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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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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03653
ISBN
9788937428104
페이지,크기
308 , 127*188mm
출판사
출간일
2024-10-10
[출판사서평]
“있잖아, 나는 그런 걸 기억해.
아직 오지 않은 우리의 미래를 기억해.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의 마음을 어떤 물질로 증명할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이 일렁임을 어떻게 너에게 전하지?”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 기획

한국과 캐나다 작가 8인이 모여
언어와 생각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자유, 새로운 모험을 상상하다

한국과 캐나다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두 나라 8인의 작가가 한 권의 책으로 만났다. 한국의 작가 김멜라, 김애란, 윤고은, 정보라 그리고 캐나다 작가 리사 버드윌슨, 얀 마텔, 조던 스콧, 킴 투이가 그들이다. (사)와우컬처랩의 기획으로 ‘다양성 그리고 포용과 연대’라는 주제를 두고 2023년부터 이들이 구상하고 집필하기 시작한 여덟 작품이 마침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로 출간되었다. 여덟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발산하는 다양한 울림들의 연계와 의미의 해설은 문학 평론가 박혜진이 맡았다. 한국에서 먼저 출간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는 캐나다에서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는 서로 다른 지역, 언어,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8인의 작가들이 경계, 다양성, 고립, 차별 등 삶을 규정하는 기본적인 조건들이자 삶을 위협하는 실존적인 조건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수록했다.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난민, 선주민 혼혈아 등 지정학적 조건에서 발생하는 생의 부침에서부터 AI, 언어, 관습, 역사 등 시대와의 불화 속에서 거부되는 생의 지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란의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개인과 국민, 현재와 문화라는 경계 혹은 한계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 너머의 세상을 보기 위해 열어야 할 문이 있다면, 이 소설들이 바로 그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_박혜진(문학 평론가)

■ 작품 해설 미리 보기

1 문화라는 경계 혹은 한계 너머의 세상을 보기 위하여

김애란의 「빗방울처럼」 은 고착된 방식으로 오고가던 시선을 전복함으로써 치유할 길 없어 보이던 상실에 위로를 더한다. 화자인 ‘나’는 ‘전세 사기’를 당해 낡은 집 한 채를 제외한 전 재산을 잃게 된다. 상실의 목록 맨 위에는 남편이 있다. 새 아파트로 가려던 꿈은커녕 원하지 않았던 허름한 집에, 그것도 혼자 살고 있는 ‘나’는 살아갈 힘도 살아갈 이유도 찾지 못한 채 절망의 심연을 헤맨다. 남편을 따라 죽음의 세계로 건너가는 것이 더 당연해 보일 무렵 ‘나’는 낡은 집 천장에 물이 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을 땐 죽더라도 천장 누수는 고치자는 마음으로 부른 도배사는 이민자 여성이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하는 소설은 그가 ‘나’에게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로 정점을 맞는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 말에 ‘나’는 느닷없이 마음이 흔들린다.

얀 마텔의 「머리 위의 달」 에도 화자의 눈에 비친 한 사람이 등장한다. 겨울 스키를 타러 간 ‘나’는 리조트의 휴식 공간에서 일군의 무리가 왁자지껄 떠들며 나누는 얘기를 엿듣게 된다. 스키장 화장실에 빠져버린 한 소말리아 남자 ‘압디카림 게디 하시’의 사연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그 남자는 변기 구멍에 빠져서 밤새 정화조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어떤 목소리를 다른 목소리가 덮는다. “똥오줌이 가득한 풀에서 수영하면서 암울한 밤을 보내긴 했지만 멀쩡해.” 그리고 이어지는 웃음소리. 누군가의 불운했던 밤이 웃음거리로 농락당할 때, 남자는 2년 전 다른 리조트에서 들었던 똑같은 얘기를 떠올린다. ‘나’는 그 남자의 이름과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애쓴다.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괴상한 일에도 정도가 있기 때문이다. 도저히 빠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변기에 성인 남자가 2번이나 빠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2 잃어버린 문화를 찾아서

누군가가 고립된다고 할 때, 그들의 고립은 자신이 소속되길 원하는 문화로부터의 고립일 가능성이 높다. 리사 버드윌슨의 「어디에서 왔어요?」는 동거인이 외도하고 있다는 의심에 사로잡힌 ‘나’의 혼란 속에서 전개된다.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을 마주할 때마다 난처해지는 ‘나’는 캐나다 선주민 혼혈인이다. 선주민 남성인 제이크와 ‘왕자 전하’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살고 있는 그녀에게 어느 날 불행이 찾아온다. 고양이는 병에 걸리고 제이크는 누군가와 바람이 난 게 틀림없다. (…) ‘나’는 예상 밖의 상황 속에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모르는 혼돈 상태가 된다.

