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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나쁜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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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47875
ISBN
9791172133924
페이지,크기
296 , 128*188mm
출간일
2026-04-04
[출판사서평]
“이제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그런가 봐. 깊은 관계가 너무 간절해”
멀어지려 할수록 되려 이끌리는 관계의 딜레마

《너의 나쁜 무리》 속 인물들은 저마다 결핍을 지니고 있다. 그로 인해 서로에게 강렬히 이끌리며 종내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추운 뺨에 더운 손〉은 걸핏하면 지인들의 돈과 패물을 훔치는 엄마를 둔 ‘선이’가 어릴 적 동네 친구 ‘기문’과 조우하는 이야기다. 둘은 사라진 금두꺼비의 행방을 논하기 위해 만났으나 그와 상관없이 관계를 복원하는 데 애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믿는 “마임”을 함께함으로써 변함없는 애정과 의지를 서로 확인한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믿는 일이란 무시로 의심받고 흔들리기 마련이어서 둘 사이의 균열은 결코 메워질 수 없으리라는 점 또한 작가는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표제작 〈너의 나쁜 무리〉는 사랑에 있어 자유분방한 ‘여사’의 손에 자란 ‘유선’의 연애담이자 성장 서사이다. 버림받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는 여사는 번번이 사소한 일로 애인을 갈아치운다. 그러면서 손녀인 유선에게 “너는 그러지 않고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가르친다. 여사처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랑을 원하는 유선은 자신과 다른 사람이 되라는 훈육에 불만과 분열을 경험한다. 애정에서 비롯된 걱정과 우려가 실은 사랑하는 이를 밀쳐내는 일이 되고 만다는 것을,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생긴 상처가 둘 사이를 잇는 끈질기고도 애틋한 매개가 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너의 나쁜 무리》는 친밀함과 거리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관계의 딜레마를 핍진하게 묘사한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차마 끊어내지 못하는, 멀어지려 할수록 되려 이끌리는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성을 깊이 탐구한다.

여사는 나 또한 그저 그런 남자들처럼 언젠가 떠나게 될 거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내가 여사를 떠나게 된 건 오히려 여사의 그런 확신 때문이었다. 내가 있으면 언제나 여사가 그런 불안에 시달릴 거라는 확신. 여사 안에는 아주 오래된 사시나무가 있었다. 나는 정말이지 그 나무가 너무도 쉽게 흔들리고 마는 꼴이 보기가 싫었다. _〈너의 나쁜 무리〉, 101쪽

“최소한으로라도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으로 노력해야 하는 거야”
끝끝내 무리 짓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안간힘,
그 사랑을 위하여

예소연의 인물들이 지닌 또 다른 특성은 자조와 비관이다. 그들은 보통의 삶을 갈망하지만 결코 그것을 얻지 못하리라는 염세에 사로잡혀 있다. 그럼에도 타자를 위해 손 내밀기를, 누군가를 한 번 더 믿어보기를 기꺼이 결심한다. 〈아무 사이〉는 시터로서 극진하게 할머니들을 돌보는 ‘희지’의 이야기다. “고되다 못해 서러운 노동”이라 불리는 시터 일에 희지가 유독 매진하는 이유는 그 전까지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가슴 한편에 쌓인 부정적 감정 때문이다. 스스로가“아주 나약하고 쓸모없는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희지는 눈앞의 할머니들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이를 극복한다. 할머니들이 자신을 그저 “일하는 아줌마”로 취급하며 못되게 굴어도, 보호자로부터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요.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라는 면박을 들어도 희지는 자신의 소박한 생활과 고양이 영주를 지키기 위해, 말 그대로 “최소한의 것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일한다. 타인을 돕는 행위가 곧 자신을 돌보는 활동이나 마찬가지임을, 우리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것뿐임을 아는 듯이 말이다.
〈작은 벌〉은 죽음을 앞두고 병원을 탈주한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구급차를 모는 ‘이중일’의 내면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중일은 호송하던 이들이 생에 대한 의욕과 집착을 강하게 드러내는 모습에 새삼 스스로의 삶을 반추한다. “자신이 사는 동안 한 번도 살고 싶었던 적이 없었”으며 “이토록 허무하게 살아내는 삶”에 적응했음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이중일은 구급차를 빼앗아 도망치려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일종의 답례처럼 구급차를 내어주기에 이른다. 자신을 두고 떠나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기이한 보람마저 느끼며 비로소 “완벽하게 그들의 편”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환자의 탈출에 연루되고 급기야 공범이 됨으로써 난생처음 타자가 아닌 스스로를 구조하기에 이른 것이다.
〈소란한 속삭임〉은 비밀 아닌 비밀을 속삭이는 모임을 통해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어디를 가도 붐비고 소음 넘치는 생활로 “어디 한군데가 단단히 틀어진” 인물들이 “여긴 다 이상한 사람들밖에 없어요” 하면서 도리어 안심하고 결집하는 과정을 다룬다. 목소리를 낮추며 가만가만 말을 건네는 속삭임이라는 형식이 낯선 이들 간에 내밀한 공명을 이뤄내는 장면은 그 자체로 현 사회에 대한 낙관적 비유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발문’을 쓴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너의 나쁜 무리》 속 인물들이 “외로움과 단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도시의 삶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라 말한다. 우리가 일견 “소박해 보이기도 하고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그들의 시도를 지지하는 건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기 때문”임을 짚어낸다. 성긴 관계와 느슨한 연결 속에서도 끊임없이 교류하며 더불어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사람들. 나날이 개별화되고 결렬되는 세계에서 예소연의 인물들은 끝끝내 무리 짓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때로는 상처받고 외로이 남겨질지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닿고자 하는 안간힘을 멈추지 않으며 생의 귀중한 가치를 기어코 회복해낸다.
이동진 평론가는 예소연의 최근작들이 “작가의 문학적 현재와 개인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함을 이야기한다. 작품을 통해 “개인의 문제가 곧 사회적, 국가적 맥락 속에 위치”함을 선명히 드러내는 순간들에 감동받았다고 밝힌다. 이렇듯 시대를 대변하면서도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는 흔치 않을 것이다. 문단의 대세로 떠오른 젊은 작가 예소연이 앞으로 써 나갈 시대-세대적 징후로서의 소설들이 한층 더 기대된다.

살면 살수록 더 희미해지고 미약해지는데 사라지는 나를 붙들어주는 건 늘 내 곁에 있는 함께 희미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어느덧 나를 정체화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 또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삶에 대한 의지가 생겼습니다. 생활을 만들어주는 건 다름 아닌 만남들이었고 만남들 속에 대화가 있었으며 대화 속에 나의 작은 말이 비로소 떠돌았습니다. _작가의 말

[목차]
추운 뺨에 더운 손
작은 벌
너의 나쁜 무리
소란한 속삭임
아무 사이
통신광장
뜰의 미래

발문_토성에서 살아남는 법_박혜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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