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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장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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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45003
ISBN
9791158162085
페이지,크기
208 , 118*188mm
출판사
출간일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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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부모가 죽어버리길 바라는 자식을
하나님은 용서해주실까?”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는 폭력의 순환

“이 이야기는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던 어느 장례식장에서 구성됐다.”_「작가의 말」

신도시 빌딩 숲 사이, 낡고 허름한 외벽이 드러난 모텔 ‘용궁장’이 도심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도심의 정돈된 풍경과 지독한 대조를 이루는 이곳에서 어느 날 투숙객 전원이 참변을 당하는 화재 사고가 발생한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피해자 합동 장례식장에는 곡소리가 나지 않는다. 사연 있는 자들만 모인다는 용궁장, 가해자는 보이지 않고 오직 피해자만이 넘쳐나는 이 사고는 과연 우연이었을까. 소설은 1부부터 5부까지 각기 다른 화자의 ‘고백’을 통해 인륜이라는 숭고한 가치가 어떻게 “올가미”가 되어 개인을 파괴하는지, 그리고 그 지옥을 끝내기 위해 왜 ‘불’이 필요했는지를 추적한다.

『용궁장의 고백』은 가족 간 폭력을 다각도로 그려내며 하나의 폭력이 어떻게 또다른 폭력으로 흘러가는지를 보여준다. 1부 「피해자의 고백」속 화자는 칠십 년간의 처절한 학대 끝에 ‘가정폭력의 피해자’에서 ‘부모의 죽음을 바라는 가해자’로 역할이 전환되고, 2부 「가해자의 고백」 속 화자는 부친의 편애와 비호 아래 형제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안락하게 살아온 또다른 형태의 ‘가해자’로 등장한다. 가족에게 착취당한 1부 화자와 그 수혜를 당연시하는 2부 화자의 순차적인 고백은 가족 내에 흐르는 부조리한 평화가 누군가가 살을 내어 만든 것임을 독자 앞에 서늘하게 드러낸다.

3부 「설계자의 고백」 속 화자인 ‘신주’는 ‘오 장로’와 함께 작품 속 모든 인물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그들의 냉정한 이해타산 아래, 작중인물들은 각자의 이유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불꽃을 갈망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약자로 그려지는 이 인물들이 단순히 수동적인 피해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사람 된 도리” 혹은 “인륜”이라는 견고한 굴레에서 벗어나 살아남기를 선택했고, 그 선택의 결과로 누군가를 향한 처절한 복수를 감행하거나 폭력의 구조 안으로 기꺼이 편입된다. 4부 「생존자의 고백」 속 화자가 이름을 바꾸며 권력의 내부로 들어가길 선택한 행위나 5부 「조력자의 고백」 속 화자가 형제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고향 집 진입로를 차단해버리는 행위는 생존본능이자 동시에 정교하게 설계된 복수다.

비극을 파헤치기에 앞서 중요한 질문은
언제나 “누가”가 아니라 “왜”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폭력이 되는 이 역설적인 순환. 저자는 독자에게 이들의 행위를 과연 ‘악’이라 규정할 수 있는지 묻는다. 사건의 결말부에서 용궁장이 전소되며 모든 인연을 모조리 태워버린 뒤에야 비로소 인물들은 새 삶을 건설한다. 그것은 어쩌면 그들이 그토록 기피해왔던 방식, 누군가를 고립시키고 자신의 고통을 무기로 삼는 행위를 통해 이뤄졌다.

1부의 화자가 “흰 지팡이로 바닥을 탕탕 두들기며 자신의 길로” 걷는 순간, 2부의 형네 부부가 장례식장에서 “자꾸만 웃음”을 짓는 순간, 언니 때문에 자살로 내몰렸던 3부의 ‘영미’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순간, 5부의 화자가 “내일은 머리를 검게 염색하리라” 다짐하며 신도시 빌라로 이사를 떠나는 순간, 비극을 양분 삼아 완성된 ‘불행의 극복’은 독자에게 단순한 카타르시스 이상의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용궁장의 고백』은 한국 사회에서 천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어온 관계 내 폭력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소외된 이들의 삶과 비극의 사회성을 다루면서도, 이 작품은 개인이 내린 선택의 무게를 다룬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다. 처참하리만치 매끈하고 거침없는 결말에 다다를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물들이 느꼈을 ‘해방감’이다. “불운은 나의 다른 이름”이라며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려 했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외부의 계획에 공모하며 지극히 사적인 복수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그 비정한 평온 말이다.

고백의 과정이 모두 끝나고, 마침내 “봄볕 아래”에 모인 인물들을 바라보며 독자는 그들이 맞이한 이 기묘한 평화의 정체를 한동안 응시하게 될 것이다. 폭력의 연쇄와 옳고 그름 사이의 간극을 해독하는 것은 이제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고백을 끝낸 화자들은 이미 과거와 연결된 모든 진입로를 불태웠고, 이제 막 각자의 새로운 지옥 혹은 천국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으므로.

터질 듯 달려나가는 서사와 쉴새없이 넘어가는 페이지
“탁월한 이야기꾼”의 탄생

첫 책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로 “훤칠한” 문체를 자랑하며 단숨에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조승리 작가는 단편소설 앤솔러지의 표제작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연작소설 『나의 어린 어둠』을 연달아 집필하며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 조승리’에서 ‘소설가 조승리’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번 『용궁장의 고백』을 통해 그는 명실상부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증명해냈다.

앞선 두 소설이 자전적 소설로서의 성격이 강했다면 『용궁장의 고백』은 온전한 창작 소설이다. 형식의 변화와 함께 저자의 문장은 한번 더 예리하게 벼려졌고, 저자는 그 첨예한 관찰력으로 ‘눈앞에 실재하는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는 듯 독자들 앞에 현실의 부조리를 거침없이 펼쳐놓는다. 사회적 금기를 깨부수는 ‘조승리표 서사’는 장강명 소설가의 말처럼 “불도저가 쳐들어오는” 듯한 파괴력을 지녔다. 소설가로 완벽히 자리매김한 “탁월한 이야기꾼”이 선사하는 이야기의 힘이다.

[목차]
작가의 말

1부 피해자의 고백
2부 가해자의 고백
3부 설계자의 고백
4부 생존자의 고백
5부 조력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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