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책소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누군가 물어본다면 ‘밥의 민족’이라고 말할 것이다. 한국인에게 밥은 단순히 쌀밥, 보리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밥은 인생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며 안부를 묻고, “밥 한번 살게”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잘못을 저지르면 “밥도 없을 줄알아!” 하고 혼난다. 아프면 “밥은 꼭 먹어”라고 걱정하고, 근심이 있으면 “밥이 안 넘어간다”고 말한다. “밥값은 해야지”라며 열심히 일하고, 바쁠 땐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며 한탄한다. 우리는 밥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민족이다.
당신께 “당신의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필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를 꺼내게 되지 않겠는가. 그때 어떤 마음을 주고받았는지를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여기 그 질문에 대한 박완서, 신경숙, 성석제, 공선옥, 최일남, 정은미, 고경일, 김진애, 주철환, 홍승우, 김갑수, 장용규, 박찬일의 대답이 실려 있다. 그림으로, 글로 인생의 한 장면을 그려냈다. 수수팥떡, 강된장과 호박잎쌈, 전주비빔밥, 팥죽, 묵밥, 초콜릿, 나베, 매운탕, 바나나, 이북만두 등 추억에 얽힌 음식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그 맛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이 출간된 후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밥에 담긴 추억만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의 아련한 맛은 더 간절해진다. 2024년에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개정판을 새롭게 펴내는 까닭이다.
글은 음식을 위한
최고의 조미료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없는 건 절대로 안 먹는다.”
―박완서
한국문학의 어머니이자 최고의 이야기꾼인 소설가 박완서의 말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꼽은 생애 최고의 음식은 무엇인가. 그것은 소박하기 그지없는 메밀칼싹두기와 강된장과 호박잎쌈이다. 그 소박한 맛에는 외로움 타는 식구들을 한 식구로 어우르고 위로하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성석제는 어느 날 우연히 먹게 된 묵밥 얘기를 구수하게 펼치고, 공선옥은 산밭을 일궈 ‘밭벼’에서 거둬들인 일명 ‘산두쌀’에 얽힌 아픈 기억을 얘기한다. 최일남은 비빔밥과 콩나물의 고장에서 태어난 ‘식복의 행운’을 은근히 자랑하고, 신경숙은 추운 겨울 고구마꽝에서 꺼내먹던 고구마에 얽힌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사람은 변해도 추억은 변하지 않는다. 엄마와 나는 초콜릿을 녹이며 변치 않는 기억을 부른다.”
―정은미
화가 정은미는 그들 모녀에게 초콜릿은 불안과 집착, 열정을 다스리는 유용한 마약이었던 셈이라고 고백한다. 시사만화가 고경일의 글과 그림은 우리를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해준다. 일본 유학 시절 처음 먹어본 나베의 신선한 충격을 ‘축제’의 고마움으로 기억한다. 그는 “사람이 함께했을 때 음식의 맛은 더해진다”며 음식 예찬론을 펼친다. 건축가 김진애는 ‘우르르 쾅쾅’ 스타일인 친정엄마와 ‘조근조근’ 스타일인 시어머니에게 배운 자신의 요리 솜씨를 자랑하며 요리란 물과 불로 하는 황홀한 장난이라고 요리를 예찬한다.
“물과 불로 하는 황홀한 장난, 요리. 요리를 축복하라!”
―김진애
인기 절정의 피디였던 주철환은 하마터면 바나나의 유혹 때문에 양자로 갈 뻔했던 사연을 들려준다. 『비빔툰』으로 친숙한 홍승우는 청국장에 얽힌 아픈 기억을 떠올린다. 그는 열 장의 그림으로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낯을 붉히게도, 가슴 시리게도 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음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시인이자 문화평론가인 김갑수는 음악에만 몰두하던 그가 또 다른 몰두, 즉 에스프레소 커피를 탐닉하는 과정을 진지하게 풀어낸다. 아프리카학부 교수인 장용규는 에구투구제니 사람들은 계층에 따라, 민족에 따라 먹는 음식과 금기하는 음식을 달리한다며 재치 있는 글솜씨를 뽐낸다.
“나를 요리사로 만든 건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다.”
―박찬일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은 요리와 한정 없이 거리가 있는 소년이었지만 팔자소관으로 요리사가 되었고 그를 요리사로 만든 건 아이러니하게도 ‘투박한 요리 요정’인 그의 어머니였음을 고백한다.
이렇게 열세 명의 작가가 ‘사무치는 맛’을 담아냈다. 그들의 글과 그림을 꼭꼭 씹어 먹다 보면 먹고사는 얘기가 이렇게나 맛깔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들의 얘기는 입안에 침이 고이게도 하고 눈물이 핑 돌게도 하며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도 한다. 음식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자취를 남길 때 비로소 우리는 고작 밥 한 그릇에도 울고 웃을 수 있다. 음식은 추억이다. 추억이 우리를 키운다. 자, 이제 정성껏 차린 밥상을 올린다. 화려하진 않지만 진솔하고 정겨운 밥 한 그릇 드시기를. 여러분의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을 떠올려보시기를.
[목차]
당신에게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은 무엇입니까
기나긴 봄날의 밥티꽃나무
이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다 | 박완서
어머니를 위하여 | 신경숙
묵밥을 먹으며 식도를 깨닫다 | 성석제
밥으로 가는 먼 길 | 공선옥
전주 해장국과 비빔밥 | 최일남
초콜릿 모녀 | 정은미
나베요리는 한판 축제 | 고경일
요리, 요리를 축복하라 | 김진애
바나나를 추억하며 | 주철환
음식에 대한 열 가지 공상 | 홍승우
에스프레소, 그리고 혼자 가는 먼 길 | 김갑수
줄루는 아무 거나 먹지 않아 | 장용규
투박한 요리 요정 나의 어머니 | 박찬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