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20세기 한국 여성 문학의 거봉(巨峯),
전후 한국에 자리한 피폐한 영혼과 들끓는 속물주의를 매섭게 그려 내다
저들은 묘목이다. 어디에고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묘목이다. 그러나 난 틀렸어. 난 죽은 목숨이야. -「이별의 김포공항」에서
박완서의 초기 작품에는 젊음의 불안과 추위와 아슬아슬함 그리고 그 잠재적인 폭발성을 포함하는 순수함이 구김 없이 드러나 있다. 여기 수록된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청춘은 아름답다는 속된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강력하게 불러일으킨다. -유종호(문학 평론가)
작가 박완서의 존재 자체가 후대 여성 작가들에겐 큰 힘이 되었다. -정이현(소설가)
나는 박완서에게 처음으로 소설의 언어를 배웠다. 어떻게 박완서가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강화길(소설가)
20세기 한국 문단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그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흐름이자 현상이 되었던 ‘작가 박완서’의 초기 작품을 엮은 『이별의 김포공항』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이번 단편집에는 박완서 문학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는 ‘한국 전쟁의 비극, 중산층의 환상과 허위의식, 여성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 망라되어 있다. 자신의 청춘을 집어삼킨 전쟁과 뒤이어 거친 밀물처럼 찾아든 배금주의와 속물주의의 망령이, 여성이라는 상황을 어떻게 침윤하고 부식시키는지, 작가 박완서는 이들 작품 속에서 사납도록 차가운 언어로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시대적 비극과 개인의 운명을 그야말로 “토해 내고 싶었다.”라고 언급한 작가의 회고대로 『이별의 김포공항』 속 작품들은, 박완서의 자서전이자 처참한 시대의 자화상이다.
문학 비평가 황도경의 평가대로 박완서의 문학 세계는 전쟁과 분단, 소시민의 권태, 허위로 가득한 불모적인 도시 문명, 억눌린 여성 현실 등 실로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김윤식 문학 평론가의 감탄처럼 “그야말로 경이로운 작가” 박완서의 작품들은 전후 한국 사회의 양태를 냉철하고 예리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특유의 생활 어법을 통해 매우 친숙하게 우리 곁에 다가선다. 표제작 「이별의 김포공항」은 일제 식민지, 한국 전쟁, 전후 황폐한 한국 사회를 어쩔 수 없이 살아 내야만 했던 노년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참담한 시대의 손아귀에 마구잡이로 휘둘려진 소시민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이어서 「지렁이 울음소리」, 「카메라와 워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는 한국의 아프레게르(戰後, apres-guerre)가 지닌 허위와 속물근성을 매서울 정도로 날카롭게 그려 낸다. 이렇듯 작가는 격동하는 1960~1970년대 전후 한국 사회 속에 가혹하게 가로놓인 ‘여성’의 모습을 실감 나고 과장 없이 조형해 냄으로써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된 독자적인 지평을 새로이 열어젖혔다. 한편 독자는 박완서의 이들 단편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 속에 여전히 자리한 온갖 모순을 새삼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여성 문학 컬렉션 중 한국 문학 세 편의 표지는 동양대 김린 교수가 담당하였다. 그동안 공간과 디자인 사이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김린 교수는, 공간과 상황, 시대 속에 가로놓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 낸 이들 작품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각 작품의 주제를 강렬한 표지 작업으로 완성해 냈다. 각각의 소설 속에서 문학적 공간으로 조형된 1970년대 김포공항, 전후의 해방촌, 일제 식민지 시대의 간도를 당대의 실제 지도를 직접 활용하여 책의 얼굴로 재해석했다. 세 편의 작품과 세 가지 표지는, 주어진 현실과 특정 공간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문학과 디자인의 형식으로서 ‘지금 이곳’까지 울려 퍼져 오는 ‘여성들’의 거친 함성을 함께 전한다.
[목차]
이별의 김포공항
지렁이 울음소리
카메라와 워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추천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