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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필통 안에서 : 제10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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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04903
ISBN
9788949162072
페이지,크기
88 , 148*215mm
출판사
출간일
2021-03-01
[출판사서평]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연필들의 수다!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이 아이들의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서로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 강정연, 김리리, 유은실 심사평 중에서

“연필들도 힘들다고요!”

담이의 필통 속 연필들은 매일 아침 멀미로 하루를 시작한다. 날마다 늦잠을 자고, 전날 가방도 미리미리 싸 놓지 않는 담이가 늘 허겁지겁 학교로 뛰어가기 때문이다. 달려가는 담이의 책가방이, 책가방 속 필통이, 필통 속 연필들이 널뛰기를 하며 서로 부딪치고 학교 공부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녹초가 되어 버린다. 담이의 연필들은 이것 말고도 불만이 많다. 쓸 얘기도 없는 일기를 쓰느라 고민하는 담이에게 잘근잘근 씹히고, 하나도 즐겁지 않은 일기 끝에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다.’를 쓸 때마다 여간 괴롭지 않다. 동시 쓰기도 어렵고, 학년이 바뀌고 더욱 복잡해진 수학 문제 풀기도 힘들다. 또 영어는 왜 배우는 건지. 연필들의 고민은 결국 연필의 주인인 아이들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일기 좀 안 쓰고 살 수 없을까”
“맞아, 맨날 똑같은데 뭘 쓰라는 거야.”
“맞아, 안 써지면 담이가 우릴 막 잘근잘근 씹고!”
…“동시도 너무 어려워. 뭘 자꾸 빗대어 쓰라는 건지 모르겠어.”
“수학도. 받아 올림 있는 곱셈 너무 어려워.”
“우리말만 잘하면 되지, 영어는 왜 배워”
“그림이라도 쉽든가.”
…“빨리 학교 끝나고 집에 가고 싶다.”
“가면 뭐 해. 숙제가 산더미인데.” _본문에서

친구가 하루 빌려 간 연필이 술술 재미난 일기를 쓰고, 수학 문제도 술술 풀었을 때의 신나는 기분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새 연필이 처음으로 종이 컴퍼스로 중심을 잡고 원을 그릴 때의 긴장감과 성취감을 상기된 표정으로 들려주기도 한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의 두근거림도 연필들은 고스란히 느낀다.

“동시를 짓고 수학 문제를 풀 때는 그 아이의 생각이 나한테로 술술 들어오는 기분이었어. 일기를 쓸 때는 내가 그 아이의 마음에 쏙 들어간 것 같았고.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

“담이 손가락 끝에 심장이 달린 것처럼 콩콩 뛰는 거야. 그러니까 꼭 내가 담이가 된 것처럼 가슴이 뛰는 거 있지.”

1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고 드디어 연필 두 자루가 돌아왔어요. 둘 다 벅찬 얼굴로요.
“우리, 컴퍼스 쓰고 왔어.”
…“진짜진짜 재밌었어. 힘들었는데, 또 하고 싶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라. 내가 삐끗하는 바람에 원이 두 번이나 찌그러졌지 뭐야. 세 번째에는 내가 이를 악물고 버텼더니 원이 얼마나 잘 그려졌다고. 그치?”
새 연필이 돌고래 연필을 돌아보며 물었어요.
“맞아, 새 연필이 중심을 진짜 잘 잡아 줬어. 나는 슬슬 움직이기만 했고.” _본문에서

갖가지 상황 속에서 ‘연필들의 기분’은 어떨까 하는 상상 속에 쓰인 이 이야기는 결국 아이들의 마음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연필들의 입을 빌려 동심을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 도식화해 버리는 건 옳지 않아 보인다. 진짜로 연필들이 느낄 만한 기분, 가질 만한 고민을 특유의 상황을 통해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연필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비밀스런 대화를 엿들어 보는 것, 바로 그 점이 이 이야기가 갖는 특별함이며, 재미있는 이유다.

예쁜 마음씨가 가득 묻어나는 ‘착하고 행복한 동화’

담이가 친구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정성껏 편지를 써 내려갈 때, 연필들은 한마음으로 가슴을 두근거리며 담이를 응원한다. 한 번도 안 쓴 새 연필이 강아지에게 물려 한쪽이 뜯겨 나갔을 땐 담이의 마음이 어떨까 걱정해 준다. 담이가 쓰지 않고 모셔 두기만 하는 새 연필을 배려해, 필통 밖에서 각자 하고 온 일에 대해 서로 묻지 않기로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고운 마음 씀씀이에 감탄하게 된다. 마침내 처음으로 연필깎이에 깎이고 ‘현장’에 나가게 된 새 연필이 긴장하자, 이것저것 노하우를 알려 주며 격려하고 함께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내 꼴을 보고 담이가 얼마나 속상해했는지 몰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연필들은 눈물이 찔끔 났어요. 새 연필이 겪은 일도 끔찍한 데다 담이의 마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요.

“어떻게 하면 담이가 새 연필을 쓰게 할 수 있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담이가 너무 아끼는 게 문제야.”
“맞아. 깎지도 않고.”

“나 너무 떨려.”
“너무 긴장할 것 없어.”
“하다 보면 우리처럼 익숙해질 거야.”
새 연필에게 한마디씩 건네는 연필들도 속으로는 조금씩 떨렸어요. _본문에서

이렇게 곳곳에 나타나는 연필들의 말과 행동 속에는 착하고 예쁜 마음씨가 그대로 묻어난다. 처음에 자기들을 은근히 무시하며 잘난 척하는 새 연필 앞에서도 ‘잘난 척’의 개념 자체를 모르는 듯 멀뚱멀뚱 감탄하기만 하는 순진무구한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이 귀엽고 착한 연필들의 이야기를 읽고 공감하며 함께 웃음 짓는 따뜻한 경험이야말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고자 하는 선물이 아닐까.

귀여움 한도 초과, 유머와 서정성 모두 갖춘 일러스트

연필이라는 사물은 생김새가 너무나 명확하다 보니, 이를 의인화한 모습은 자칫 뻔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예 연필과 동떨어진 엉뚱한 모양으로 그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심보영 작가의 그림을 보면, 이 부분을 충분히 고민한 듯하다. 딸기 연필, 물방울 연필, 고래 연필, 무지개 연필, 당근 연필 등으로 불리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명백한 연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뚜렷이 뽐낸다. 이런 모양의 연필이 실제로 나온다면 쓰고 싶어질 정도다. 여기에 익살스럽고 풍부한 표정과 몸짓이 더해져 텍스트에는 담기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주로 필통 속이나 책상 위 같은, 변화가 거의 없는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배경의 단조로움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익숙한 환경이지만 연필과 지우개 들이 살아가는 전혀 다른 세계로서, 일상 속에 존재하는 판타지 공간을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고운 빛깔과 아기자기한 요소들이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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