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구두수선과 세탁업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Bob과 Joan 부부의 집에 어느 날 꾀죄죄하고 악취로 가득한 모양새의 소년이 찾아왔다. 소년은 “I Was a Rat!” 자신을 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부는 아이에게 Roger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이가 머물 곳을 찾으러 시청에 간다. 하지만 관공서는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외면, 경찰서에서는 병원으로 보내라며 외면, 병원은 학교에서 할 일이라고 외면, 학교는 애를 때리며 강압적인 교육을 하는 통에 Roger를 도망치게 한다.
이런 Roger를 탐욕스럽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으니 하나는 왕실의 미친 철학자요, 또 하나는 서커스업자였다. 이들에 의해 Roger는 인간의 모습을 한 쥐가 되어 썩은 생선을 먹어야 했고 그들은 돈을 얻는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소년이 나타나 Roger를 탈출시키지만 그것은 자유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용해먹기 위해서였다.
‘황금 나침반’의 작가 Philip Pullman이 보여주는 세태비판 동화 《I Was a Rat!》입니다. 익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와 올리버 트위스트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데 버무려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었는데요, 그 속을 채우는 주제는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묵직하고도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비판입니다.
모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기만 하는 정치와 공직사회, 무자비한 폭력과 주입식 교육으로 아이의 마음까지 멍들게 하는 공교육, 판매부수만을 위해 거짓을 이야기하는 황색언론, 몸보신을 위해서 배운 바를 외면하는 지식인 등 이 시대의 부조리란 부조리는 모두 드러내 낱낱이 고발하고 조롱하고 있습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며, 내내 웃을 수 있는 위트와 유머가 가득한 패러디 동화라는 게 정말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176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분량에 이렇게 많은 것을 담아냈다니 과연 Philip Pullman입니다. ^^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