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풀꽃」은 길가의 작은 풀꽃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시선은 단순히 자연을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 시는 우리 주변의 평범하고 작은 존재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 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시인이 말하는 ‘풀꽃’은 결국 우리 자신이며,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이번 시화집에서 「풀꽃」은 윤문영 화백의 수채화와 만나 새로운 울림을 얻는다. 부드러운 색채와 따뜻한 감성이 담긴 그림들은 길가의 풀꽃과 일상의 장면들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시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확장한다. 그림 속 인물과 풍경은 시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독자들이 자신의 삶과 감정을 비추어 볼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나태주 시인은 이번 책을 가리켜 “대개 그림책이라고 하면 어린이용이기 마련인데, 이 책은 우선 성인용이고 더불어 어린이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속도와 성과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작고 평범한 것들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세 줄의 시가 태어난 순간
2002년 5월의 어느 날, 충남 공주시 우성면의 작은 학교 상서초등학교 정원.
당시 교장이었던 나태주 시인은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정원으로 나갔다. 아이들에게 풀꽃을 그려 보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꽃을 자세히 보지 않고 서둘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가 어떻게 하면 풀꽃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느냐고 시인에게 물었다. 시인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건 말이다, 우선 여러 개의 풀꽃 가운데 자기 맘에 드는 풀꽃 한 개를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단다. 그리고서는 그 풀꽃을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랫동안 보아야 한단다. 그러면 풀꽃이 예쁘게 보이고 사랑스럽게 보이지.”
아이들은 그 말을 듣고 다시 풀꽃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작은 꽃잎과 줄기,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까지 천천히 들여다보며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바라보며 시인은 조용히 덧붙였다.
“너희들도 그렇단다.”
그 순간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바로 세 줄의 시가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시 「풀꽃」이 되었다.
나태주 시인은 외로울 때나 시간이 조금 여유로울 때, 혹은 시가 잘 써지지 않을 때면 일종의 “수련 방법”으로 풀꽃을 그린다고 한다.
작은 풀꽃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과 화가의 부드러운 색채가 만난 『풀꽃 123』은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 그리고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선물 같은 시화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