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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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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199528
ISBN
9788901276816
페이지,크기
260 , 128*200mm
출간일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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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내밀한 사색과 깊숙한 애호로 그려내는
아름답고 투명한 겨울의 세계

유튜버로, 작가로, 디제이로, 그리고 올해부터는 철학과 대학원생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김겨울. 여섯 권의 단독 저서를 꾸준히 펴냈고, 수차례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그이지만, 이번에 펴내는 『겨울의 언어』는 특별하다. 저자는 서문에서 “내가 오로지 김겨울로 쓰는 첫 책”임을 밝히며 자신의 진솔한 내면을 처음으로 고백하는 책임을 알려준다.

이 책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쓴 글 중 일부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의 8년간의 시간이 그대로 담겨 있는 글들을 모아보니 200자 원고지 1500매가 넘었다. 그중 특정 작품의 리뷰나 시의성이 강한 글을 제외하고 작가의 오롯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글들을 모았다. 늘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를 겨울서점으로 초대하는 그이지만, 그가 통과해온 지난한 시간들 속에서 우리는 왜 김겨울이 읽고 쓰는 사람이 되었는지를 본다.

아, 시가 스스로 흘러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때는 스물다섯을 열어젖히는 겨울이었다. 부지런히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꿈결처럼 단어들이 흘러나왔다. 겨울 아침 내쉬는 입김도 같았다. (……) 다가오는 말들을 적어 흘려보내고 나면 나는 이 시절을 조금 더 삼킬 수 있었다. 그때 알았다. 시는 신체 감각이고, 거부할 수 없는 선언이고, 읽는 이와 쓰는 이 모두를 관통하는 물결이었다. (28쪽)

2017년 책을 유튜브를 시작하고, 첫 책을 출간하기 시작한 이래 매년 꾸준히 단독 저서를 출간하는 성실한 저자 김겨울은 틈틈이 시를 짓고, 소설을 구상하며 끊임없이 텍스트 앞으로 자신을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이제 저자는 예정된 ‘잘된 삶’을 버리고 철학을 공부하기를 결정하고는 “몹시 행복하다”고 말한다. 겨울의 세계는 계속 확장하는 사유의 세계이자 언어의 세계다. 한 사람의 일관적이고 주체적인 인생의 궤적을 보는 일은 그 자체로 독자에게 응원이 된다.

“읽고 쓰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꾸준히 읽고 쓰는 이의 애호하는 마음

『겨울에 언어』에는 지금의 김겨울을 만든 읽고 쓰는 삶이 그대로 담겼다. 머리통을 찌르는 각지고 아픈 단어들 사이에서 시의 언어로 겨우 숨 쉬던 고등학생 시절, 진은영의 시 ?대학 시절?을 닳도록 잃으며 지긋지긋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김겨울에게는 삶의 지난함을 책과 음악으로 버텨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가 무엇이든지 예술로 얻고 싶다면 그만한 시간을 기울여야 한다. 책으로 진입하는 머리글을 읽을 인내심과 스크린 앞에 꼼짝 않고 앉아 있는 두 시간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어색한 분위기와 초조함과 마법 같은 이끌림과 불현듯 다가오는 슬픔 같은 것들이 몸을 통과하도록 두어야 한다. 우리가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다면 작품 역시 아무것도 내놓지 않을 것이다. (50쪽)

김겨울은 작품에게 많은 것을 내놓는 사람이다. 미술관 내부를 천천히 걷고, 한 사람의 일관되고 내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집중해서 들으며, 40분짜리 피아노 협주곡을 가만히 듣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예술을 향유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작가는 차곡차곡 쌓아간 향유의 여정을 털어놓는다. 그 여정을 읽다 보면 우리는 결국 “예술의 경험이란 정확하게 삶의 경험”임을 깨닫는다.

