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신기한 공간의 세계를 요리조리 누비는 즐거움
호기심 많은 아이가 벽을 따라가다가 작은 창을 발견한다. 아이는 안을 들여다본 건데, 어느새 밖을 내다보고 있다. 벽을 따라 아이는 더 가까이 다가간 건데, 오히려 더 멀어져 버린다. 이번에는 문 안으로 들어간 건데, 아이는 오히려 밖으로 나와 버린다. 아이는 오른쪽으로 꺾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왼쪽으로 가고 있다. 아이는 작아 보이는 창을 보고, 혹시 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이는 왜 작은 창을 보고, 큰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림책『벽』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공간의 세계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본 아이들은 장면을 따라 머릿속으로 공간을 그리게 된다. 캐릭터를 따라 위치와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는 상상을 즐기는 사이 아이는 공간에 대한 감각과 개념을 익힌다. 마음에 드는 장면 하나를 아이가 고르고 그 장면에서 공간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확장해 보는 것도 좋다. 그림을 들여다보고, 변화를 알아차리고, 머릿속으로 그려 봄으로써 아이는 관찰력과 변별력, 기억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공간 지각력을 놀이처럼 즐기게 될 것이다.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마술 같은 그림책
『벽』은 안과 밖, 오른쪽과 왼쪽, 작다 크다 같은 반대개념을 반복하여 보여 준다. 이런 반대개념이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한눈에 쏙 들어온다. 그런데 이 놀라운 그림책은 우리가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같은 그림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같은 곳인데도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을 달리하면, 보이지 않던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되면, 생각도 달라진다. 그림책 『벽』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여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선과 색만으로 완성한 감각적인 조형미
정진호 작가는 3차원의 입체 공간을 놀랍도록 독창적이고 세련된 구성으로 2차원의 평면 종이에 옮겨 놓았다. 직선과 곡선만으로 공간의 부분과 전체를 표현하고, 노랑과 파랑, 단 두 가지 색으로 위치의 변화를 나타낸 조형미가 뛰어나다. 그림책 안에 입체 공간을 오롯이 담아내어 누구나 이 그림책을 보는 순간 3차원의 세계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한다. 친근하게 생긴 캐릭터 딱 하나가 자칫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벽’을 따라 움직이는 컨셉은
어느 장면 하나 허투루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한다. 건축 소재인 ‘벽’과 생각하고 판단하는 틀이 되는 ‘관점’을 연결해, 깊이 있는 주제를 담담하고 짧은 글과 감각적인 그림으로 우리의 마음속에 새겨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