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슬픔이 찾아와 나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슬픔을 위해 쉼터를 만들고 안으로 맞이했습니다. 이곳에서 슬픔은 앉았다가 눕고, 달리고, 큰 소리를 내고, 침묵을 지킬 수 있습니다. 슬픔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슬픔을 위해 지은 이 쉼터는 태양과 달과 별에서 오는 모든 빛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문에는 슬픔이 원할 때 언제든 칠 수 있는 커튼도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슬픔이 원한다면 촛불이나 램프도 있습니다.
둘은 울거나 이야기하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있거나, 원한다면 그 모든 것을 함께 하거나 또는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 안의 슬픔을 위한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가슴 아프면서도 따뜻한 그림책 《A Shelter for Sadness》입니다.
글 작가 앤 부스 Anne Booth는 국내에서도 굉장히 두터운 팬층을 지닌 일러스트레이터 샘 어셔 Sam Usher나 며칠 전에 소개했던 《그림책 어린왕자》의 사라 마시니 Sarah Massini와 자주 협업하는 인기 작가인데요, 저자는 유대인 여성이자 홀로코스트 희생자인 에스더 에티 힐레줌 Esther 'Etty' Hillesum의 글에 감동 받아 이 글을 썼다고 합니다.
에티 힐레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 유대인으로 안네 프랑크보다 1년 반 먼저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한 순수하고도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인물로 당시 나이 스물아홉이었습니다. (국내에 《에티 힐레숨 - 근본적으로 변화된 삶》이라는 서간문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에티 힐레줌은 극한의 야만과 공포 속에서 자신을 마음을 지키려는 글을 썼고, 앤 부스는 그녀의 글을 통해 슬픔이란 단순히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 감정을 시어처럼 아름다운 말들로 채워 놓았습니다.
그림작가는 《The Bear and the Piano》의 데이비드 리치필드 David Litchfield인데요, 화려하면서 섬세하고 직관적인 일러스트로 감동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by 이글랜차일드