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치는 이 모습이 진짜 나일까?
소심하고 쑥스러움이 많던 아리에트가 완전히 다른 특질의 그림자를 만나서 느낀 새로운 존재감은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사자의 그림자는 물웅덩이, 식탁, 안경, 거울 등 표면이 매끄러운 곳이라면 어디든지 자유자재로 존재하며 아리에트와 함께한다.
가구와 타일, 담벼락과 교실 바닥의 무늬 속 동식물들은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듯하고 벽에 걸린 옷들이나 태피스트리,
장면 곳곳에 등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보여 주는 동물들은 작품 전체에 유쾌하고 유연한 에너지가 흐르게 한다.
네모난 화면이 터질 듯 꽉 채워진 이 생생한 활기는 사자의 그림자가 그랬듯 우리의 내면에 숨은 어떤 힘을 일깨운다.
사자의 그림자는 이대로 아리에트와 오래오래 행복할까?
또 다른 누구를 찾아서 길을 떠나진 않을까?
아리에트에게 원래 있던 그림자는 혹시 다른 존재의 그림자가 되고 싶진 않을까?
책을 덮고 나서도 많은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아리에트도, 그림자들도, 이야기 속 그 누구도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무한히 많은 존재들과 만나 반응할 것이며, 이들 앞에 놓인 특별한 하루도 그만큼 무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