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내 손끝에서 나온 문장을 보니 눈가가 뜨거워졌다. 나는 테이블에 이마를 박고 우는 대신 손등으로 쓱 눈가를 훔쳤다. 엉망진창이던 기분이 아주 조금, 코딱지의 절반만큼 나아진 것도 같았다. (40면)
“내가 나라는 것. 그게 비밀이야, 엄마.”
엄마 아빠는 모르는 진짜 나의 모습
영상은 주민이의 손을 떠나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 네티즌 수사대의 추리로 엄마가 의심을 받고, 주민이는 엄마 아빠의 추궁에 사실을 털어놓는다.
“혹시 말이야. 엄마 아빠한테 말하지 않은 거 있니? 엄마 아빠가 알아야 되는데 아직 모르는 거. 너에 대한 거.”
엄마 아빠에게 말하지 않은 것, 엄마 아빠가 모르는 것? 그건 나의 모든 것이었다. 내가 나라는 것. 그게 비밀이야, 엄마. (58면)
엄마의 기준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며 “왜 하필 나로 태어났”(7면)는지 고민하던 주민이는 마음속에 분명한 답을 찾는다. 부모님이 바라는 ‘나’의 모습에 맞출 수 없는 ‘내’가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발견한 것은 주민이에게 이야기를 꺼내며 평소와는 달리 진지하고 침착한 엄마의 모습이다. 주민이는 “엄마가 나의 진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듯이 나 역시 엄마에 대해 그런지도”(60면) 모른다고 인정하며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복합적인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배워 간다.
이면의 현실, 온라인 세계
수많은 ‘나’를 바라볼 시간
『하트의 탄생』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실제의 SNS 생활을 다채롭게 담으며, 온라인과 현실의 차이가 빚어내는 사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인스타그램 속 엄마가 실제 현실의 엄마와 완전히 같지 않듯, 유튜버 블루하트는 현실의 진짜 주민이가 아니다. 주민이는 이 사실을 깨달으면서 한 사람이 가진 복잡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이해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한다. ‘파란 하트’는 그렇게 주민이의 마음 한구석에 태어난다.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을 자신의 이면을 가만히 바라보길 묵묵히 기다려 주는 소설이다.
소설과 만나는 첫 번째 길
책과 멀어진 이들을 위한 마중물 독서, 소설의 첫 만남
‘소설의 첫 만남’은 새로운 감성으로 단장한 얇고 아름다운 문고이다. 문학적으로 뛰어난 단편소설에 풍성한 일러스트를 더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100면 이내의 짧은 분량, 매력적인 삽화를 통해 책 읽을 시간이 없고 독서가 낯설어진 이들도 동시대의 좋은 작품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끈다. 동화에서 읽기를 멈춘 청소년기 독자에게는 소설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깊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퍼 올리려면 위에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문학과 점점 멀어진 이들이 다시 책과 가까워질 수 있게끔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독서 문화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