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마술사의 방앗간에서의 삼 년,
성장기의 알레고리
꿈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 암흑의 학교인 검은 물 방앗간에 견습공으로 들어간 떠돌이 고아 소년 크라바트는 금요일마다 다른 열한 명의 직공들과 함께 까마귀로 변신하여 마술을 배운다. 육체뿐 아니라 영혼까지 방앗간 주인에게 예속되어 굴종적인 생활의 고통을 경험하지만, 기예 중의 기예인 마술을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동료들과 우정을 쌓으며 조금씩 성장한다. 그러나 마술의 신비도 잠시, 해마다 섣달그믐날 동료 직공이 한 명씩 죽어 가는 가운데, 방앗간을 둘러싼 무시무시한 비밀에 다가서게 된다.
방앗간에서 일한 지 삼 년째 되던 해 섣달그믐, 크라바트는 악을 계승하여 평생 안락함을 누릴 것인지,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억울하게 희생된 친구들의 복수를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크라바트는 마술의 힘과 권력, 부의 유혹 앞에서 갈등한다. 성장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통과의례를 판타지 형식을 통해 보여 주는 이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무엇이 옳은지, 어떤 선택을 내리며 살아갈지 스스로 돌아보고 고민하게 한다.
성장의 과정에서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가 있게 마련이다. 선택은 무언가를 취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다른 무엇을 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선택에는 고통과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처음에는 열네 살의 미숙한 소년 크라바트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성장한 청년인 그가 있다. 그사이에 크라바트가 거친 우여곡절은 바로 독자인 청소년들이 통과하게 될 과정과 흡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럴 것이 비록 이 소설이 수백 년 전의 유럽을 무대로 한 환상적인 이야기이지만 주인공 크라바트가 깨달음을 얻으며 스스로의 삶을 결정해 나가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_「작품 해설」 중에서
마술보다도 강한 힘
방앗간에서 직공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마술을 배우지만, 이는 자유를 빼앗긴 대가로 주어진 힘이다. 주인에게 복종할 것을 맹세하는 의식을 치른 직공들은 주인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주인의 절대적인 권력이 지배하는 방앗간은 자유가 박탈된 사회를 상징한다. 이처럼 착취와 폭압으로 얼룩진 악이 지배하는 세계관 속에서도 서로가 다른 사람을 위하는 선한 마음들이 빛난다. 견습공 시절 크라바트는 사려 깊고 친절한 직공장 톤다의 도움을 받는다. 크라바트 역시 새로운 견습공을 남몰래 도우며 이타심이 이어진다. 그리고 바보로 가장한 채 저주받은 방앗간에서 수년 동안 살아남은 유로의 도움으로 크라바트는 악에 대항할 방법을 알게 된다. 주인의 악행을 끝장낼 유일한 방법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사랑의 힘이다.
크라바트는 유로와 함께 주인의 명령을 거역하고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 훈련을 이어 가지만, 결국 마술 전서에 쓰인 기술이나 그동안 익힌 마술 실력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진심 어린 걱정이 악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크라바트 혼자만의 힘이 아닌 서로 믿으며 함께 맞서는 연대와 사랑의 힘을 통해 권력 구조와 폭력 체제가 무너지며, 인간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은 마술보다도 다른 사람을 위하는 사랑의 마음임을 드러내 보여 준다.
“우리가 아는 마술과는 다른 마술이지. 글자 하나하나, 주문 하나하나 애써 익혀서 배우는 마술이 있어. 그건 마술 전서에 씌어 있는 그런 마술이지.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마술도 있어.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마술 말이야. 이해하기 어렵겠지. 하지만 넌 그걸 믿어야 해, 크라바트.”_본문에서
서늘하면서도 단순명료한 문체, 민속적인 이미지와 상징의 반복으로 긴장감 넘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의미 있는 삶의 모습을 바라보고 느끼게 해 주는 작품으로, 용기와 신뢰, 사랑과 연대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동시에 성숙과 자유를 향한 선택에 어떤 책임과 대가가 따르는지 보여 준다. 무엇보다 삶이란 혼자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도움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 인증유형 : 공급자 적합성 확인
[목차]
첫 번째 해
코젤브루흐의 방앗간 … 13
열한 사람과 한 사람 … 22
꿀맛은 아니지 … 30
꿈속에서 본 길 … 38
닭 깃털을 꽂은 남자 … 45
훠이, 횃대에 올라라! … 55
비밀 결사의 표시 … 63
내가 스승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 76
카멘츠에서 온 황소 블라슈케 … 88
군악대 … 100
기념 선물 … 115
목사님도 십자가도 없는 장례식 … 122
두 번째 해
방앗간의 규정과 조합의 관례 … 135
포근한 겨울 … 145
아우구스투스 폐하 만세! … 155
부활절 촛불의 빛 … 167
품푸트 이야기 … 179
말이 된 크라바트 … 191
포도주와 물 … 203
닭싸움 … 218
맨 끝자리의 무덤 … 230
세 번째 해
무어족의 왕 … 243
날개를 달고 나는 법 … 253
실패한 도망 … 264
씨앗 위에 내린 눈 … 273
나는 크라바트입니다 … 283
이 세상이 아닌 곳 … 293
놀라운 일들 … 304
힘에 겨운 훈련 … 314
술탄의 독수리 … 325
머리카락 반지 … 339
주인의 제안 … 351
섣달그믐의 저녁 … 361
작품 해설 … 374
작가 연보 … 378
비룡소 클래식을 펴내면서 … 3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