민 깨우기의 자명종이 될 것이다.


간략 줄거리

어느 가을 저녁 무렵, 시사주간지 기자 장우진과 그의 대학 후배이자 사회학과 시간강사인 고석민은 종로통 한 선술집에서 오랜만에 회포를 푼다. 아내가 다니던 출판사가 폐업하자 생계에 곤란을 겪게 된 고석민은 고향 선배이자 국회의원인 윤현기가 신문 칼럼을 대신 써달라고 한 평소의 부탁을 들어주며 생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90년대 초, 대학을 다닌 두 사람은 나라가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자 대학 현안에 집중해 학원 자주화 운동에 몰두하고, ‘세상바꿈동아리’를 만들어 사학 재단의 전횡을 막기 위해 함께 싸웠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꼿꼿한 장우진에게 윤현기의 이름으로 쓰여진 칼럼을 신문에 실어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고석민은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한편, 장우진이 취재 중인 성화 그룹 비자금 사건이 기사화 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취재 사실을 알아챈 성화 그룹 창조개발실은 기사화를 무산시키고자 장우진 주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긴밀하게 로비를 진행한다. 장우진을 초등학교 때 만나 첫사랑으로 결혼에 이르른 이유영에게도 예외는 없다. 19년째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에게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연락 한 번 없던 친구가 느닷없이 찾아오고, 취재를 막아주면 한 해 20억은 충분히 벌 수 있게 해주겠다며 회유하는데…….

윤현기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박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아 재선에도 성공한 국회의원으로, 인생의 멘토인 ‘박 의원’의 말씀을 깊이 간직하며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임을 이용해 이익 쌓기에 집중한다. 갑자기 성화 그룹에서 만나자는 요청이 오자 윤현기는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은근히 뜸을 들인다. 성화 그룹 창조개발실 한인규 사장은 윤현기가 고향 후배인 고석민과 연락을 하는 사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만약 고석민을 시켜 장우진의 취재를 막는다면, 다음 선거의 비용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한다. 예상치 못한 횡재 앞에서 윤현기는 마음이 급히 동한다.

성화 그룹의 비자금 장부를 가지고 잠적한 사람이 그룹 회장의 사위 김태범이며, 그의 행방을 아는 이는 가족뿐이라는 정보를 얻은 장우진은 수소문 끝에 김태범의 여동생인 김은경과 학연이 있다는 최민혜 변호사를 찾아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으로 향한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김은경은 오빠가 잠적한 지 일주일이 넘어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아무에게도 그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는다. 장우진은 김태범의 대학 동창이자 무역회사 킹의 대표 서원섭을 찾아가 김태범이 성화 그룹의 사위가 된 경위와 함께, 결혼 이후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성격이 변해 여성들에게도 포악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본문 중에서

장우진은 고석민의 말꼬리에서 문득 물기를 느꼈다. 생활 여건에 무슨 어려움이 생긴 것인가……, 그의 머리를 스친 생각이었다. 떠돌이 시간강사 생활 12~13년……, 그 생활의 고달픔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이런 섬뜩한 말까지 입에 올릴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는 늘 “그냥 견딜 만해요” 하며 얼버무리고는 했었다. 그 얼버무림에는 “집사람이 좀 버니까요” 하는 말이 담겨 있었다.
장우진은 ‘집에 무슨 일 있는 건가?’ 하는 말이 혀끝까지 밀려 나왔지만 위아랫입술을 입안으로 꾹 맞물었다. 어차피 술집이 멀지 않았고, 그런 무거운 이야기는 노상에서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도시의 빌딩들은 새로 생기는 것일수록 거대하고 우람하고 호화스러워졌다. 크기와 높이와 치장미를 다투듯 하고 있는 빌딩들은 내가 얼마나 부자인지 보라며 저마다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서울 도심의 대로상의 땅값이 평당 2~3억씩 호가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그 비싼 땅 수백 평씩을 깔고 앉은 대형 빌딩들의 값이 얼마일 것인가. 그런데 서울 시내에 어지럼증 일으킬 만큼 드높은 빌딩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결국 서울 시내 대로들은 부자들이 노골적으로 부를 과시하는 부의 향연장이었던 것이다. 이 나라 부의 60퍼센트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처럼.
―「내일의 대화」 중에서