바라건대 진심으로 경청하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살고 싶다. 판단을 잠시 멈추는 사람들의 세계, 상대방의 삶에 자신의 상을 욱여넣으려고 들지 않는 사람들의 세계, 복잡함을 인정하는 사람들의 세계. 세 줄 요약만 듣고 홀연히 사라지지 않는 이들의 장황한 말을 듣고 싶다. 그러나 하다못해 친구의 말조차 세 시간 이상 듣는 일이 적은 세상에서 그나마 우리 자신을 톱니바퀴로만 두지 않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예술 경험일 것이다. (51쪽)

“나는 미련 없이 움직이는 진자다.”
아름답고 단단한 김겨울의 문장들

이 책에서 우리는 본격적으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며 철학이라는 영토에 한 발짝 다가간 저자의 더욱 깊어진 문장을 엿볼 수 있다. 때로는 한 편의 산문시처럼 읽히기도 하는 그의 글은 관성적인 읽기 방식과 부러 거리를 두기도 한다. 따뜻한 위로는 없지만 내 안에 낯선 질문을 고이게 하는 뜨거운 글, 정답을 내어주진 않지만 안심하고 방황할 수 있는 여운을 주는 글, 김겨울이 탐독하는 책의 모습을 닮아 “오래된 시야도 생각도 감각도 재편해주는 글”들이다.

『겨울의 언어』는 김겨울이라는 저자를 담음과 동시에 겨울이라는 계절을 담은 책이다. 차갑지만 그만큼 고요하여 깊게 사유할 수 있는 계절, 웅크리고 있는 듯하지만 철새처럼 마음속으로 힘찬 비행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김겨울은 알려준다. 자신을 탐구하고 읽고 쓰는 일이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놓을 수 있다고. 또다시 새겨울이 왔다. 매해 찾아오는 겨울, 혹독한 바람이 불어와도 웃으며 맞이하는 겨울처럼, 당신의 겨울도 자신을 닮은 언어로 가득하길.

“누구에게든 어디에서든 겨울은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계절일진대, 겨울을 소리 내어 부르는 사람에게 겨울의 혹독함이란 자신을 휩쓸어도 좋을 바람이다. 나는 제자리에 곧게 서서 거센 바람을 맞는 일을 생각하며 그럼에도 이것이 삶이라면 노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 (6쪽)

책 속에서

일도 사랑도 ― 와, 이렇게 쓰니 정말 어른이 된 것 같다 ― 힘차게 밀어보지 않고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남이 나에게 일을 주지 않으면 내가 일을 벌였고, 나를 전부 버리는 한이 있어도 상대에게 모든 걸 주려고 했다. 믿었던 일과 믿었던 사랑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 어쨌든 돌아올 때는 뭐라도 배우는 게 있었다. 이를테면 무턱대고 믿음을 쏟아부으면 안 된다는 교훈이라든지(그래놓고 나는 또 속절없이 믿음을 쏟아붓곤 했다). 진자가 제아무리 제자리에 돌아온다고 해도, 진자 자체가 움직이고 있다면 돌아올 때는 늘 새로운 자리가 된다. 공전하는 지구가 실은 태양계의 움직임 때문에 매년 다른 자리에서 한 해를 시작하듯이. 그래서 아직도 매번 힘차게 밀고 힘차게 자빠진다. 나는 미련 없이 움직이는 진자다.
_ 24쪽, <1991>

대학교에서 이중전공으로 철학을 선택하기까지 늘 철학의 영토 주변부를 맴돌았다.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는 동안에도 언젠가는 철학을 더 공부하리라고 생각했다. 나의 삶보다 큰 그 무언가에 나를 바치고 싶다는 생각, 그리하여 그 거대한 생각의 제전 속에서 웅크릴 자리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철학 텍스트를 읽고 생각하고 조사하고 글을 쓰는 과정은 삶의 다른 가능성을 기꺼이 잠시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황홀했고, 철학의 부름은 무슨 짓을 해도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없는 메아리처럼 느껴졌다.
_ 34쪽, <어쩌다 대학원>