윤고은의 「테니스나무」 역시 자신의 문화와 연결되고 싶은 심리가 짙게 깔린 소설이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인 ‘나’는 2년 전 마라톤 대회에 나갔다가 유명 인사가 된다. 42.195킬로미터 풀코스 중 41킬로미터를 돌파한 지점에서 40킬로미터 지점으로 역주행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들으면 못 믿을 얘기지만 ‘나’는 그때 자신과 닮은 얼굴을 보고 그 얼굴을 쫓아갔던 것이다. 한편 ‘나’의 회사는 인간들이 하던 고객 상담 업무를 AI로 대체한다.
끝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AI의 생성의 세계에서 ‘나’는 미지의 얼굴을 보기 위해 역주행했던 시간을 상상하며 자신에게만 존재하는 ‘테니스나무’를 떠올린다. 나무 아래 떨어진 테니스공의 출처가 나무라고 생각하는 건 어딜 봐도 이성적이지 않지만 라임빛 테니스공에서 나무의 추억을 읽어내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시 정지’이다. 완주 1킬로미터를 앞두고 역주행하며 자신과 닮은 얼굴을 보려 했듯 우리는 자신의 것, 자신이 그리워하고 꿈꾸는 것을 지켜 내기 위해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다. 인간의 달리기는 역주행을 허락한다.

3 부서진 언어 이후에 오는 것들

김멜라의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배꼽에서 빛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배꼽에서 나오는 빛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크리스마스는 그 빛이 타인을 향한 사랑, 혹은 성적인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의 배꼽에서 같은 에너지를 가진 빛이 나올 리는 없다. “한 사람의 마음에서 새어나오는 마음의 고동”이 궁금했던 크리스마스는 “그 발광 원리를 밝혀내고 싶”어 자기만의 탐구를 이어가다가 ‘두루미’를 만난다. 태초의 말씀에서 비롯된 원칙으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더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에너지로서의 사랑의 역사가 바로 김멜라의 소설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에서 시작된다. 아는 사랑에 앞서 보는 사랑, 연결되는 사랑이 있다.

김멜라 소설이 사랑의 전설을 다시 쓴다면 조던 스콧은 언어의 전설을 다시 쓴다. 「보라색 뗏목」은 언어가 부서진 뒤에 다시 오는 세계를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묘사한다. 언어 장애가 있는 작가인 아버지가 자녀 샤샤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뤄진 이 글에서 작가는 아이에게 “혀 위에서 한숨한숨, 높은 산에 피는 꽃처럼 밟아 으깨라고” 말하며 언어에 대한 관점에 자유로움을 준다. 이때 으깬다는 의미는 파괴와는 다르다. “꽃이 산을 뒤덮듯이” 밟아 으깬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와 포개어지며 새로운 생명의 순환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언어로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퍼뜨릴 수 있을 때 우리의 언어는 매년 새로운 꽃으로 뒤덮이는 산처럼 끊임없는 변화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4 반성과 무감각을 넘어

비유적이고 은유적인 상상력으로 우리를 속박하는 개념들에 저항하는 한편, 보다 실천적이고 사회적인 상상력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균열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라의 「미션: 다이아몬드」와 킴투이의 「판사님」이 그러한 균열을 만드는 작품이다. 「미션: 다이아몬드」는 인간이라는 역사를 반추해 보게 하는 반사경 같은 소설이다. 한 중년 SF 여성 작가와 캐나다인이 지구의 친선 대표로 온코아 행성에 파견된다. 그들은 온코아 행성과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다음의 설문에 답하게 된다. “다른 문명이 당신의 접근이나 진입을 거부하거나 자신들의 영토를 떠나라고 명령한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다른 문명을 침략하거나 지배하거나 멸망시킨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다른 인종을 학살하거나 노예 혹은 식민지로 삼거나 착취한 적이 있습니까? 혹은 그러한 행위를 도운 적이 있습니까?” 온코아인들과의 문답을 통해 화자는 지구와 지구인에게 내재된 폭력과 학살의 역사를 마주한다.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벌거벗은 정체를 확인하게 된다.

킴 투이의 「판사님」은 베트남 보트 피플로서의 경험과 캐나다 이민자로서의 삶을 통해 정체성 혼란, 새로운 사회에 소수자로서 적응하는 과정의 문화적 충돌 및 융화의 과정을 담담히 서술하는 소설이다. “아무것도 느끼지 말 것. 그 무엇도 마음에 담지 말 것.” 말레이시아에서 난민으로 생활하며 겪은 파멸의 경험이 남긴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 이것 아닐까. 자신이 겪었던 난민 시절에 대해 말할 때 주인공은 자신의 뇌가 자신의 감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던 것에 깊은 안도감을 표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세상의 모든 추악함을 다 들이마시고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가는 과정을 지켜봤을 거라면서. 그러나 우리가 그 말에서 읽어내는 것은 그의 무감각이 아니다. 오히려 외면할 수 없었을 감각의 무차별적 침투다. 감각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감각의 쓰나미를 거부할 수 없든 기억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의 삶이 얼마나 괜찮든, 과거는 불시에 나타나 빛의 속도로 그를 다시 휘어감는다.

[목차]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 _ 김멜라 6
어디에서 왔어요? _ 리사버드 윌슨 60
빗방울처럼 _ 김애란 88
머리 위의 달 _ 얀 마텔 134
테니스나무 _ 윤고은 154
보라색 뗏목 _ 조던 스콧 202
미션: 다이아몬드 _ 정보라 222
판사님 _ 킴 투이 262

작품 해설 _ 박혜진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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