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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02335
ISBN
9788934923701
페이지,크기
212 , 118*188mm
출판사
출간일
2024-06-27
[출판사서평]
1989-1990,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의 세계
작가가 자신의 최고 단편으로 꼽은 <잠> 등 6편의 짧은 소설

어느 날 집으로 정체불명의 TV가 배달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표제작 , 자상한 남편과 사랑하는 아이, 넉넉한 살림 등 나무랄 데 없이 행복하다는 유부녀와의 불륜을 담은 <비행기-혹은 그는 어떻게 시를 읽듯 혼잣말을 했나>, 이탈리아에서 조우한 고등학교 동창의 기묘한 연애담을 옮겨 적은 <우리 시대의 포크로어-고도 자본주의의 전사>, 산속 집 안에 틀어박힌 채 몸의 물소리를 듣는 언니와 그를 도우며 지내는 동생의 이야기 <가노 크레타>, 한 달 후 결혼을 앞둔 연인의 기이한 산책을 담은 <좀비>, 십칠 일째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는 주부의 각성을 따라가는 <잠> 등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9년-1990년에 발표한 단편 6편이 수록되어 있다.

“여섯 이야기의 질감이 제법 서늘하지만
어딘가로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는
온기의 예감이 담겨 있는 소설집입니다.”
_무라카미 하루키

1988년 《노르웨이의 숲》(혹은 《상실의 시대》)으로 사회현상이 될 만큼 붐을 일으키고 다음 해에 뒤이어 발표한 장편소설 《댄스 댄스 댄스》까지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는 영예를 안은 무라카미 하루키. 그러나 당시 일본 문단의 주류와 다른 스타일을 표방한다는 이유로 박수보다는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경우가 많았고, 큰 성공을 이뤘음에도 깊은 허무에 빠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주류 흐름에 맞추기보다는 자신만의 글쓰기를 밀고 나가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로 선보인 소설집이 바로 《TV피플》이다.
《TV피플》을 향한 작가의 애착은 남다르다. 과 <잠>은 자신의 최고 단편으로, 단 한 권의 베스트 단편선을 기획한다면 이 둘은 반드시 수록될 작품이라고 귀띔하는가 하면, <가노 크레타>의 주인공 자매는 이후 장편《태엽 감는 새 연대기》에서 또 한 번 소환했고, 평소 책을 출간한 뒤 다시 잘 들춰보지 않는다던 작가가 <우리 시대의 포크로어-고도 자본주의의 전사>는 십 년도 더 훌쩍 지나서 애정을 담아 대폭 개고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비채의 한국어판 《TV피플》은 1990년 분게이슌주에서 펴낸 단행본 《TV피플》을 저본으로 삼되, <우리 시대의 포크로어-고도 자본주의의 전사>는 작가가 전면 개고해 수록한 《무라카미 하루키 전작품 1990-2000 ① :단편집1》(고단샤, 2002)의 수정 판본을 기준해, 이른바 결정판 《TV피플》로서 오늘의 독자를 찾는다. 작가 자신을 지난한 슬럼프에서 구원한 치유의 소설집이자, 무라카미 하루키 스타일이 순도 높게 담긴 하루키 단편 문학의 지향점. 독자는 책장을 펼치는 순간 무한한 상상력의 향연 속 서늘하면서도 어떤 출발을 격려하는 따뜻한 예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소니 컬러TV를 나눠 들고 집으로 들이닥친 의문의 세 남자, 시를 읽듯 혼잣말을 계속하는 청년, 십칠일 째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는 주부, 너를 사귄 이유는 너를 잡아먹기 위해서라는 남자…… 현실과 환상의 균형이 이지러진 세계 속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듯 은연하고 묘려한 일상. 혼란과 고독, 상실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마흔 살 무렵의 무카라미 하루키가 그린 어둡고 단단하고 고요한 세계.

