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출판사서평]
닿고 나서야 드러나는 얼굴들
점차 넓어지는 세계와의 접촉면
『해파리 만개』 속 인물들은 낯선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감각하게 된다. 김초엽 작가는 인간이 타자와 마주하고 접촉하는 순간에 주목하며, 우리가 지닌 이해와 기준이 어떻게 흔들리고 달라지는가를 포착한다.
‘모래’는 직접적인 접촉 대신 풍경을 응시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다르게 감각하는 능력을 지녔고(「모래 이야기」), ‘나’는 미라 아주머니에게 구매한 ‘끈적이’를 만지며 외부의 생각과 느낌이 몸 안으로 스며드는 경험을 하며(「끈적이」), 길을 잃고 우주선에 불시착한 ‘젤리’와 직간접적으로 닿은 ‘은수’와 사람들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는다(「젤리의 우울」). 서로 다른 방식의 ‘닿음’을 통해 대상과 주체의 경계는 흐려지고, 감각의 작동 방식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까부터 너무 과한 해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젤리는 무척 우울해 보인다.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기피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다. 어떤 기분일까? 꼭 필요한 존재였다가, 자신을 필요한 존재로 만들었던 바로 그 특성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_「젤리의 우울」에서
이러한 변화는 때로 고통과 불안을 동반하며 자아를 위협한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들과의 만남이야말로 기존의 관념을 넘어서는 하나의 통로로 작동한다.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는 것, 붙잡았다고 생각하는 것, 이해했다고 여기는 것들은 언제든 다른 방식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이 작품집은 알려준다.
“그럼, 네 진짜 이름은 뭐야?”
쓸모를 묻는 세상에서
이름을 붙이고 곁을 내어주는 마음
김초엽 작가는 존재를 규정해온 기준들이 얼마나 임의적이고 제한적인지 드러내는 동시에, 그 너머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가 꾸려놓은 세계 속 존재들은 더 이상 기능과 효용으로 나뉘거나 남겨지는 위치에 머물지 않는다.
플라스틱과 비닐 조각 등으로 생성된 ‘해파리’가 도시를 장악하자 인간들은 혼란에 휩싸이면서도 공존 방식을 깨닫고(「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인간의 타자수 역할을 하다가 쓸모를 다하자 방치된 인공의식 ‘네모’는 자신을 회수하러 온 구조 단체 활동가 성은수와 마주하며(「사각의 탈출」), 기이한 생명력이 깃든 석상 ‘골렘’은 움직임을 가르쳐준 ‘나’를 오히려 이끌어 새로운 장소로 나아간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쓸모’라는 기준에 대한 의문이다. 쓸모로 가치를 가늠해온 세계에서 김초엽 작가는 밀려난 것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호명함으로써, 그들을 하나의 존재로 위치시킨다. 이처럼 『해파리 만개』는 어긋난 상태로 남아 있는 존재들과 함께 놓이는 일, 이해할 수 없을지언정 곁을 내어주는 마음을 사유할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목차]
작가의 말
모래 이야기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끈적이
사각의 탈출
젤리의 우울
사모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