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혐오 속에서도 성장한 안네의 진짜 일기
완전판 『안네의 일기』에는 사춘기를 지나며 안네가 느낀 모순적인 감정들, 어른들을 향한 반항심과 솔직한 성적 욕망이 있는 그대로 담겼다.
여성의 몸에 호기심을 가지고 신체 구조와 변화에 대해 고민하는 한편 엄마를 싫어하는 마음이 커져 언젠가 뺨을 때리게 될지도 모른다거나,
언니와 엄마가 모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과격한 내용까지 가감 없이 적혀 있다.
안네는 2년여의 은신 생활 중 계속해서 일기를 고쳐 썼고, 이전에 쓴 일기들에 그때와 달라진 생각을 덧붙였다.
은신처 어른들을 향해 쏟아부었던 원색적인 비난과 원망의 말들을 부끄러워하며 돌아보는 안네에게서 일기를 쓰는 동안 성장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자기만의 삶’을 위한 글쓰기
일기 구석구석 여성으로서의 삶을 고민했던 치열한 흔적들도 엿보인다.
안네는 창밖을 내다보는 것조차 금지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책을 읽고 공부하며 삶의 목표를 세웠다.
제약된 생활 안에서 안네가 바라보는 어른은 어머니와 판 단 부인, 오펙타 상회의 직원들뿐이었지만 안네는 그들과 같은 삶을 꿈꾸지 않았다.
많은 여성들처럼 그저 가정주부가 되어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로 남는 대신 스스로 즐겁고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기를 원했다.
저널리스트와 작가가 되고자 했던 꿈은 답답하고 무서운 은신처에서 기운을 얻어 공부를 이어가는 원동력이었다.
안네는 전쟁에서 겪은 변화와 혼란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해나갔다.
틀에 박힌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른들보다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주어진 환경에 수긍하지 않고 여성에게 차별적인 사회를 비판하면서 이러한 구조와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압박에 쫓기듯 약혼한 베프가 그녀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결혼을 포기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안네에게 글쓰기는 취미 활동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이었다.
독일어와 영어, 일어, 프랑스어 번역본을 참고해
안네의 문장을 원문에 가장 가깝게 살린 완역본
『안네의 일기』는 1947년 6월 25일 네덜란드에서 처음 출판된 후 1950년에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번역 출판되었고,
지금까지 7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에서는 독일어로 번역된 완전판 『안네의 일기(Anne Frank Tagebuch)』를 중심 텍스트로 삼았지만
더 정확하고 충실한 번역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영어, 일어, 프랑스어 번역본과 안네 프랑크 재단이 출간한 학술 자료 등도 부지런히 참고해
중역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독과 오역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안네의 표현 성장에 따른 문체 변화와 재능이 엿보이는 문장 감각을 살리기 위해 지나친 의역을 삼가고 원문에 충실히 번역했다.
최근 연구에 따라 1942년 11월 7일 일기는 1943년 10월 30일로 옮겨졌다.
안네가 1942년 9월 28일의 일기에 덧쓰기 위해 a텍스트의 두 페이지를 붙인 사실도 밝혀졌다.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기 위해 이번 판본에는 가려진 페이지를 수록하지 않았다.
목차
들어가는 글
사랑하는 키티에게
유대인들의 비밀 은신처
여덟 번째 피신자
공포와 절망의 한가운데
은신처의 생활 시간표
첫사랑
영원히 사라진 과거
내 꿈과 희망, 글쓰기
전쟁은 왜 하는 걸까?
드디어 상륙 작전 시작!
쓰이지 않은 이야기
추천의 말 · 문정희
옮긴이의 말 · 홍경호
안네 프랑크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