TV피플
“나는 발언하고 싶다. 무언가 말해야 한다. 내게는 해야 할 말이 있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작아지고, 메말라버리고, 이윽고 돌이 되고 만다.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__p.50
봄날의 어느 일요일 해 질 녘, 세 명의 TV피플이 찾아온다. 몸집이 조금 작고 파란색 옷을 입은 수수께끼의 남자들, 그들은 나의 존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슬며시 내 방으로 들어와 소니 컬러텔레비전을 두고 말없이 떠난다. 평소 책을 쌓아둔 모양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불편한 내색을 보이는 아내는 어째 TV의 존재 따위 괘념치 않는다. 그리고 그날부터 TV피플이 내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비행기 _혹은 그는 어떻게 시를 읽듯 혼잣말을 했나
“사람 마음은 깊은 우물 같은 것 아닐까 싶어. 바닥에 뭔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때로 거기서 떠오르는 것의 생김새를 보고 상상하는 수밖에.”
__p.66
얼마 전 스무 살이 된 그는, 아이가 있는 일곱 살 연상의 유부녀와 만나고 있다. 매번 여자는 가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남편은 자상하고 아이는 사랑스럽고 자신은 행복한 것 같다고. 그때마다 그는 생각한다. 그럼 나랑 왜 잘까? 여자는 자주 운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 먼 하늘의 비행기처럼 곧 사라질 흔적을 남기며 지나가는 젊은 날의 이상한 오후.

우리 시대의 포크로어 _고도자본주의 전사
“너라면 어떻게 했어?” 그가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어려운 질문에는 정말이지 대답할 수 없었다.
__p.115
소설가인 나는 이탈리아에 머무를 때 루카라는 중부 마을에서 고등학교 동창과 조우했다. 학창 시절 나는 딱히 그를 좋아하진 않았다. 어디에나 한 명쯤 있는, 흠잡을 데 없는 모범생 타입. 그러나 우연히 만났고, 모처럼이고, 이탈리아 루카이고, 맛있는 레드와인도 있다. 우리는 대화가 길어졌다.

가노 크레타
“서둘러선 안 돼. 귀를 기울이는 거야.
그러는 사이 답이 들리니까.” 마르타는 말했다.
__p.127
내 이름은 가노 크레타. 나의 일은 언니 가노 마르타가 물소리 듣는 걸 거드는 것이다. 언니는 물소리 듣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언니는 귀띔한다. “네 몸속 물소리를 듣게 되면 네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언니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나를 함부로 대한다. 결국 우리는 어느 날 남자 한 명을 죽이기에 이른다. 이 이야기는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의 기록이다.

좀비
“사마귀 싫어해?”
“품위 없는 사마귀는 싫어. 그런 걸 좋아하는 녀석이 세상에 어디 있어?”
__p.137
결혼을 앞둔 한 커플이 한밤중 묘지 옆길을 걷고 있다. 안개 탓인지 불길한 예감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남자가 불쑥 말했다.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인 거 알아? 안짱다리, 암내, 꾀죄죄한 목깃, 귓속의 사마귀…” 여자는 잠자코 있었다. 화가 나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 사람이 왜 이러지, 이건 꿈일까? 그렇다면 깰 수 있을까?


“시계가 시간을 새기는 소리를 들으면서,
밤의 어둠이 조금씩 깊어지고 이윽고 다시 옅어져가는 광경을 나는 지그시 바라보았다.”
__p.171
잠을 못 잔 지 벌써 십칠 일째다. 그런데 아무 문제가 없다. 졸리지 않고 의식도 명료하고 피로도 느끼지 않는다. 몸은 오히려 더욱 젊어지는 것 같다. 나는 평범하게 장을 보고 수영을 한다. 남편과 아들을 위해 밥을 해준다. 모두가 잠든 밤에는 래미 마르탱을 마시고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다.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나? 나는 점점 깊은 생각에 잠기고,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목차]
TV피플 007
비행기 _혹은 그는 어떻게 시를 읽듯 혼잣말을 했나 053
우리 시대의 포크로어 _고도자본주의 전사(前史) 073
가노 크레타 119
좀비 133
잠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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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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