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영국의 시골에 있는 HAILSHAM은 엘리트 기숙학교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만 그럴 뿐 이 학교의 정체는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복제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이다. 흡연을 비롯해 건강에 해악을 끼치는 행동은 절대적 금기인 이곳의 학생들, 이제 30대로 접어든 Cathy와 Ruth 그리고 Tommy는 바로 이 학교의 학생이었다.
인간의 복리후생을 위해 창조된 복제인간이라고 하지만 이들도 감정이 있고 자유의지가 있다.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우정이 있고 심장을 몽글거리게 만드는 첫사랑도 겪는다. 그러나 이들의 운명은 결국 누군가의 부속품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중에 하나가 《남아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 1993)》입니다.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의 절제된 감정이 돋보이는 수작 영화인데요, 이 작품의 원작자가 바로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리뷰일 2017. 10. 18)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guro)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본계 영국인으로, 시대나 배경은 물론이거니와 감정의 재현성이 탁월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훌륭합니다. 특히 문장이 굉장히 유려해서 이 작가 덕분에 영문학의 세계로 빠져들었다는 팬들이 많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Judy Bridgewater의 《Songs After Dark》에 수록된 노래 《Never Let Me Go》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절절한 감정이 가슴에 너무나 깊이 와 닿는 통에 자연스레 눈시울이 젖어들고 말아요.
얼핏 보면 《Never Let Me Go》의 외형은 우정과 사랑에서 갈등하는 단순한 서사구조입니다. 단지 작품 속 주인공들이 통제된 사회에서 누군가의 장기기증을 위해 탄생한 복제인간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죠. 그 한 가지가 인간의 존엄성을 사유케 하고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 냅니다.
이 작품 또한 영화로 제작됐는데요,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을 맡았죠. 소설의 정서를 전부 옮기지는 못했으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습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