‘20억 얘기를 규원이한테 하면 뭐라고 할까……?’ 퍼뜩 머리를 스친 생각이었다. 그때 잇따라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중고등학생 몇십 명에게 물었다. ‘만약 10억이 생긴다면 1~2년 감옥살이해도 상관없다.’ 이 도발적인 설문에 90퍼센트 이상이 ‘그렇다’에 응답했다. 도발적인 설문에 더 도발적인 응답에 세상은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아무리 돈, 돈 하며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라지만 애들까지 어찌 그리됐느냐는 우려고 한숨이었다. 그러나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했다. 어른들이 벌써 TV 화면에서 그런 행태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어느 TV에서 젊은 여성들 300명을 모아놓고 비밀 전자 투표를 하는 게임이었다. ‘애인은 가난한데, 10억을 가진 남자가 나타났다. 애인을 바꿀 것인가?’ 다음 순간 자막에 숫자가 나타났다. 210. 그리고 ‘우와아아……’ 하는 여자들의 놀란 외침이 공개홀을 가득 채웠다.
두 가지 다 10억이었는데, 아들은 20억 질문을 받고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런 엉뚱한 생각까지 하고 있는 자신에게 이유영은 신음했다. 20억의 접착력은 끈덕지게 의식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인맥 포위망」 중에서

윤현기의 손을 두 손으로 받쳐 잡은 사장은 허리가 반으로 접히도록 깊게 인사했다.
좀 과한 듯한 상대의 그런 태도가 겸손도 아니고, 국회의원에 대한 존경은 더욱 아니라는 것을 윤현기는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건 사태의 급박성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여기서 시간을 너무 오래 보냈습니다.” 윤현기는 무게 잡히게 누른 목소리로 잘라 말했고, “아 예, 알겠습니다. 정 상무한테 사정 다 들으셨으니 저는 결론만 딱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장이 기민하게 대응하며 입술을 훔쳤다.
“그 일만 확실하게 해결해 주시면……, 저희가 의원님을 확실하게 모시겠습니다.”
사장은 짧은 말을 하면서 ‘확실하게’를 두 번이나 반복했다.
윤현기는 그 ‘확실하게’를 곱씹어보았지만 ‘확실한 것’은 없고 ‘불확실’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 건 언제나 하나 마나 한 소리일 뿐이었다.
“글쎄에에……, 확실하게라…….”
느릿하고 묵직한 윤현기의 중얼거림은 ‘이 새끼야, 어물거리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 하며 상대방의 면상을 후려치는 주먹질이었다.
―「세상의 빛과 어둠」 중에서

“간택이라 하셨습니까?” 장우진이 의아스럽게 물었고, “예, 우리 대학 동창들은 다 그렇게 부릅니다. 옛날 궁중에서 그랬듯이 대재벌 기업 성화가 우리 상대로 사윗감 헌팅에 나섰으니까요. 예, 우리는 헌팅이라고도 불렀어요. 상대생들 분위기는 묘했어요. 뒤숭숭한 속에 약간 긴장한 것도 같고, 약간 흥분한 것도 같고, 대기업의 그런 행위를 비판적으로 보는 학생은 얼마 안 됐고, 학교 측도 은근히 좋아하는 분위기였어요. 그야 당연한 일이죠. 자기네 학생 중에서 대기업 사윗감이 뽑히면 대기업의 학교 지원이 그만큼 후해질 테니까요. 그때 저도 그게 좋을지 어떨지 갈피를 잡지 못했어요. 어쩌면 뽑히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결국 김태범이가 뽑혔는데, 그게 불행의 길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 뒤, 10년도 더 지난 다음이었어요.” 서원섭은 착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불행의 길……, 그게 눈으로 확실하게 확인이 됐습니까?”
“예, 술을 마시면 사람이 폭군처럼 변하고는 했어요. 전혀 딴사람으로.”
“폭군이요……?”
―「더불어 어깨동무 길」 중에서

배상일은 눈앞에 나열된 수많은 동그라미에 또 정신이 어질어질해졌다. 그는 다시 속입술을 깨물며 오른쪽 맨끝의 동그라미에 검지 끝을 댔다. 그리고 하나씩 짚어나가면서 세기 시작했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동그라미 여덟 개 더하기 1.
배상일은 숨을 몰아쉬며 수표를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그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수표가 넘어갈 때마다 손 떨림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마지막 서른 장째를 넘길 때 그의 손은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어때, 맞지?” 상무가 양복을 꿰입으면서 물었고, “예에……, 마, 맞습니다.” 배상일의 잠긴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됐어. 이제 자네가 대!”
상무의 강한 어투는 명령이었다.
―「거대한 탐욕의 탑」 중에서






[목차]
작가의 말_ 응답

내일의 대화
인맥 포위망
세상의 빛과 어둠
더불어 어깨동무 길
거대한 탐욕의 탑
돈 = 독
쥐도 새도 모르게
새로운 숙제들
법정의 물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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