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꽃도 사람이 있어야 꽃이다
액자를 깨고 나온 정원이 우리 삶을 바꾸는 순간
이 책의 중심에는 “꽃도 사람이 있어야 꽃이다”라는 문장이 놓여 있다. 한 시인의 어머니가 남긴 어록에서 출발하였던 이 메시지는 저자가 오랜 시간 정원을 만들고 관찰하며 도달한 핵심적인 결론이기도 하다.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감상만 되는 꽃은 더 이상 살아 있는 정원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정원 문화 전반을 다시 보게 만든다.
저자는 테마파크 정원에서 실제로 울타리를 걷어 내고, 사람과 꽃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사람을 막아 꽃을 지키는 대신, 사람을 믿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 결과는 파괴가 아니라 변화였다. 방문객들은 꽃을 더 조심스럽게 대했고, 정원은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드러내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 경험은 정원이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며, 통제가 아니라 관계 위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또한 이 책은 정원을 기획하고 돌보며 가꾸는 ‘가든 메이커’라는 존재를 정원의 주변부가 아닌 핵심 요소로 끌어온다. 정원에서 일하는 사람의 손길과 시간이 드러날 때, 정원은 비로소 콘텐츠이자 문화가 된다. 『세상 모든 초록은 즐겁다』는 정원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며, 속도와 효율에 지친 현대인에게 ‘함께 자라는 아름다움’의 의미를 조용히 일깨운다.
책 속에서
다양한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정원은 일차원적 아름다움의 소비가 아닌, 한층 더 깊은 아름다움으로 가장 순수한 즐거움을 주는 사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한번에 완성되는 곳이 아니라 태어나고 성장하고 쇠퇴하는 일련의 과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살아 있는 생명체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 정원은 가장 평등한 공간이다. 내가 씨앗을 뿌리든 우리 집 막내가 씨앗을 뿌리든 똑같이 싹을 틔우고 환경과 소통하며 정원이 성장해 간다.
-프롤로그 “정원의 본질은 당신의 삶 속에 있다”에서
다가가려는 고객과 이를 막으려는 관리자들의 지루한 싸움을 끝내기 위해 더 높고 튼튼한 울타리를 만드는 대신 역으로 걷어 내기로 결정했다. 인간의 본성이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 소중히 대하고 싶어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시작했다. [...] 오히려 사람들은 꽃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자 더욱 조심해서 사진을 찍었고 조심스레 산책을 했다. 사람과 꽃 사이의 경계를 허무니 비로소 정원이 액자를 박차고 나와 살아 숨쉬는 공간이 되기 시작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를 경험한 정원이 마음껏 성장하면서 그곳을 즐기는 사람들, 그곳을 만드는 사람들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이것이 정원의 혁신이 아니면 무엇이 혁신이라 할 수 있을까?
-1장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정원”에서
분명 꽃 이외에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훨씬 많다. 이파리도 세상 모든 초록이 감히 따라가지 못할 깊이의 색감을 사계절 보여준다. 무심히는 그저 단순한 초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매우 다채롭다. 물론 꽃도 예쁘지만, 몰라서 자세히 보지 못했을 줄기와 잎을 전면에 내세워 식물 본연의 미를, 다양함으로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정원에서 선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2장 “아름다움은 함께 자라는 것”에서
이렇게 동적이고 자극적인 공간에서 정원이 살아남으려면 그 이상의 자극이 필요했다. 해마다 트렌디한 콘셉트가 만들어지고 그에 걸맞은 거대한 조형물을 설치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노력했다. 그렇듯 모두가 시선을 끌고자 애쓰는 이 비일상의 장소에서, 완전히 다른 결을 지닌 정적이고 평화로운 공간이 오히려 가장 강력한 자극이 되리라 확신하게 됐다.
-3장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디자인이다”에서
에버랜드의 꽃 축제를 진행하는 포시즌스 가든은 자연농원 시절 전시형 잔디밭으로 시작해서 꽃 축제를 진행하면서 전시형 화단으로, 다음으로는 관람형 화단, 그리고 테마형 정원으로 진화해 왔다. 나아가 단순한 꽃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식물과 사람과의 다양한 소통을 통해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정원으로 진화하기를 바랐다. 이름하여 ‘퍼포먼스 정원’이다. 멈춰 서서 꽃을 바라보고, 꽃의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생동감 있는 정원.
-4장 “모든 과정이 피어나는 풍경”에서
화려하게 가득 채우거나 피로감이 느껴지는 정원이 아닌 식물과 식물, 식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적당한 거리 두기를 통해 정원의 아름다운과 가치를 한 단계 더 올려 보고 싶었다. 그래서 2021년도 연출 방향을 “공간은 비우고 꽃은 채운다”로 정했다. 꽃과 꽃을 조금 떨어뜨려 보기로 했다. 그해 봄, 튤립 축제를 기획하면서 스태프들에게도 꽃 사이사이 공간을 두면서 식재를 하도록 가이드를 줬다. 비우면서도 풍성함이 느껴지는 정원을 위해 고민하다가 몇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5장 “비워야 채워지는 정원의 시간”에서
정원은 개인의 기억이 차곡차곡 쌓여 특유의 정체성을 만드는 장소이다. 가장 나다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더구나 집단의 기억이 켜켜이 쌓인 테마파크는 가장 정직한 시대상이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 너무 무겁게 정원을 만들어 왔는지 모르겠다. 거창한 “무슨무슨주의” 정원이 아닌 생활과 함께하는 생활주의 정원을 만들면서 조금 더 편안하게 정원을 만들면서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 즐거운 길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걸었으면 좋겠다.
-에필로그 “끝도 없는 길을 가볍고 즐겁게 걷다”에서
[목차]
프롤로그: 정원의 본질은 당신의 삶 속에 있다
나에게 정원이란 | 정원을 대하는 기이한 현상들 | 정원을 정원답게 만들기 위한 여정
1장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정원_꽃도 사람이 있어야 꽃이다
액자에 갇힌 공간 | 경계를 허물어 정원이 되다 | 정원사는 정원의 한 요소 |
2장 아름다움은 함께 자라는 것_꽃도 예쁘고 너도 예쁘다
꽃에 대한 집착 | 정원이 성장하는 과정 | 가장 혁신적인 쇼 가든
3장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디자인이다_꽃이니까 그냥 예쁘다
화장을 걷어 내다 | 귀한 고객의 컴플레인 | 장미의 귀환
4장 모든 과정이 피어나는 풍경_보이는 것마다 꽃
한 달짜리 이벤트 | 구석구석 걷고 싶은 정원 | 지속 가능한 정원
5장 비워야 채워지는 정원의 시간_공간은 비우고 꽃은 채운다
식물의 거리 두기 | 식물이 아닌 흙을 가꾸다 | 정원의 가치-쉼과 공존
에필로그: 끝도 없는 길을 가볍고 즐겁게 걷다
부록: “나만의 수호식물: 365일, 당신이라는 숲을 지키는 초록의 위로” 미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