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온 세상이 젖어서 바닥이 파랗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네요. 발을 적시지 않으면 길을 걸을 수 없는데도 말이죠. 시간이 흘러 계속해서 물이 차오릅니다. 미술관에서는 허리까지 몸을 담가야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집의 물을 밖으로 퍼내는 걸로는 해결되지 않아 전신주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됐네요.
20여 개 국어로 번역 출간되어 마리아 몰리나 Mariajo Ilustrajo라는 신인 작가를 전 세계에 알린 데뷔작 《FLOODED》입니다. 이상기후에 관한 경각심을 이렇게 멋지게 알리는 그림책이 있을까요.
펜과 수채화로 보여주는 그림책의 세상은 경쾌하고 유쾌합니다. 그러나 들려주는 이야기는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작은 원숭이가 도시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소리치지만(자연은 끊임없이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바빠서, 귀찮아서, 나랑 상관없다고 외면하는 사이 도시는 물에 서서히 잠겨 듭니다. 마침내 커다란 문제가 됐을 때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 동분서주하는데요, 해답은 함께 하는 겁니다.
시원한 색감의 사랑스러운 그림책인데, 심각한 기후 위기 상황에 관한 고민거리도 안겨주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책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