바라건대 진심으로 경청하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살고 싶다. 판단을 잠시 멈추는 사람들의 세계, 상대방의 삶에 자신의 상을 욱여넣으려고 들지 않는 사람들의 세계, 복잡함을 인정하는 사람들의 세계. 세 줄 요약만 듣고 홀연히 사라지지 않는 이들의 장황한 말을 듣고 싶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물화되지 않는 소중한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은 곧 돈이므로 우리는 고전 다이제스트와 ‘결말 포함 줄거리’와 ‘후렴구 모음’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하다못해 친구의 말조차 세 시간 이상 듣는 일이 적은 세상에서 그나마 우리 자신을 톱니바퀴로만 두지 않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예술 경험일 것이다.
_ 51~52쪽, <이상적인 경청의 세계>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작게 틀어둔 채 눈을 감고 내일 아침 요거트에 뭘 넣어 먹을지 생각하다가, 문득 터무니없는 행복을 느꼈다. 울며 자해를 하거나, 자다가 환청을 듣고 깨거나, 다시 잠들지 못해 새벽을 뒤척이거나, 내일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며 내일 아침의 요거트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영원처럼 반복되던 긴 시간을 버텨서 이런 날이 오기로 했다는 것이. 이것을 알려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모르고도 울기를 멈추지 않았기에 오늘이 왔다는 사실을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_ 91쪽, <삶을 좀 아는 사람>

졸업 후에 나는 알려져 있듯 책을 소개하는 유튜버가 됐다. 유튜브에서 나는 문학 책도 과학 책도 인문학 책도 소개한다. 유튜브에서는 책을 소개하고 출판인들에게는 유튜브 강연을 한다. 내가 책과 유튜브라는 각각의 경계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이 혼란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전에 책의 저자 소개에 이렇게 썼다. “유튜브와 책 사이, 글과 음악 사이,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서서 세계의 넓음을 기뻐하는 사람.” 이 세계가 이렇게 넓다는 것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영역이 실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그 모든 게 인간이라는 것이 아주 기쁘다.
_ 140쪽, <혼란의 추억>

말하자면 삶의 어떤 부분에서 나는 약간의 유잼이 된다. 나머지 부분이 노잼이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 갑자기 유잼 캠프 같은 곳에 들어가 유잼 훈련을 받을 수도 없고, 그저 남은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좀 더 능청스럽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기를 노력하는 수밖에. 친구 사이에 내가 웃기진 못해도 많이 웃을 수는 있고 그걸 좋아해주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조금 더 환한 웃음을 짓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환하게 웃으면 친구도 환하게 웃을 테지 별 수 있나.
_ 199쪽, <재미없는 사람>

나는 내가 신애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그것은 결코 지울 수 없는 내 삶의 기록이기도 하다. 우리가 변화해가는 모습 역시 그렇게 남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고기를 줄이고 일회용품을 줄일지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면 성차별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각자의 일을 응원하고, 나이 마흔의 삶을 그려본다. 그 즈음에는 꼭 근처에 살자고 말한다. 이렇게 곁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를 자랑스러워하며 우리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그저 이렇게 죽 사는 것이 삶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든든한 친구와 10년 뒤, 또 10년 뒤를 그리며 바지런히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삶은 아름답게 마감되겠구나, 하는 그런 예감이다.
_ 217쪽, <우리의 시절>

[목차]
프롤로그

1. 새겨울

새겨울
1991
흐르는 말들
어쩌다 대학원
음악도시 위로 흐르는 원더풀 라디오
준비가 무의미해질 때
이상적인 경청의 세계
포착하기
엽서-되기
완벽한 삶-책
삶을 모르는 사람
삶을 좀 아는 사람
4000주
밤 기차

2. 네모나고 다채로운 이 물건

성큼성큼 책 권하는 일
책만으로 친구가 되는 일
책 한 권 찾으려다 그 책의 씨를 말린 건에 대하여
고전 따라잡기 ? 애서가라고 그걸 다 읽은 건 아니라우
책의 수명
혼란의 추억
나는 왜 SF를 읽는가
당신의 혼돈 속에 당신의 행복
친구의 책
애서가가 ‘우연히’ 책을 사는 방식
서서 읽는 만화책
작가 살려 최고 살려
출간을 한 주 앞둔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그만 찾아봐야 해 내 책 이름을
‘젊은’ ‘여성’ ‘작가’
몸을 짓는 일

3. 재미없는 사람

재미없는 사람
P의 오해
옆집 개의 사정
우리의 시절
작가의 이중생활
예고된 이별
클래식이라는 오래된 희망
안의 소리
시간을 정지시키는 주문
초보자 되어보기
일단 뛰어
커피라는 가짜 버튼
어드벤트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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