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0년경에 처음 만들어졌다는 중국의 섭한(葉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집된 ‘신데렐라’ 이야기는 천 편이 넘는다고 하죠? 동네마다 클리셰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요약하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왕과 결혼하는 해피엔딩입니다. 뻔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지금도 ‘파리의 연인’과 같은 드라마를 통해서 여전히 인기를 누리는 걸 보면 앞으로도 사랑 받을 영원한 주제인가 봅니다. 심지어 뻔하다고 욕을 하면서도 신나게 보죠. ^^
《Princess Furball》도 변종 신데렐라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던 그 뻔한 신데렐라와는 조금 달라요.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아주 강인하고 영리하고 적극적인 주인공이 나옵니다. Furball는 착하고 순해빠져서 계모의 구박이란 구박은 있는 대로 다 받고 눈물만 흘리는 바보 같은 여자가 아닙니다. 유리구두를 든 왕자가 자신을 찾으러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동태 인간형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왕에게 자신을 어필해서 스스로 해피엔딩을 만들어 가는 능동형 인간이죠. “뭐, 그래봐야 신데렐라 이야기일 테지…….”하고 지나쳤다가는 아주아주아주 많이 후회할 정도로 정말 재미 만빵입니다. ^^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버지가 50개의 수레 가득 은을 받고 자신을 괴물에게 시집보내려 합니다. 괴물에게 시집을 가기 싫은 Furball은 아버지에게 세 벌의 옷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후 그 옷과 함께 죽은 어머니의 유품인 세 개의 보석과 최고의 향신료를 챙겨서 새벽에 달아납니다. 우여곡절 끝에 어느 나라의 왕의 주방에 취직해서 살게 됩니다.
드디어 무도회가 열립니다. Furball의 평소 모습은 재투성이 아가씨라 불리는 신데렐라를 능가하는 지저분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무도회가 열렸을 때, 몰래몰래 빠져나가 아버지에게서 받아온 드레스를 차려입고 무도회에 참석하죠. 당연히 왕과 춤을 췄겠죠? ^^
주방으로 돌아와서는 역시 집에서 챙겨나온 최고의 향신료로 최고의 수프를 끓입니다. 특히 왕이 먹을 수프에 어머니의 유품인 보석을 빠뜨리는 센스! 결론은 결혼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입니다.
약해빠진 신데렐라는 가라! 센스쟁이 신데렐라 《Princess Furball》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