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엄청난 업적은 천재의 후광으로 더 빛이 났다”
천재 무용수이자 현대 발레의 선구자, 바슬라프 니진스키의 위대한 유산
니진스키가 숨을 거둔 지 70여 년,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났다.
그가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활동한 시간은 10년 남짓으로, 직접 무대에 오른 공연은 20여 회, 안무한 작품은 네 편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상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니진스키는 20세기 문화 예술의 아이콘이자 발레의 전설로 군림하고 있으며, 시대와 국경을 넘은 찬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니진스키의 등장은 무용 역사의 분기점이자 현대 발레의 시작이었다.
1912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안무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니진스키의 작품들은 고전 발레의 법칙을 무시했다는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당시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정형화된 고전 발레의 틀에서 벗어난 혁신적이고 전위적인 그의 안무 작품들은 시간이 지나며 걸작으로 공인받으며 그를 현대 발레의 시대를 연 위대한 안무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천재성과 광기, 이 둘은 가까이 있습니다”
10년을 춤추고 30년을 암흑 속에서 산 비운의 천재 예술가
폴란드인 무용수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니진스키는 아홉 살 때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황실 발레 학교에 합격하면서부터 발레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동성 연인 관계이기도 했던 니진스키와 댜길레프는 함께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키며 20세기 러시아 발레의 황금기를 이끈 ‘환상의 듀오’였다.
그러나 만범순풍을 타는 듯했던 니진스키의 인생은 결혼을 기점으로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니진스키가 헝가리 귀족이자 여성 무용수인 로몰라 드 풀츠키와 결혼을 단행하자, 이에 분노한 댜길레프가 니진스키를 발레단에서 해고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니진스키는 스스로 발레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급기야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전쟁 포로로 헝가리에 억류되기까지 했다.
결국 연이은 예술적ㆍ육체적ㆍ재정적 불안 속에서 그는 1919년 29세의 나이에 조현병 진단을 받고 말았다.
그토록 높이 도약했던 니진스키는 그만큼 극적으로 추락했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짐에 따라 예술가로서의 생명도 끝이 났다.
이후 인생의 절반인 30년 동안 그는 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며 광인이라는 족쇄에 갇혀 살았다.
1950년에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그의 마지막 나날들은 발레 예술의 새 지평을 연 그의 업적과 대비되며 삶과 예술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급격한 낙차의 비극적인 삶 또한 그를 전설적인 인물로 만든 요소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비극적이면서 영광스러운 삶에 대한 이성적이면서 통찰력 있는 설명”
방대한 기록과 증언을 치밀하게 집약한, 니진스키에 대한 폭넓은 이해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었다고 알려진 니진스키는 그런 성격과 대비되는 파격의 삶을 살았다.
당시 남성 무용수들이 의무적으로 입던 트렁크(반바지)를 벗고 타이츠만 입은 채로 무대에 올랐다가 해고되기도 했고,
사생활에서도 댜길레프와 동성애 관계를 이어가다가 만난 지 얼마 안 된 헝가리 여인과 갑작스럽게 결혼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가 안무한 작품들 또한 고전 발레의 형식을 파괴했다.
첫 안무작인 《목신의 오후》는 선정성 논란을 일으켰고, 격렬한 동작을 선보인 《봄의 제전》은 관객들의 야유와 소란을 부추겼다.
이렇듯 니진스키라는 존재와 그의 예술 인생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기존 질서에 대한 투쟁이자 편견과 금기에 대한 도전이었다.
한편 니진스키와 함께 현대 발레가 태동한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현대화가 진행되던 20세기 초반 유럽 예술계의 움직임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의 열한 번째 주인공인 스트라빈스키는 니진스키의 《봄의 제전》을 위해 기존의 음악 문법에서 벗어난 현대적인 음악을 작곡했다.
열 번째 주인공인 코코 샤넬 또한 《봄의 제전》을 본 뒤 깊은 인상을 받고 재공연을 후원했다.
이 책에 실린 70여 점의 사진 및 회화 역시 당대의 뛰어난 예술가들이 니진스키를 비롯한 주변인들을 무대 안팎에서 기록한 결과물이다.
결국 이 책은 니진스키의 인생은 물론 예술가들의 교류가 활발했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준 위대한 인간과 예술 세계로의 오디세이
구스타프 말러 1·2,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알렉산더 맥퀸, 시나트라, 메이플소프, 빌 에반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조니 미첼, 짐 모리슨, 코코 샤넬, 스트라빈스키, 니진스키, 에릭 로메르, 자코메티, 루이스 부뉴엘, 프랭크 게리, 글렌 굴드, 트뤼포, 페기 구겐하임, 조지아 오키프, 에드워드 호퍼, 잉마르 베리만, 이브 생 로랑, 찰스 밍거스, 카라얀, 타르코프스키, 리게티, 에드바르트 뭉크, 마르셀 뒤샹 등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는 계속 출간됩니다.
목차
추천의 글 / 감사의 말 / 주요 인물 / 초판 서문 / 제2판 서문 / 제3판 서문
머리말
제1장 1898~1908 1898년 8월~1908년 12월
제2장 1909
제3장 1910
제4장 1911
제5장 1912 1912년 1~8월
제6장 1912~1913 1912년 가을~1913년 9월
제7장 1913~1917 1913년 9월~1917년 11월
제8장 1917~1950 1917년 11월~195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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